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 월요일

스마트폰·컴퓨터 시계 정확할까요?



시계를 안 차고 다닌 지 오래 됐습니다. 손목을 감싸는 묵직한 것이 없으니 간편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몰라서 불편한 적은 없었습니다. 늘 휴대전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시계가 대단히 정확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정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초 정도의 오차는 뭐 괜찮습니다. 오차 제로의 정밀한 시간을 생각하면 좀 답답하기도 합니다.

휴대전화 시계는 얼마나 정확할까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인들이 시간 전문가를 만나면 던지는 단골 질문 1순위입니다. 알고 싶어도 비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비교 대상이 한 곳 있습니다. 대전에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입니다. 표준연 시간센터에는 ‘한국 표준시’가 24시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표준 시간입니다.

취재진의 휴대전화를 표준 시계 옆에 놓고 비교해봤습니다. 2초 정도 늦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시계도 조금씩 오차가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시계의 원리 때문에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은 처음 켤 때 기지국으로부터 시간 정보를 받습니다. GPS 위성의 시간 정보입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자체적으로 시계를 돌립니다. 이 정확도는 옛날 액정 손목시계 수준입니다. 배터리를 갈지 않고 계속 충전만 하면서 쓰면, 시간의 오차가 점점 커집니다.

컴퓨터 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면 우하단의 시계가 정확한 컴퓨터는 거의 없습니다. 휴대전화처럼 자체 부품이 시계를 작동시키는데, 기지국으로부터 시간 정보를 받지도 않으니 오차는 커지기만 합니다. 3년째 쓰고 있는 제 노트북의 시계는 한국 표준시와 77초가 차이 났습니다. 작지 않은 오차입니다. 컴퓨터는 처음 구입한 뒤 직접 시간을 입력하거나, 미리 입력돼 있는 시간이 크게 틀리지 않으면 신경쓰지 않고 계속 쓰게 됩니다.

시간을 다투는 일상이 아닌 이상 이 정도 오차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신경 써야 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 같은 대학 수강신청 기간이 그렇습니다. 속전속결로 끝나는 클릭의 전쟁에서 정확한 시간은 생명입니다. 5초, 10초의 오차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명절을 앞둔 기차표 예매와, 유명 공연을 예매할 때도 그렇습니다. 한 번의 클릭이 실패로 돌아간 뒤 재시도를 하기도 전에, 게임은 이미 끝나 버립니다. 주식 거래, 경매, 말할 것도 없습니다.

‘UTCK’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대전에 가지 않고도 정확한 시간을 어찌 알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표준과학연구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컴퓨터의 시계가 한국 표준시와 비교해 얼마나 정확한지 바로 나옵니다. 한국 표준시와 간단하게 동기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수강신청을 받는 학교의 서버 시계나, 티켓 예매와 주식 거래를 관리하는 서버 시계도 정확해야 걱정은 말끔히 사라집니다. 표준시와 비교해 오차가 수십 분이나 나는 대학 서버 시계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 표준시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세슘 원자시계 9대로 계산합니다. 9대의 시간을 평균 냅니다. 세슘 시계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고, 저마다 조금씩 정확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평균을 낼 때 더 정확한 세슘시계에 가중치를 둡니다. 시계의 정확도는 일정하게 진동하는 세슘 원자 덕분입니다. 1초에 91억9천263만1천770번 진동합니다. 현재 가장 정확한 세슘시계는 1억 년에 1초의 오차만 허용합니다. 잘 와 닿지도 않는 엄청난 정확도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시계가 나왔습니다. 표준과학연구원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한 시계입니다. ‘세슘’이 아니라 ‘이터븀’ 원자를 사용했습니다. 시계가 더 정확한 이유는 원자가 같은 시간에 더 많이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1초의 눈금이 더 많아지는 셈입니다. 이터븀은 1초에 518조2천958억3천659만865번 진동합니다. 진동수를 측정한 과학이 경이롭습니다. 이 시계의 정확도는 현재 가장 뛰어난 세슘시계와 맞먹습니다. 1억 년에 1초 오차. 전 세계 연구진의 목표는 100억 년에 1초의 오차만 허용하는 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터븀 시계도, 세슘 시계도, 사실 말만 시계입니다. 손목에 차고 다닐 날이 먼 미래에도 과연 올까 의문입니다. 원자시계의 복잡한 장비는 연구실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레이저를 쏘는 장비, 이터븀을 가열해 기체 원자로 쏘는 장비, 300m/s에 달하는 이터븀 원자의 속도를 늦춰주는 장비, 그 원자를 레이저로 잡아주는 장비 등입니다. 우리가 ‘시계’라고 부를 때 떠오르는 전자 액정도 없습니다. 바늘도 물론 없습니다. 상용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터븀 시계는 최장 6시간 가동할 수 있을 거라고 표준연은 설명했습니다.

100억 년에 1초 오차? 그렇게 정확해서 어디다 쓰려고?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한국 표준시를 우리 스스로 보정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세슘 시계 9개의 평균값이 얼마나 정확한 건지 우리 스스로 알 길이 마땅치 않았는데, 나름 기준이 생긴 것입니다. 또 미국과 일본의 이터븀 시계와 비교해서 그 정확도를 인정받으면 ‘1초’의 정의를 바꾸는 논의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현재 1초는 ‘세슘 원자가 1초에 몇 번 진동하는~’ 식으로 된 정의를 이터븀이 대체하는 것입니다. 도량형총회 전문가들은 2019년 관련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만든 이터븀 시계를 미국-일본 것과 어떻게 비교하느냐, 머리에 쥐나는 일입니다. 세 나라의 시계가 서로 다른 높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높이가 서로 다르면 시간이 다르게 갑니다. 한라산 정상에 있는 사람은, 한라산 밑에 있는 사람보다 지구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지구가 자전할 때 더 빠르게 움직이겠죠. 그럼 시간이 상대적으로 빨리 갑니다. 측정이 어려워서 그렇지 사실 그렇습니다. KTX 안에 있는 사람의 시간도 바깥에 있는 사람의 시간보다 빠르게 갑니다.

문제는 미국의 이터븀 시계가 우리나라의 이터븀 시계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것이 1.7km가량 높은 곳에 있다고 표준연은 설명했습니다. 산의 정상과 아래처럼, 속도가 다른 두 곳의 시계는 비교하는 게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표준과학연구원 이터븀 시계가 해발 몇 m에 있는지 정밀하게 측정해서 시간을 보정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 데이터는 너무 오래돼서 그것부터 다시 측정해야 합니다. 우리 이터븀 시계가 정확하다고 주장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 우리 시계가 해발 몇 m에 있는지부터 측정해야 한다는 사실, 시간의 정확도를 입증하기 위해 거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기사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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