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티파티와 리노(RINO)

결국은 세금이 문제였다. 1773년 뉴잉글랜드 보스턴서도 그랬다. 대제국 영국은 식민지 상인들의 차 밀무역을 금지하고 동인도회사에 독점권을 주는 관세법을 만들었다. 격분한 식민지 주민들, 특히 급진파들이 행동에 나섰다. 인디언으로 가장한 일군의 식민지인들은 정박 중인 동인도회사 배 2척을 습격해 차 박스 342개를 대서양에 내던졌다. 보스턴 차사건(Boston Tea Party)이다.

근대민주주의 3대 혁명으로 꼽히는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은 이렇게 불을 댕겼다. 보스턴은 이미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ve)라고 외쳤던 깨인 지역이었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와 전쟁 뒤라 재정난이 심각했다. 자연히 온갖 새로운 징세법이 만들어졌다. 설탕법, 당밀법 등 상품마다 특별 관세가 붙었다. 신문, 팸플릿에 트럼프 카드까지 모든 출판물에도 과세하는 인지세법(Stamp Act)도 생겼다. 결국 세금은 역사를 바꿨다.

제국에 맞짱을 뜬 티파티 운동가들은 236년 뒤 다시 태어났다. 중과세, 폭정에 맞선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이어받겠다는 것이었다. 2009~2010년에 맹활약한 미국의 티파티는 풀뿌리 정치운동단체다. 보스턴 티파티에서 이름을 땄다면서 TEA가 ‘Taxed Enough Already’(세금은 이미 낼 만큼 냈다)라는 의미라고 당당하게 깃발을 흔든다.

그런 티파티가 요즘 미국언론에 연일 오르내린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정책), 복지확대, 국가부채 증액을 꾀하는 오바마표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티파티가 다시 움직였던 것이다. 2010년 중간선거 때 당선된 공화당 하원의원 중 3분의 1이 초선이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40여명)이 티파티 소속으로 분류됐다. 자발적 시민단체지만 엄연히 정치세력이다.

미국 언론과 정가는 재정위기를 겨우 몇 달 연기시킨 최근의 치킨게임 정치협상에서 공화당이 대패했다고 평가했다. 경기도 나쁜 판에 연방정부가 정지되었으니 유권자들은 짜증을 낼 만하다. 그러나 손해만 본 것 같지는 않다.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장장 21시간의 필리버스터로 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초선)을 티파티 지도자대열 맨 앞에 세운 것도 그들에겐 수확이다. 강경파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공화당 내 ‘리노’(RINO·Republican in name only·이름만 공화당원)를 가려내 낙선명단에 넣겠다며 오히려 기염을 토한다. 티파티가 미국 정치판을 얼마나 더 흔들지 관심이다.
<기사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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