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1일 화요일

식당·미용실·술집도 `죽을맛`

◆ 현장경기 긴급진단 ◆

어두운 사회분위기에다 전·월세 부담에 직장인들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지난달 31일 서울 무교동 먹자골목 식당가도 손님들 발길이 뜸해 썰렁하다. [이승환 기자]
#1. 지난 2월 초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10년간 성업 중이던 A중식당이 문을 닫았다. 297㎡(90평) 규모에 테이블홀뿐 아니라 5개룸까지 보유하며 일반 배달 전문점과 달리 중식 코스 요리를 내놓던 고급 식당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월임차료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올해 초 '눈물의 폐업'을 했다. 현재 의류 쪽으로 업종을 전환해 새 매장 개설을 준비 중인 이 식당 전 대표 홍 모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인근 직장인들 회식이 눈에 띄게 줄었고, 어두운 사회 분위기 탓인지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졌다"고 하소연했다.

#2. 지난달 31일 낮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참치전문식당도 점심 식사시간이었지만 썰렁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2층 6개 방 가운데 손님이 있는 곳은 2곳뿐이었고, 그마저도 8명 수용이 가능한 방에 단 2명만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1층 테이블홀에서도 참치전문점에서 흔히들 먹는 코스 요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객들 중 상당수가 저렴한 6000원대 회덮밥을 주문했다. 이 가게 점원은 "손님들이 가끔 코스 요리를 시켜도 대부분 저가인 2만원대를 찾는다"고 말했다.

내수 불황이 지속되면서 식당과 각종 외식 프랜차이즈점 등 자영업자들 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그나마 서울 명동 등 백화점이나 면세점 인근 대형 식당에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단체로 몰려와 매출을 올려주지만, 국내 서민들이 즐겨 찾는 동네 식당가는 그야말로 최악 수준이다.

실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올해 1분기 외식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해당 지수는 75.39에 머물렀다. 

불황의 여파는 대학가 등 젊은 소비자층이 많이 몰리는 곳에도 불어닥쳤다.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한창 시끌벅적해야 할 서울 신촌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행인들만 있을 뿐 정작 가게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 같은 행사마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총 24개 좌석으로 주로 대학생들 모임을 유치하며 장사를 해왔던 한 주점은 지난달 30일 저녁 단 1명의 손님도 받지 못했다. 주인 김순영 씨(58)는 "요즘 대학 주변 상가는 거의 다 죽었다고 보면 된다"며 "그나마 학생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것도 입학 시즌이라 그렇지 4~5월로 넘어가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주류도 월드컵 응원 등 신날 때 마시는 맥주보다 '불황형 상품'인 소주가 더 잘 팔린다. 최근 수제맥주나 에일맥주 등 인기 수입맥주 가게가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들 신생 맥주를 마시기엔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운 탓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맥주매출지수(100 기준)에 비해 올해 1월과 2월 맥주매출지수는 각각 92.2와 92.9로 뚝 떨어졌다. 반면 2월 소주매출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소폭 상승한 100.2를 기록했다.

불황의 그늘은 비단 먹는 장사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저녁에 찾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미용실에는 총 6개 좌석 중 단 한 곳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이날 일하는 미용사는 총 3명으로 미용보조원까지 합치면 총 10여 명이 오직 손님 한 명 주위만 뱅 둘러싸고 있었다. 미용사 홍성희 씨(30)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손질하러 오던 손님들이 이제 한 달 반이나 두 달에 한 번씩 오는 걸 보면 불황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폭등한 전세금 등 여파로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에다 최근 김영란법까지 통과되며 사회 전반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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