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0일 월요일

지친 아빠에 희소식! 힘 덜 들이고 아이랑 ‘셀프 놀이’


1 상대를 이불에 태워주는 이불배 놀이. 그림 권규리

[베이비트리] 셀프 놀이

베개 왕복달리기 등 아이 혼자 놀기

아빠는 시범 보이고 관리해주면 돼

추임새 넣어주고 규칙 만들기 중요

2 종이컵을 불어 목적지까지 다녀오는 놀이. 그림 권규리

근육 많이 써 지치면 중단시켜야

너무 잦으면 곤란…일주일에 한번만 


‘피로사회’ 대한민국에서는 아빠들이 꿈꾸는 놀이가 있다. 바로 아이가 빠른 시간에 지칠 수 있는 놀이가 그것이다. 8살 전후의 남자아이 아빠라면 그 소망은 더욱 절실하다. 나 역시 그랬다.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나는 아들과 하는 놀이가 즐거우면서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아들과 몇 개의 놀이를 하고 쉬려고 하면 아들은 다시 새로운 놀이를 해달라고 떼를 썼다. 아들의 에너지는 펄펄 넘쳤고, 아빠인 나의 에너지는 쉽게 고갈됐다. 바깥일로 너무 힘들고 지친 날에 아들이 계속 놀자고 하면 나는 곤혹스러웠다. 그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나는 5분 만에 아이의 에너지를 방전시킬 수 있는 놀이가 절실했다. 그런 고민 끝에 발견해낸 것이 ‘셀프 놀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가 두려운가? 힘을 덜 들이면서 아이랑 놀고 싶은가? 걱정 마시라. 셀프 놀이가 있다. 셀프 놀이를 하면 아빠는 힘을 덜 쓰고, 아이는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 이 놀이법을 알면 아이와의 놀이가 두려울 것이 없다. 두 명의 아이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셀프 놀이의 특징 | 셀프 놀이를 할 때 아빠는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아이와는 일절 신체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훌륭한 놀이가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의 큰 목소리와 추임새, 그리고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3 풍선 오래치기 놀이. 그림 권규리

우선 아이가 놀이를 모른다면 아빠가 시범만은 보여주어야 한다. 대표적인 셀프 놀이인 베개 왕복달리기의 경우를 살펴보자. 베개 두 개를 3미터 거리에 놓아둔다. 그런 다음 아빠는 왕복달리기 시범을 보여준다. 베개 사이를 왕복하면서 ‘한 번, 두 번…’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아이에게 할 수 있겠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아이는 하겠다고 한다. 자, 이제 아이와 규칙을 정할 시간이다. 8살 남자아이의 왕복달리기 한계 횟수는 대략 50회 정도다. 약속을 할 때는 그보다 좀 많은 숫자가 유익하다. 아빠는 ‘100번 할래, 200번 할래?’라고 묻는다. 그러면 아이는 200이라는 숫자가 너무 많음을 직감적으로 안다. 그래서 거의 100번을 한다고 말한다. 

자, 이제 왕복달리기를 해보자. 우선 아빠는 시범을 보였으니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아들에게 출발 준비를 시킨다. 그리고 ‘출발~’이라는 말과 함께 아이가 달리기 시작한다. 한 번을 왕복하면 ‘한~번’이라고 크게 외쳐준다. 이어서 ‘두 번, 세 번, 네 번…’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 그리고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준다. “우리 아들 잘 달린다” “아들,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친다. 그런 칭찬에 아이의 발걸음은 쉬지 않고 달린다. 그러나 30회가 지나면서 아이의 속도는 현저하게 느려진다. 그리고 40회 이전에 다리가 한 번 출렁거리면서 균형을 잃는다. 바로 이때다. 균형을 잃었다는 것은 에너지가 현저하게 고갈됐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그때 아빠는 놀이를 중단시킨다. 그러면 아이는 큰 대자로 바닥에 눕는다. 다리에 힘이 풀렸기 때문이다. 아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이미 맺혀 있을 것이다. 이제 아빠는 물수건을 가지고 와서 닦아준다. 아빠가 “아빠랑 뭐 하고 놀고 싶어?” 물어봐도 아이는 손사래를 치면서 쉬고 싶다고 말한다. 100번을 하기로 약속한 아이는 40번 정도만 하고 중단해서 아빠에게 미안함을 갖는다. 더 이상 아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이렇듯 셀프 놀이는 5분 만에 아이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아이의 신체 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운동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생성되게 된다. 그러므로 급격하게 에너지가 고갈된 아이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셀프놀이 종류와 사용법 | 내가 아들과 놀면서 초기에 발견해낸 셀프 놀이는 ‘섀도(shadow) 놀이’다. 태권도의 발차기나 줄넘기를 주로 했다. 여기에서 줄넘기란 줄이 없이 동작만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태권도의 발차기를 한 100번 하니 아들의 에너지는 금방 고갈됐다. ‘섀도 줄넘기’를 100번 정도 하니 신기하게도 아이가 더 놀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섀도 놀이 종류를 늘려 나갔다. 복싱도 했고, 뛰면서 무릎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동작인 점프 니킥도 시도했다. 섀도 자유형(배영)으로 왕복하기 놀이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셀프 놀이가 있다. 바닥을 절벽이라고 생각하고 양손으로 올라가는 바닥 절벽 올라가기 놀이, 굴러서 왕복하거나 포복으로 왕복하기, 철조망 통과로 왕복하기(아빠가 소파에 기댄 상태에서 다리를 오므리고 무릎 밑을 아이가 통과하는 놀이)가 있다. 베개 역기나 덩크슛 놀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덩크슛 놀이를 할 때, 엄마와 아빠는 3미터 떨어져서 마주보며 앉은 뒤 양손을 모아 농구의 링을 만든다. 아이가 아빠에게 달려가 베개를 링 안으로 넣고, 그다음 엄마에게 달려가 베개를 링 안으로 넣는 놀이다. 

