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3일 목요일

알고 떠나자 알리고 즐기자



커버스토리 / 안전여행 준비하는 법

비행기 타고 떠나는 여행자들이 늘수록 크고 작은 사고도 늘어난다. 하루 내내 긴장하다가도 잠깐 정신의 여장을 푸는 사이 사고가 난다.

하지만 불안에 떨면서 즐기기도 힘든 일. 아는 만큼 든든해지는 안전여행 도우미들이 있다.


<사례 1> 2013년 1월, 인도 중부지역. 장기간 혼자 여행하던 한국 여대생(23)이 호랑이 사파리에 나섰다. 여대생은 사파리를 안내하던 현지인 남성이 건넨 맥주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성폭행을 당했다. 경찰에 잡힌 용의자는 인도 지방법원으로부터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사례 2> 2012년 8월, 김아무개(18)양은 여름방학을 맞아 단기취업차 케냐를 방문했다. 일주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양은 나이로비공항 부근에서 마약사범으로 몰려 사흘간 여성전용 구치소에 구금됐다. 현지의 한 회사 직원에게서 목각인형을 서울로 배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화근이다. 1년 넘게 소송 공방이 이어진 뒤 2013년 9월에야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례 3> 30대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2010년 러시아 출장길 마지막날 모스크바 거리에서 여권을 소매치기당했다. 비행기 탑승을 얼마 남기지 않고 벌어진 일이어서 전전긍긍하다 한 뒷골목에서 여권을 파는 좌판을 발견했다. 거기서 기적처럼 자신의 여권을 찾았다. 한국돈 20만원 정도에 자기 여권을 사가지고 간신히 귀국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여행 유의·자제 지역 등 확인

해외여행등록제 ‘동행’

사건·사고 때 대처에 도움

영사콜센터 24시간 열려있어
해외여행 때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일상적으로 당할 수 있는 피해 유형들 중 일부다.

최근 해외여행객 관련 사건·사고들이 크게 늘어나 해외여행 안전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필리핀 관광객 선박 전복 40시간 표류 사고’(1월31일), ‘라오스 여행 대학생 익사 사고’(2월9일), ‘이집트 버스 폭탄테러’(2월16일), ‘필리핀 관광객 피살’(2월18일) 등 참사가 잇따라 일어났다. 해외여행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은 이런 대형 사건·사고들만이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절도·사기·성추행·소매치기 피해 등은 비일비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여행객 사건·사고 증가는 날로 험악해지는 지구촌 각 지역 상황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해외여행객 급증세와도 관련이 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25년 만에 해외여행객 연 1500만명 시대가 됐다. 2013년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출국자 수)은 1484만6000명이었다. 2005년 1000만명을 처음 돌파한 뒤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춤하다, 2010년부터 다시 해마다 평균 10% 이상씩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외교부 자료). 올해엔 16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개별여행 늘며 사고도 급증

사건·사고의 증가는 떼지어 이동하는 방식의 패키지여행이 퇴조하고, 여행지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탐방하는 개별자유여행이 대세가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2005년 ‘39.9% 대 56.6%’이던 ‘개별자유여행 대 패키지여행’ 구도가 2010년엔 ‘45.3% 대 34.8%’로 역전됐다(부분 패키지여행 제외).


관광공사 국외여행서비스센터 김관미 수석차장은 “2010년 이후 여행유형별 실태조사가 없었지만, 현재는 6 대 4 또는 7 대 3 정도로 개별자유여행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젊은층 여행객이 급증하고 또 이들을 표적으로 삼는 이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여행객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크고 작은 사고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여행객들이 안전한 여행을 하려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여행전문가들이 내놓는 방안을 들어보면 아쉽게도 ‘정답이 없다’이다. 안전한 여행이란, 결국 본인이 스스로 챙기고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해외 안전여행 지침들을 숙지하는 것이다.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누리집(www.0404.go.kr)이나 한국관광공사의 ‘지구촌 스마트여행’ 누리집(www.smartoutbound.or.kr)에는 해외여행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대처법과 주의점들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어 알아두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누리집을 살펴보니 알려주려는 안전 여행을 위한 ‘큰 덩어리’는 두개다. ‘여행지 상황을 알고 떠나라’와 ‘시시각각 조심하고 준비하라’다. ‘알고 떠나기’의 대표적 장치가 외교부에서 마련한 ‘해외여행 경보제도’다. 경보제란 여행 때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국가와 지역에 대한 정세와 위험요인 등을 위험수준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해 알려주는 제도다.

