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실질실효환율 61개월만에 최고… 수출 타격 불가피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 순매수,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시기 연기 가능성 등으로 원화 가치가 급등(환율 하락)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원화 가치는 올 3분기 세계 61개국 주요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데 이어, 10월 들어서도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수출 경쟁상대인 일본의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9월 현재 106.76으로 3개월 전에 비해 5.42%나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률은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또 9월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기 전인 지난 2008년 8월(111.07) 이후 5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실질실효환율은 61개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로 각국 화폐의 실제 가치를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넘어설 경우 기준연도인 2010년에 비해 고평가된 것을, 100 미만일 경우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이 3분기에 3.44% 올라 우리나라 다음이었고, 영국(2.11%), 이스라엘(1.58%), 아랍에미리트연합(1.37%)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인도네시아 루피아 실질실효환율은 12.55%나 급락했고, 인도(-8.43%), 터키(-6.50%), 아르헨티나(-5.85%)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내렸다.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100을 밑돌아 저평가 상태를 유지했으나, 미국의 3차 양적완화와 일본 양적완화 확대가 겹친 2012년 10월(100.30)을 기점으로 고평가 국면에 들어갔다.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올 6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101.27로 떨어졌지만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우리나라로 몰리면서 7월 102.98, 8월 103.46, 9월 106.76 등 급등세를 탔다. 원화 가치는 10월 들어서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3일 기준으로 원화 가치는 지난달 말에 비해 1.76% 절상됐다. 

반면 엔화의 가치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하락세다. 9월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86.12로 3개월 전(87.69)에 비해 1.79% 떨어졌다. 이는 61개국 중에서 10번째로 큰 하락률이다. 엔화 가치는 10월 들어서도 전월말 대비 0.23% 하락하는 등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돈(경제학)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위기 속에 무역수지가 20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는 게 큰 위안 중에 하나인데 이게 환율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원고와 엔저가 지속될 경우 내년부터 우리나라 수출에 실질적인 충격을 줘 수출액과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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