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갓 내린 커피는 뜨거워야?…제대로 알고 먹자

고구마, 감자, 해산물에 김치, 베이컨불고기 바비큐까지. 시중에서 판매하는 피자들은 어떤 고명을 얹었느냐로 경쟁한다. 피자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도우(밀가루 반죽)는 사라진 채 휘황찬란한 고명이 피자 자체가 된 지 오래다. 푹신한 밀가루 덩어리 위에 온갖 재료를 쌓아 올려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피자를 한 입 크게 베어무는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와 군침이 도는 당신이라면? 음식에 관한 한 교양이 없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기꺼이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다들 잘 먹고 잘 사는 시대가 됐다지만 실상은 더 못 먹는다.” 건축 칼럼니스트이자 음식 평론가인 저자가 이 책을 낸 배경이다.

국가마다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일본, 스페인, 태국, 인도 등 다른 나라의 요리가 들어와 번성하고 있다. 수많은 음식점들이 생겨나고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실상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토핑이 넘쳐나는 피자뿐 아니라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 재료의 종류에 상관없이 발사믹을 들이부은 샐러드 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음식’이다. ‘문화’로서의 음식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다 조리의 기본과 원칙을 따르지 않은 결과물이다. 

이뿐인가. 잘못된 음식 상식도 판을 친다. 스테이크의 겉면을 지지는 목적이 육즙을 가두기 위해서라고?올리브유가 치킨을 튀기기에 적합한 기름이라고? 갓 내린 커피는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뜨거워야 한다고?

저자는 “입맛은 주관적 영역이라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반발이 있을지 모르지만 ‘완성도’가 전제된 상태라야 취향을 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완성도와 취향의 사이에 정확하게 경계선을 그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오랫동안 먹고 만들고 보고 읽고 쓴 경험을 한데 아울러 놓은 이 책은 음식에 대해 세간에 퍼진 오해를 바로잡고 완성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빵부터 칵테일에 이르기까지 서양요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18종의 음식을 골라 엮었다.

술술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한 접시에 2만원이 넘는 파스타를 군소리 없이 사먹는 것이 품격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명확히 요구하는 것이 외식하는 이의 품격이란 것을.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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