전세계 나라(또는 지역)를 ‘1단계: 여행 유의’(신변안전 유의), ‘2단계: 여행 자제’(신변안전 특별유의, 여행 신중 검토), ‘3단계: 여행 제한’(긴급한 용무 아니면 귀국, 여행 취소·연기), ‘4단계: 여행 금지’(즉시 대피·철수, 방문 금지)로 나눴다. 현재 여행 금지 지역(4단계)은 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시리아·예멘·이라크 5개국 전 지역이다. 여행 제한 지역(3단계)은 남수단·리비아(이상 전 지역)·미얀마(국경 지역)·일본(후쿠시마현 일부 지역) 등 28개 나라(전 지역 또는 일부 지역)다. 지난 2월16일 버스 폭탄테러 사고가 일어난 이집트 시나이반도 내륙도 여행 제한지역이다.

‘알고 떠나기’엔 ‘알리고 떠나기’도 포함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여행 전 신청을 통해 ‘누가, 어느 곳으로, 언제 떠나는지’를 밝혀두고 떠나는 것이다. 해외여행등록제 ‘동행’이 그것이다. 긴급 사건·사고 때 효율적인 소재 파악과 대처에 도움이 되도록 한 제도다. 여행자의 신상정보와 여행 일정, 현지 연락처, 국내 연락처를 등록해 두면, 여행자에게 여행지 치안상황·자연재해 등 현지 안전정보를 메일로 보내주고, 비상상황 때 긴급 연락망을 가동하게 된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여행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요긴한 연락망으로 영사콜센터(국제전화코드+822-3210-0404)도 있다. 24시간 열려 있는 종합상담전화다. 긴급 사건·사고 발생 때 도움을 청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콜센터에선 도난·분실로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 도움이 가능한 ‘신속 해외송금 지원제도’도 운영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지구촌 스마트 여행’ 누리집에선 여행 짐꾸리기에서부터 각국 여행지도, 외교부의 여행경보제도, 안전여행 오디오 가이드, 금융·보험, 언어별 기본회화 등 안전한 해외여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절도·사기 지능화…조심·경계가 최선

‘조심하고 준비하기’는 사실 여행자들이 익숙하게 들어온 내용들이다. 그러나 여행전문가들은 낯선 여행지에서 불의의 사건·사고를 최소화하고 긴급상황에 대처하려면 ‘조심과 준비’ 외엔 방안이 없다고 말한다. 1년에 두세달가량을 해외여행에 쓰고 있다는 여행작가 백상현씨는 “일단 여행을 떠난 뒤 불시에 발생하는 큰 사건·사고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소매치기·절도·사기 등 피해는 신경 써서 대비하면 최소화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름난 관광지의 경우 갈수록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조심하고 준비해도 불안하기만 한 여행자들을 위해, 한국관광공사 국외여행서비스센터가 여행작가·여행블로거·관광업계의 조언을 모아 만든 ‘안전한 해외여행 10계명’을 소개한다. 여행길에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다.

1. 소매치기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표적이 되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2. 불심검문을 두려워 말자. 가짜 경찰관을 조심해야 한다. 불심검문 때 먼저 경찰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해야 한다. 3. 과도한 친절을 경계하라. 어린이를 포함해 음료수를 건네는 자, 굳이 도와주겠다는 자를 조심하라. 4. 큰 소리로 외쳐 도움을 청하라. 성추행 때, 도난당했을 때, 다툼이 생겼을 땐 주위에 경찰을 불러달라고 도움을 청하라. 5. 모든 서류를 챙기고 보관하라. 경찰·병원·관공서 등에 갔을 경우 증명서·진단서·영수증 등은 모두 챙겨와야 한다. 6. 상비약을 준비하라. 배탈·상처 등에 대비한 상비약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7.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라. 여행 전에 사고·질병·도난에 대비해 반드시 보험 가입을 하는 게 좋다. 8. 차량 통행 방향에 주의하라. 일본·홍콩·영국·말레이시아·타이 등 44개국은 차량들이 좌측통행이다. 걸을 때도 운전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9. 여행지 정보를 숙지하라. 질병·재난·정치상황·기상 등을 미리 알고 떠나야 한다. 10. 의사소통 대비책을 강구하라. 현지어·영어 소통 능력이 미흡하다면 일상생활 용어가 음성 지원되는 앱 등을 챙겨가면 좋다.

결론이다. 안전, 스스로 조심하고 대비해야 한다. 만약의 사건·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자만이 ‘험난한’ 해외여행길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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