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1일 화요일

조용하게 돌아온 혼다 레전드

 자동차 사진 
 
혼다 신형 레전드가 국내에 슬며시 들어왔다. 론칭 일정이 꼬이면서 공식 발표회를 열지 못했다는데, 국내에는 4년 만의 재등장이다. 이번에는 풀모델 체인지를 거친 5세대 모델. 북미에서는 어큐라 RLX(RL의 후속모델)로 판매되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아무튼 ‘전설의 귀환’치고는 너무 조용하게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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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를 보며 지난 대우자동차 시절의 아카디아를 떠올리는 이라면 십중팔구 올드보이가 아닐까. 물론 카 마니아라면 다르겠지만. 아카디아는 국산차 브랜드로는 최초로 4천만원대를 넘어섰던 기억이다. 당시 고가에 형성된 수입차와의 가격 격차를 좁히는 데도 일조했다. 사실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뛰어난 핸들링. 대형 세단이지만 기아 엘란(로터스 엘란)에 버금가는 핸들링에 놀랐다. 아카디아는 2세대 모델로 앞바퀴굴림이지만 세로배치 엔진을 썼다. 가로배치로 바뀐 것은 4세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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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레전드는 디자인부터 새롭다. 언제부터인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 혼다 디자인이지만 레전드는 어느 정도 산에서 내려온 듯 보인다. 차체 길이 5m에 달하는 대형 세단인데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콤팩트한 느낌마저 준다. 자세히 보면 힘주어 한 획을 긋는 붓끝의 섬세함과 단호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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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쥬얼 아이(Jewel Eye) LED 헤드램프. 말 그대로 보석 같은 모양, 마치 물방울 다이아몬드 같은 5개의 원형 렌즈가 나란히 줄지어 반짝반짝 빛난다. 보기에만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각각의 렌즈는 안쪽에서부터 0°, 7°, 14°, 21°의 다른 각도를 비춰 전체적으로 시야를 넓혀준다. 프론트 그릴 가운데 엠블럼 주변의 두툼한 바에는 밖으로 표시나지는 않지만 ACC를 위한 레이더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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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으면 드라이버즈카라는 것을 직감한다. 다기능 스티어링 휠과 패들 시프트, 직관적인 계기 패널 등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구성이 짜임새가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도 달렸는데, 스티어링 휠에서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7인치 계기 모니터 위로 8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자리하며 빛 반사를 줄이기 위해 조금 깊숙이 들어가 있다. 다른 부분은 조그 다이얼로 조작할 수 있지만 내비게이션은 터치만으로 작동된다. 운전석에서 손끝으로 조작하기가 먼 감이 있다. 가죽과 우드, 메탈이 적절히 섞인 인테리어는 편안하고 공간은 꽉 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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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과는 별개로 디자인은 좀 오래된 느낌이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은 재떨이의 흔적과 컵홀더를 제외하면 따로 수납공간이 없다. 모바일 폰이나 지갑 등 소품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 대신 센터콘솔의 쓰임새가 좋다. 덮개를 열지 않더라도 밀어서 사용할 수 있고 공간이 넉넉하다. 방향지시등 레버 끝에는 카메라 그림이 있는데 여길 누르면 차의 앞, 좌우, 위에서 보이는 모습이 모니터에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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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파묻히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시트는 운전하기 좋은 자세를 뒷받침한다. 출발은 느긋하다. 저회전에서부터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디젤차와 다른 V6 휘발유 엔진 특유의 부드러움이 드러난다. 최대토크 37.6kg·m이 4,500rpm, 최고출력 314마력이 6,500rpm에서 터지는 고회전 엔진이다. 그렇다고 출발 가속이 뒤지는 것은 아니다. 조용하게 빠르고 가속에 여유가 있다. 액셀러레이터에 가하는 힘에 따라 충실하게 응답한다. 자동 6단과 매칭되어 힘의 전달과정이 복잡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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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만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중속에서 다음 고속으로 이행되는 과정 역시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rpm 상승은 가파르게 이행되지만 어느 순간에도 비명을 지르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왠지 스포티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기어 레버 아래 자리한 스포트 버튼을 누른다. 차체의 세팅이 조여지는 기분이 들면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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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몰아붙이면 순식간에 레드존을 넘나든다. 고회전 엔진다운 풍성한 파워에 모처럼 고배기량 휘발유차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사실 이런 즐거움을 앗아간 것은 세계적인 고유가 현상. 최근 유가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왠지 휘발유를 거리에 막 뿌리고 다니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아무튼 신형 레전드 3.5의 복합연비는 9.7km/L로 죄책감(?)을 가질 수준은 아니다.

