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프레임을 바꾸면 기회가 온다

최근 서점가에는 생각의 틀을 깨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부류의 책들이 당당히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생각의 틀을 깨고 프레임을 다르게 설정하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해결점을 찾기 쉽거나,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는 이런 주장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오래된 프레임, 즉 고정관념 속에 갇혀 있는 사례가 많이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생각의 틀을 크게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게 한 사람들은 널리 회자되곤 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 교세라의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아마 그런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대학 시절 세라믹을 개발했으나 일본의 폐쇄적인 기업사회구조로 인해 투자자를 찾을 수 없었지만 미국 수출에 성공하면서 교세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렇게 고정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 비단 제품 수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본조달 또한 전통적 조달방식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매우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에서 강조하는 이스라엘의 경우다. 이스라엘은 지난 1993년 정부의 공적자금인 요즈마펀드를 토대로 벤처기업 육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현재와 같은 세계 최대 창업국가로 변모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2차 동력은 바로 전 세계로부터의 자금 유입이었다. 요즈마펀드가 조성되자 이스라엘의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던 외국자본이 급속히 참여하기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투자규모가 확대돼 100억달러 이상의 전 세계 자금이 유입됐다.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벤처기업을 지원할 수 있었고, 현재 66개 이스라엘 기업이 나스닥 등 미국시장에 상장되는 등 수많은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의 많은 진취적 기업은 자신들의 기술력과 비전을 가지고 해외 금융시장에 나아가 국제투자자로부터 자본조달에 성공하고 있다. 자본조달의 한 방법인 해외 주식예탁증서(DR) 시장도 지난해 총 20개 기업이 해외DR 신규발행을 통한 기업공개(IPO)로 약 11조원의 자본조달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 중 약 90%가 우리의 경쟁상대인 대만, 인도, 러시아, 멕시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게 크고 유명한 기업들만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 자본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는 시장을 찾아내어 과감한 도전과 실행을 통해 국제 투자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OCI와 영원무역 두 회사의 싱가포르거래소 상장뿐이다. 

우리나라 창업자들의 꿈의 시작은 '코스닥시장 상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 기준으로 설립 후 상장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약 14년이라고 한다. 우수한 기술력만 있다면 까다로운 국내시장에 상장하는 대신 해외상장을 통해 해외투자자를 찾아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어떨까. 특히 정부가 강한 중소기업을 강조하며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고 있는 이 기회를 살려 기술력을 갖춘 다음에는 자본조달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기회를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오는 30일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주관으로 홍콩·싱가포르 거래소 및 미국 장외시장(OTC Markets) 등 세계 주요 거래소와 DR발행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DR발행포럼'을 개최한다. 모쪼록 이번 포럼이 해외시장 진출 및 자본조달을 하고자 하는 국내기업에 새로운 틀을 제공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기사 출처 :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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