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2일 수요일

위염, 헬리코박터균·흡연·음주 등 원인


위는 위산, 음식,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균 등에 의해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 기관이다. 따라서 위내시경에서 위 표면만 손상된 ‘표재성 위염’이 발견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위점막의 손상이 지속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위의 표면 점막이 얇아지며 위산분비가 잘 안 되는 ‘위축성 위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성위염으로도 불리는 위축성 위염은 전 국민의 10% 이상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며 이 자체가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축성 위염은 표재성 위염과는 달리 오래 방치하면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위축성 위염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는 헬리코박터균, 흡연, 음주, 고염식이(소금에 절인 식품), 불에 탄 음식, 질산염 함유 음식(가공된 햄, 소시지류, 베이컨, 핫도그 등) 등이 있다. 이중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 점막 위축의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의 날문(파일로리·위와 작은 창자 사이의 문)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모양의 균(박터)이다. 1979년 호주의 병리학자 로빈 워런이 발견했고 1982년 호주의 미생물학자 배리 마셜이 배양에 성공해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전에는 위산으로 덮인 위 속에는 세균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헬리코박터균의 길이는 2∼7㎛. 헬리코박터균은 ‘우레아제’라는 효소를 만들어 위 점막에 있는 극미량의 요소를 분해, 알칼리성의 암모니아를 만들어 주변을 중화시킨다. 이렇게 해서 위산으로 가득찬 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3, 4개의 편모를 갖고 있어 위벽의 점액 단백질인 뮤신층을 자유롭게 지나다닌다. 균 자체에서 여러 가지 독소를 분비하고 위장이나 십이지장 점막에 장애를 일으켜 궤양을 발생시키거나 궤양이 재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세균에 의해 위염이 지속되면 위상피세포의 점액 및 중탄산염 분비기능, 상피 재생기능이 떨어져 결국 위상피세포가 감소하면서 위벽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이 온다. 위축 정도가 심하면 위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위축성 위염은 특이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속쓰림, 복부 팽만감, 소화장애, 트림, 식욕부진 등 일반적인 위장관 증상을 동반할 수는 있다. 

위점막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 위축성 위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A와 C가 풍부한 채소 및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위점막을 손상시키고 위염을 유발하는 짜거나 절인 음식의 섭취를 삼가며, 단백질이나 지방을 태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을 섭취하지 않도록 탄 고기나 탄 생선의 섭취를 피하는 등 식생활 개선이 필요하다.

이외에 음식물에 첨가된 감미료, 방부제, 향료, 색소 등에는 질산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위 내에서 발암 물질인 아질산염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해야 한다. 또한 금주 및 금연과 더불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축성 위염으로 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의 경우 위의 부담을 가볍게 하기 위해 식사 시 음식을 충분히 씹어 먹고, 단단하고 소화하기 힘든 음식은 피하며, 1회 식사량은 줄이되 식사 횟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치료로는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 항산화제의 섭취, 위방어인자 증강제와 같이 위장관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후 위축성 위염이 진행된 경우에는 제균 치료를 하더라도 위축성 위염이 좋아지지 않지만 더 진행되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위축성 위염이 내시경에서 관찰되더라도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위축성 위염이 10년 이상 지나면 1년에 약 150명당 한 명 정도에게서 위암이 발견된다. 따라서 생활습관의 개선과 함께 매년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서정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기사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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