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4일 월요일

벤츠의 첫 컴팩트 SUV…GLA클래스 200 CDI


벤츠 GLA클래스 200 CDI가 스페인 남부의 지중해 해안가를 달리고 있다./벤츠 제공

벤츠가 작아지고 날렵해 졌다. 크기가 작아졌다고 안락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형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편안한 것으로 따지면 동급 차량 중에선 이것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올 하반기 한국에 나올 벤츠의 컴팩트 SUV 모델 ‘GLA클래스’ 얘기다.

2월이지만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스페인 남부에서 GLA 클래스의 기본형인 200 CDI(디젤) 4륜구동(4matic)의 운전석에 올랐다. 주행코스는 휴양지로 유명한 말라가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서린 그라나다까지 150Km, 왕복 300Km 구간.

벤츠 GLA클래스 200 CDI가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인근의 오프로드를 달리고 있다./벤츠 제공

가는 길은 지중해 해변과 깎아지른 절벽이 반복되는 해안코스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껏 속도를 내볼 수 있는 고속도로와 아찔할 정도의 비탈길이 내려다 보이는 산악지대로 잡았다.

오후 2시. 말라가 자동차 박물관을 출발, 시내를 빠져나가자 오른쪽 시야로 파란 지중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일반도로 주행 후 해안도로 진입까지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GLA 클래스는 그저 삼각별 모양의 벤츠 마크를 단 소형 SUV일 뿐이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조금씩 진가가 나타난다. 스포츠카처럼 이륙 직전의 비행기가 튀어 나가는 듯한 가속능력은 없다. 하지만 속도가 붙자 컴팩트형 차가 무색하리만치 안정적이면서 힘있는 드라이빙을 보여준다.

벤츠 GLA클래스 200 CDI가 스페인 남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벤츠 제공

차를 날려버릴 듯한 풍절음이 거슬리긴 했지만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실제 바람이 덜 부는 내륙구간에서는 속도를 최대로 올려도 선풍기 1단 정도의 바람소리에 그쳤다. 디젤음이 실내로 들어오지도 않아 소음문제는 일단 합격점을 줄 법하다.

2시간을 달려 그라나다에 도착, 잠시 휴식 후 올리브와 아몬드, 오렌지 농장을 배경으로 30여분간 비포장도로를 체험했다. GLA의 ‘G’가 말해주듯, 이 컴팩트 SUV 차량의 장점 중 하나는 오프로드 주행이 훨씬 편안하다는 것이다. 벤츠는 오프로드 기능 차량에 G를 붙인다.

이 차는 전륜을 기반으로 해 평상시엔 앞바퀴로 굴러간다. 눈이나 비로 인해 노면상태가 고르지 않거나 비포장도로에서는 뒷바퀴로 힘이 전달돼 4륜구동이 된다. 전륜과 후륜, 그리고 4륜 구동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가변식이다.

벤츠 GLA클래스 200 CDI가 스페인 남부 산악지대를 달리고 있다./벤츠 제공

가변식 4륜구동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나타난다. 일단 서스펜션이 살짝 뜨면서 차체가 30mm 가량 올라간다. 물론 사람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차량의 오프로드 운전보다는 부드럽게 운전대를 잡아도 무리가 없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하다.

특히 내리막길 경사 구간에선 가속을 제어해주는 DSR(Downhill Speed Regulation) 기능이 작동,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야 하는 부담을 덜어줬다. 차는 마치 나한테 맡겨 보라는 듯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며 서서히 내려갔다.

이튿날 아침, 그라나다에서 말라가로 돌아오는 구간은 전날 해안도로와 달리 쭉뻗은 고속도로 구간이라 마음껏 밟아볼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로 바꿔 속도를 내니, 바닥에 착 깔리는 듯한 안정감이 더해졌다. 운전대가 무거워져 계기판을 내려다보면 속도계 앞자리가 2에 육박하곤 했다.