각종 생활용품을 활용한 놀이도 있다. 종이컵을 불어서 목적지 갔다 오기, 비닐봉지 스키 타기, 페트병 10개 불어서 쓰러뜨리기가 그것이다. 종이컵 불어서 목적지 갔다 오기의 경우, 반복적으로 숨을 내쉼으로써 단시간에 에너지 고갈 현상이 나타난다. 팔굽혀펴기, 빨대로 2리터 물 이동하기, 천장에 매달린 풍선 100번 발차기, 풍선 오래치기도 셀프 놀이에 해당한다. 이불산 넘어가기는 5~7살 아이가 선호하는 놀이다. 커다란 베개를 거실 바닥에 놓는다. 그리고 작은 베개를 큰 베개 옆에 밀착시켜서 완만한 경사를 만든다. 그다음 겨울 이불을 그 위에 덮는다. 그러면 작은 산이 만들어진다. 아이는 굴러서 베개 산을 넘어가면 된다. 5살 아이의 한계는 대략 20번 정도다. 아이에게 ‘30번 할래, 50번 할래’라고 질문한다. 아이가 굴러서 넘어갈 때 공회전을 하기에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려갈 때는 쏜살같이 내려올 수 있다. 이때 아빠는 “힘내라” 또는 “우리 딸 잘한다”라고 큰 소리로 외쳐준다. 그런 칭찬에 아이는 힘이 드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넘어간다. 하지만 10번 정도 넘어가면 에너지의 양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4 베개를 활용한 왕복달리기 놀이. 그림 권규리

두 아이의 셀프놀이 | 5살과 7살, 7살과 9살의 남자아이라면 여기에 맞는 셀프 놀이가 있다. 나이 차이가 나는 형제자매 간에 하는 놀이에서는 어드밴티지 룰을 사용해야 서로 불만이 없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대표적인 놀이로는 이불배 놀이가 있다. 가벼운 이불을 거실에 펼친 다음 두 아이가 서로 상대방을 태우는 놀이다. 거실 끝에서 맞은편까지 태워주는 놀이다. 형이 동생을 두 차례 이불배를 태우고 왕복하면 동생은 형을 태우고 한 번을 왕복하면 된다. 그러면 힘의 균형을 맞출 수가 있다. 이때 아빠는 소파에서 큰 소리로 응원을 하면 된다. 더욱 재미있게 하려면 아이 2명이 서로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숫자를 정(正)자로 표시하면 된다. 그러면 동기부여가 되어 더욱 열심히 한다. 

섀도 자유형 놀이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 바닥에 엎드려서 3미터 거실을 자유형으로 수영을 해서 가는 놀이다. 처음에는 같은 위치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두 아이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이때 아빠가 나서서 룰의 변경에 대해 설명하고 어드밴티지 룰을 적용한다. 출발 지점을 1미터 전후로 차이가 나게 한 다음 시작한다. 그러면 결승선에 비슷하게 들어온다. 이래저래 아이들의 에너지는 더욱 빠르게 고갈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행복하다. 경쟁자가 있어서 흥미롭고, 아빠가 곁에서 함께해주기 때문이다.

주의사항 | 셀프 놀이는 힘든 아빠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이 유용한 놀이다. 그런데 아이를 볼 때마다 이 놀이를 사용하면 안 된다. 물론 놀이에서 아빠의 신체적인 컨디션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너무 잦으면 아빠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기 쉽다.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아빠학교 카페 http://cafe.naver.com/swdad)
<기사 출처 :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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