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9일 일요일

“수학 포기자 줄이려면 ‘기계적 풀이’ 수능 고쳐야”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과도한 문제 풀이에 지쳐 수학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ㆍ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부 대책 ‘쓴소리’
ㆍ“인문계 논술도 수학…현행 입시, 개인·국가에 도움 안돼”

부모의 유학으로 5년간 미국에서 살았던 ㄱ양(18). 그가 가장 좋아한 과목은 수학이었다. 중3 때 한국에 와서는 단번에 수학을 접어버렸다. ㄱ양 부모는 그렇게 호기심이 많고 사고하는 걸 좋아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수학을 포기하는 걸 보고 망연자실했다.

지난 26일 서울 한강로동에 있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에서 만난 송인수 사걱세 공동대표(51)는 지인의 딸 ㄱ양 이야기부터 꺼냈다. “수학을 포기하면서 공부 자체를 내려놓게 됩니다. 꿈까지 포기하는 것이죠.”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급증하자 교육부는 최근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내놨다. ‘재미있는 수학’을 위해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두고 송 대표는 “수학의 흥미를 유발하려는 방향은 옳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을 놓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이 많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야 하는 수능시험이 바뀌지 않고서는 ‘수포자’ 문제 해결은 요원할뿐더러 이 문제를 비켜간 어떤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게 송 대표의 진단이다. 

사걱세는 오래전부터 준비한 ‘수포자 없는 입시 플랜’을 지난 25일 가동했다. 수능 수학 시험범위 재조정, 수학 교과서 20~30% 줄이기, 전공 특성에 합당한 수학 지식 요구, 수능 수학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 등 4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수학 포기 실태를 진단하는 연속 토론회를 갖고, 외국의 수학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비교하는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국민 서명운동도 함께한다.

송 대표는 “제일 슬픈 아이가 ㄱ양처럼 수학을 정말 좋아하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이 재미있게 바뀌더라도 수능을 의식한 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라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고교 3년에 배울 과정을 2년 내에 끝내야 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초등학교로 내려간다”며 “차분하게 수학을 즐겨야 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상위권 대학들이 수학 잘하는 학생을 우대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국문학을 전공한다 해도 영어와 수학을 다 잘해야 합니다. 어떤 대학은 인문계 논술에서 수학 문제를 내고 있지요. 개인이나 국가경쟁력에 과연 도움이 되는 입시제도인지 묻고 싶습니다.”

한편 사회혁신 기업가 지원단체인 아쇼카의 한국지부는 최근 송 대표를 ‘아쇼카 펠로(fellow)’로 선정했다. 송 대표가 입시 경쟁이나 사교육 과열 등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점을 높이 샀다. 송 대표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확산되도록 펠로를 지원해주는 것인 만큼 이번 운동이 큰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전국 ‘수포자’ 현황을 조사할 계획이라는 송 대표는 고교 인문계 학생 중 80%가 ‘수포자’일 것으로 예상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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