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1일 화요일

1세대 아우디 R8의 마침표를 찍는 LMX

모든 좋은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LMX는 R8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델이다. 출력은 앞서 나온 모든 R8보다 근소하게 높다. 또한, 레이저 라이트라는 세계 최초의 기술(아우디 기준으로)을 더했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지는 것은 전 세계에 99대만 존재하기 때문에, 런던 중심가에 살지 않는 이상 이 차를 볼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이 차를 선택할 만큼 대단한 이유 같은 것은 없다. 2세대 R8의 개발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아우디는 R8의 수익성 높은 ‘특별’ 버전을 조심스럽게 소량으로 내놓아 왔다. 그러나 V10 엔진과 7단 S-트로닉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처음으로 추가했을 때를 빼면, R8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구성요소는 2006년 처음 나왔을 때의 것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 상황에서도, LMX와 6년 전에 같은 V10 엔진을 얹고 나온 모델의 최고출력 차이는 38마력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특별함에도 불구하고 LMX를 받아들여야 할 진짜 이유는, 1세대 R8이 안타깝게도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이제 본격적인 봄이 오면 오리지널 R8은 아우디 브랜드의 추억 속으로 조용히 묻히고, 새로운 치장과 기술로 무장한 후속 모델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2세대 R8은 최소한 자료상으로는 더 빠르고 친환경적이며, 가볍고 영리하다. 야심이 큰 개발조직인 콰트로 유한회사(GmbH)는 직접 디자인한 2세대 모델을 최소한 1세대 모델만큼 흥분되도록 만들기 위해, 모기업의 재정적 뒷받침과 단호한 결정을 지켜볼 것이다.

  
 
1세대 모델이 거둔 성과를 감안하면, 2세대 모델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확고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누구나 R8을 매우 원숙한 차라고 생각하지만, 단지 빠르기만 한 과장된 형태의 TT로 만들어졌다면 지금에 와서 포르쉐 911을 능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미드십 구동계를 갖춘 양산차에 대한 첫 시도에서 아우디는 정말 뛰어난 스포츠카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지금까지 나온 람보르기니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는 걱정이 늘 뒤따랐다. 하지만 발터 드 실바에 의해 부드럽게 다듬어진 차체 겉면의 이탈리아식 모서리들은 아우디가 열심히 손질한 하체와 결합되어 실용성 면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던 포르쉐 911을 밀어내고, R8을 모든 요구에 알맞은 해법을 제시하는 유일한 차로 만들었다.

  
 
2008년에 V8 엔진 모델로 출시된 R8은 1년 뒤에 본지의 ‘영국에서 가장 운전 재미가 뛰어난 차’ 타이틀을 차지했고, 영화 '아이언 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차로 쓰였다. 나는 그해에 R8을 처음 몰아보았고, 뛰어난 직진 주행 안정성, 끈끈한 접지력, 코너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감각을 모두 갖춘, 그런 성격을 지닌 차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나는 차에 대한 믿음과 운전의 즐거움이 초보자의 손에 그렇게 쉽게 전달되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신형 R8이 어떤 차가 될지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인 우라칸에서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으며, 그것은 LMX가 오랫동안 즐길 만한 의미를 갖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새 람보르기니는 타버린 식빵 조각으로 만든 별모양보다 더 거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요소들보다 빠른 달리기를 더 큰 가치로 삼은 것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치장(나파 가죽 내장재에 더해진 세팡 블루 색상 재봉선)에도 불구하고, LMX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마치 바닥이 얇은 운동화를 신었을 때처럼 정확하게 노면 상태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모든 R8이 그렇듯, 전자기 조절식 댐퍼의 섬세한 충격흡수 능력은 매우 놀랍다. LMX에는 크고 예쁜 디자인의 20 스포크 19인치 휠이 달려 있지만,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보며 마치 타이어 대신 마시멜로우가 끼워져 있을 거라 착각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첫 커브를 만났을 때 알 수 있다.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머리와 목뿐이기 때문이다.

  
 
LMX가 노면을 확실하게 끌어안고 달리는 것 역시 우연히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다. 콰트로의 기술자들이 복잡한 형태의 알루미늄 구조물을 손으로 용접해 R8의 스페이스프레임으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이틀이 걸린다. 알루미늄 합금은 다루기 까다롭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가볍고 놀랄 만큼 튼튼한 구조는 섀시에 관한 모든 선입견을 떨쳐버릴 수 있는 능력의 바탕이 된다.

  
 
섀시에는 강제윤활방식 V10 5.2L 엔진이 올라가는데, LMX의 것은 R8 GT에 쓰인 것보다 10마력 높은 570마력 버전이다. 하지만 출력 차이는 무의미하다. 이 엔진은 다른 R8에 쓰인 것과 똑같이 크고, 유연하며, 매끄럽고, 박력 있다. 또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48km에 이를 때까지 달려 나가는 태도는 정말 비현실적으로 부드럽고 매끄럽다.

  
 
람보르기니는 우라칸에 이탈리아 차다운 색깔을 담기 위해 같은 V10 엔진의 610마력 버전을 택했다. 아우디에 쓰인 엔진은 마치 비단으로 만든 타이밍 벨트를 쓴 것처럼 매끄럽게 움직인다. 낮은 회전수일 때의 LMX는 액셀러레이터를 더 깊게 밟을 때의 놀라운 반응을 경험하지 않는다면 다루기 쉬운 차라고 착각할 정도로 고분고분하다. 힘이 약해지거나, 반응이 더디거나, 정확하지 않게 반응하는 일은 없다. 더 강력하고 우렁차며 빠르게 회전수를 높여나갈 뿐이다.

  
 
R8이 아닌 다른 차에서도 회전수 조절이 자유로운 대배기량 엔진의 넉넉한 힘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LMX가 힘을 뿜어내는 느낌은 특별하다. 콰트로 시스템이 쓰인 LMX가 주행 중 대부분 뒷바퀴굴림 차처럼 느껴진다는 점은 오히려 놀랍지 않다. 동력(또는 배분되는 동력의 대부분)이 앞 차축으로 전달되는 도중에도 뒷바퀴에 집중된 동력전달 특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라칸에서는 그만큼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R8의 4륜구동 특성은 미드십 구동계 배치의 타고난 균형이 유기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섬세함과 차분함이 몸에 배어 있는 LMX는 매우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차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쉽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이 차가 놀랍고, 매우 뛰어나며, 무서울 정도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다. 상징성을 지닌 차라는 점에서, LMX는 단종될 이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도 있다. 아우디가 R8을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만든 상징적인 차라는 점은 단종시켜야 할 합당한 이유가 된다. 또한, 넓은 시각으로 보면 LMX가 지금까지 만들어진 R8 중 가장 뛰어난 버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단종되기에는 아깝다. 그런 점에서 V10 엔진, S-트로닉 변속기,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같은 대부분의 값비싼 요소를 버리고, 처음 V8 엔진 모델이 제시했던 이상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사 출처 : 아이오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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