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 월요일

정부 ‘여행제한구역 경보제’ 있으나마나

강제규정 아니고 홍보도 미흡
서비스 가입자 갈수록 감소 추세

여행사도 고객에게 잘 안 알려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폭탄테러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운영 중인 여행제한구역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여행·체류 때 주의가 요구되는 정도에 따라 4단계 여행경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단계 여행 유의-2단계 여행 자제-3단계 여행 제한-4단계 여행 금지’로 나뉜다.

이번에 테러가 발생한 시나이반도는 2012년 2월 한국인 관광객 3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이후 여행경보가 2단계에서 3단계로 강화됐다.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귀국을 종용하고 여행도 가급적 취소하거나 연기를 권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데다가 홍보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보니, 여행지의 안전정보를 미리 숙지하고 길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2009년 해외여행 등록제 ‘동행’을 마련해 여행자에게 방문지 정보를 알려주고 현지에서 효율적인 영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가입자는 시행 첫해 7379여명에서 꾸준히 줄어 2012년에는 4162명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모바일 앱(앱플리케이션)도 선보였지만 1만4695명이 가입하는 데 그쳤다. 2013년 한국인 해외여행자가 14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하면 크게 적은 숫자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 오류 때문에 가입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아직 제도 개편은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고객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꼼꼼하게 알리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제한 조치가 내려진 지역이라도 여행을 가겠다는 요청이 있으면 일정을 잡는다”고 말했다. 불황의 골이 깊다보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발생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까지도 상당수 성지순례객이 이번 테러 사건이 난 경로를 따라 이집트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제한지역의 한국인 보호 문제는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샘물교회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목사 1명과 봉사대원 1명이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의제로 부각됐으나 소수의 현지 대사관 인력만으론 감당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는 여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으나 사업 등의 목적으로 불법 입국하는 한국인들로 현지 대사관은 골치를 앓았다. 외교부는 현지 정부와의 협조 체제를 강화해 여행제한·금지 구역에 입국하는 한국인들의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민들 개개인이 여행금지·제한지역 출입을 자제하는 것이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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