벤츠 GLA클래스 200 CDI의 내부./벤츠 제공

컴팩트형이라지만 GLA 클래스에는 중형차급인 2200cc급 엔진이 얹혀있다. 엔진 개발 엔지니어인 프랭크 우프하우스는 “2200cc는 벤츠에선 다소 규격화된 엔진이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에 좋다”며 “RPM을 낮게 가져가면서 출력을 높일 수 있어 특히 컴팩트카에 유리하다” 고 말했다.

벤츠의 다른 클래스처럼 사각지대를 스스로 인식해 차선을 바꾸거나 졸음운전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경고음을 내는 트래블링 패키지도 GLA클래스에 빠지지 않는 기능이다. 실제 차선을 줄타기하듯 달리니 운전대가 부르르 떨리며 안전운전을 하라고 재촉했다.

산악지대 커브구간에선 패들 시프트를 이용, 기어를 바꿔 수동 변속의 재미를 더한다. 자칫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조작할라 치면 성을 내듯 으르렁 거리기도 했지만 차는 이내 브레이크의 힘을 크게 빌리지 않고도 급커브 내리막길을 여유있게 내려갔다.

벤츠 GLA클래스 200 CDI의 엔진룸./벤츠 제공

이날 시승에는 한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6개국 기자들이 참석했다. 벤츠 GLA 클래스 차량 20여대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할 만했다. 벤츠는 3주에 걸쳐 총 45개국 기자들을 불러 시승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 제원, 가격은…

GLA클래스의 차체 높이는 1494mm에 불과하다. 언뜻 봐선 SUV인지 몰라볼 정도다. 낮은 차체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속도와 연비를 동시에 잡았다. 공기저항계수가 0.29로 웬만한 SUV보다 훨씬 낮다. 물론 0.24정도인 벤츠의 다른 세단 형님들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SUV 차량의 공기저항을 0.3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는 건 나름 성과다.

벤츠 GLA클래스 200 CDI의 뒷좌석과 트렁크/벤츠 제공

200 CDI 모델은 136마력에 300Nm(약 30.6Kg/m)의 토크로 경쟁차종인 BMW의 X1이나 아우디의 Q3에 비하면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대신 연비가 최상이다. 유럽기준으로 100Km를 달리는데 4.3리터의 기름밖에 들지 않는다. 1리터로 23km 넘게 가는 셈이다.

보다 힘있는 엔진을 원할 경우 220이나 250을 택하면 된다. 220 CDI의 경우 170마력에 350Nm(약 35.7Kg/m)의 토크로 경쟁 차종에 비해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250 4륜구동은 이보다 더한 211마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7.1초면 충분하다.

전장 4417mm, 전폭 1804mm로 X1과 Q3의 중간 정도되는 사이즈로 컴팩트형 SUV가 대부분 그렇듯, 뒷좌석은 어른 3명이 앉기에 다소 비좁다. 트렁크도 작아 보이는 편이다. 대신 뒷자석이 시트별로 접어지면서 적재 용량이 최대 3배까지 넓어진다. 골프백이나 캠핑용품, 스노보드 등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벤츠와 아우디, BMW 3사의 컴팩트형 SUV 제원 비교

벤츠는 GLA클래스의 타깃을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로 잡았다. 프리미엄 SUV 컴팩트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그 대상이다. 싱글 라이프를 즐기거나 신혼부부, 혹 자녀가 1~2명 정도 있는 가정이라면 고려해 볼 법하다.

GLA클래스는 벤츠가 A클래스와 B클래스, CLA클래스에 이어 내놓은 4번째 컴팩트카다. 벤츠는 올 연말쯤 5번째 컴팩트카를 발표, 컴팩트 라인업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0 CDI의 독일 현지 판매가는 옵션을 빼고 3만2130유로(약 4800만원), 4륜구동은 3만6509유로(약 5400만원)다. 220 CDI는 3만7038유로(약 5500만원), 4륜은 3만9252유로(약 5700만원).
<기사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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