연비효율을 돕는 것은 가변식 실린더 제어 기술,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이다. 저속이나 정속, 고속 등 주행속도에 따라 3기통, 때로 6기통으로 작동하는 실린더 오프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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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달리기 때문인지 차체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요철을 지날 때 댐퍼는 직선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잘 흡수했다. 묵직한 하체가 묵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독일차와 다른 일본차의 특징이 아닐까.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앞바퀴굴림이지만 뒷바퀴굴림 같은 중후한 승차감을 견지했다. 새로운 리어 서브 프레임을 적용해 진동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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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관련 기술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네 바퀴 정밀 조향기술 P-AWS(Precision-All Wheel Steer)다. 직진이나 차선변경, 코너링 때 앞바퀴의 움직임에 반응해 뒷바퀴의 움직이는 각도(토-인, 토-아웃)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가령 코너에 들어갈 때 뒷바퀴는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고속으로 차선을 바꿀 때는 같은 방향으로 공조해 주행상황에 맞는 조종성과 반응 속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제동 시에는 뒷바퀴가 모두 안쪽(토-인)으로 정렬됨으로써 안정성을 높여준다. 여기에 핸들링 보조 시스템(AHA:Agile Handling Assist)과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VSA:Vehicle Stability Assist)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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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인 부분은 그렇다 치고 실제 핸들링은 나긋하면서 정확한 느낌이다. 핸들링은 흠잡을 데 없지만 과거 아카디아에서 느꼈던 놀라움은 없다. 어쩌면 전자장비의 개입이 너무 많이 이루어진 때문인지 모른다. 부드러운 달리기, 부드러운 가속 등 온통 부드러운 인상만이 남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 중의 하나는 19인치 미쉐린 타이어다. 부드럽고 탄력적으로 하체를 받쳐준다.

부드러운 인상을 더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조용함이다. 엔진과 타이어를 포함한 하체, 도어 윈도 등 소음이 올라오는 부분을 주도면밀하게 차단하고 있다. 새삼 레전드가 이렇게 조용한 차였던가 다시 보게 됐다. 신형 레전드가 자랑하는 크렐(Krell) 오디오 시스템의 사운드는 무척 선명하게 들렸다. CD로 듣는 아델의 깊은 음색이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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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대보다 오버행이 짧아지고 휠베이스가 늘어난 효과는 뒷좌석에 집중된 듯 보인다. 뒷좌석은 무릎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센터 암레스트는 컵홀더 외에 다른 기능은 없다. 편하긴 하지만 본격적인 쇼퍼 드리븐용은 아니라는 얘기다. 암레스트는 그야말로 암레스트의 기능에 충실하다. 스키스루 구멍을 가죽으로 마감한 디테일도 섬세하다. 신형 레전드는 얼마간 세련되고, 또 얼마간은 진부하지만 개선점을 찾아 노력한 흔적은 돋보였다. 그것은 엔지니어적인 열정. 과거 혼다의 장점이었던 부분을 상당 부분 재발견하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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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쉐린 Primacy M×M4
혼다 신형 레전드가 신은 245/40R 19 타이어는 미쉐린 Primacy M×M4 제품. ‘메이드 인 캐나다’라는 표기에서 알 수 있듯이 북미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신형 레전드가 부드러운 인상이 강했던 만큼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 탄력적인 타이어도 꽤 인상적이었다. 한마디로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할까.

미쉐린 Primacy M×M4의 특징은 트레드 패턴 내부에 3D VTS 기술을 사용해 타이어의 블록과 블록을 견고히 유지시키는 데 있다. 3D VTS(Variable Thickness Sipes)란 블록과 블록 사이에 입체 사이프를 적용하고 각 위치별 사이프의 두께를 최적화한 설계기술. 일반타이어 사이프는 제동 시 블록 변형으로 노면 접지력이 약화될 수 있는데, 3D VTS를 적용하면 제동 시 타이어 블록의 변형을 최소화한다. 이는 결국 노면 접지력을 극대화해 안정적인 핸들링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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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 아이오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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