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일 화요일

"냉장고에 돈 넣어라"…신종 보이스피싱 적발



"은행 계좌에서 누군가가 돈을 빼가려고 합니다. 현금을 찾아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A할머니(69)는 지난달 25일 낮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계좌에 보관된 현금이 위험하다는 소식이었다.

전화를 건 이들은 금융감독원 직원과 현직 경찰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은행 계좌에 돈을 두면 불안하니 현금을 찾아 집안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A할머니를 설득했다.

이들의 말을 믿은 A할머니는 현금 7000만원을 집 냉장고에 넣어두고 경찰관을 만나러 인근 경찰서로 향했다. 그러나 집을 비운 잠깐 사이 냉장고에 넣어둔 현금은 사라지고 말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서장 김갑식)는 특수절도 및 특수절도미수, 사기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중국동포 정모(52)씨와 김모(53)씨를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중국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A할머니가 냉장고에 넣어둔 현금 7000만원을 집 안에 침입해 절취한 혐의다. 정씨 등은 경찰관을 사칭한 중국발 보이스피싱 전화 조직원이 A할머니로부터 알아낸 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해 손쉽게 빈집에 침입, 냉장고에 보관된 현금을 털어갔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냉장고에 현금을 넣어두고 나온 A할머니는 "현금을 추가로 찾아 인근 파출소로 가지고 오면 위치추적기를 달아 지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현금 4000만원을 추가로 인출했다.

전화 조직원으로부터 미리 지시를 받은 정씨는 인근 파출소에서 A할머니를 만나 경찰관 행세를 하며 태연하게 돈다발을 받아 챙겼다.

경찰관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추가로 현금을 건넨 후 집으로 돌아간 A할머니는 뒤늦게 자신이 냉장고에 넣어둔 현금 7000만원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신고를 받은 영등포경찰서는 강력3팀과 강력5팀 공조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직접 아파트에 침입해 현금을 훔쳐간 사실을 토대로 A할머니가 거주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CCTV를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CCTV엔 택시를 타고 와 A할머니의 집에 침입했다가 돌아가는 정씨와 김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또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속여 A할머니로부터 추가 인출한 현금을 받고 도망치는 정씨의 모습 역시 확인 가능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정씨와 김씨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후, 전화 조직원이 처음에 영등포경찰서로 피해자를 꾀어낸다는 점에 착안해 정문 근무자에게 인근을 서성이는 인물들을 주의해 살피도록 지시했다.

정씨 등은 범행 이틀 후 동일한 수법으로 또 다른 할머니 B(75)씨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다 덜미를 잡혔다. 영등포경찰서 강력3팀 소속 정금용 경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경찰서 정문 앞을 서성이는 B할머니를 발견한 것이다.

정 경장은 B할머니의 통화내용을 청취한 후 A할머니에게서 돈을 뜯어간 수법과 동일한 범죄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B할머니는 집 안 전화기 옆 가방에 현금 2200만원을 넣어두고 나온 상황이었다.

정 경장의 보고를 받은 경찰은 즉히 B할머니의 주거지로 출동했다. 다행히 정씨 등은 출입문 비밀번호 오류로 B할머니 집에 침입하지 못하고 도로가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정씨 등은 이미 A할머니로부터 받은 돈을 중국 전화 조직원이 지시한 또 다른 보이스피싱 인수책에게 넘긴 상황이었다. 경찰은 정씨와 김씨를 입건하는 한편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중국 전화 조직원 및 이들에게서 돈을 넘겨받은 인수책에 대한 추적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노인들에겐 여러 사례를 알려주고 주민이나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해야 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낯선 이들에게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고 112에 신고부터 하라"고 당부했다.
<기사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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