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3일 월요일

리콴유 “공무원 일해라” 취임후 에어컨 설치부터


애도 : 싱가포르의 국부로 존경을 받아온 리콴유 전 총리가 23일 새벽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이 이 병원에 마련된 추모소를 방문, 헌화를 하며 애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반부패·효율성·엘리트 등용 ‘실용주의’

영어 제1언어로… 세계적인 富國 도약

엄격한 벌금·처벌·독재… 일각선 비판


23일 91세를 일기로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말레이 반도의 작은 항구도시에 불과했던 싱가포르를 오늘날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고의 부국 중 하나로 일궈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8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의 비약적 성장 비결 또는 자신의 통치 철학으로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ideology-free),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주의”로 꼽으면서 “국가시스템은 인종, 언어, 종교와 무관하게 작동해야 하며 그렇지 않았다면 싱가포르는 진작에 쪼개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강의 정부를 만들기 위해 엘리트들을 최고로 대우해 관료로 적극 유치한 것도 리 전 총리 특유의 통치 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는 1998년 출간한 자서전 ‘싱가포르 스토리’에서 “1959년 총리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정부의 모든 사무실마다 에어컨디셔너를 설치한 일”이라며, 에어컨디셔너를 ‘싱가포르의 1등 공신’이라고 꼽은 적이 있다.

여론에 좌우되는 포퓰리즘, 즉 대중영합 정치를 극도로 혐오했던 리 전 총리는 “유권자의 표는 정책을 실행한 결과가 정한다”는 소신을 평생 지켜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마키아벨리 골수 추종자였던 그는 타협을 거부해 고집불통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2005년에는 평생의 원칙이었던 도박 금지를 버리고 정부의 카지노 건설정책을 지지해 유연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그가 밝힌 ‘입장 변화’의 이유는 간단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싱가포르가 생존하는 데 필요하다면 한다”는 것이었다.

리 전 총리는 1923년 영국 식민통치하의 싱가포르에서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2∼1945년 일본군의 폭압적 점령을 경험했던 그는 1946년 영국 유학길을 떠나 1947년 케임브리지대 법학과에 입학해 1950년 영국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후 같은 해 8월 귀국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한 지 불과 5년 만인 1959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35세 나이에 자치정부 총리로 취임했다.

리 전 총리가 반세기 넘는 기나긴 정치 인생에서 겪은 최초의 시련은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과의 합병 좌절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앙 정부에 어떤 존경심도 보이지 않은 싱가포르주 정부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며 일방적인 퇴출을 발표하자, 리 당시 총리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순간”이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후에도 그는 영국군의 전격적인 싱가포르 철수(1971년),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중반 경기침체 등 숱한 고비를 극복하고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금융 및 서비스 중심지로 우뚝 일으켜 세웠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가 총리직에서 퇴직한 1990년에 1만2750달러를 달성했으며, 2013년에는 1인당 GDP가 6만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990년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선임장관, 고문 등으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리 전 총리의 리더십에는 항상 비판과 논란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측근이었던 고촉동(吳作棟)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준 데 이어 2004년부터 현재까지 첫째 아들 리셴룽(李顯龍)이 총리직을 잇고 있어 세습 정권이 아니냐는 논란이 적지 않다. 부정부패 일소를 명분으로 언론자유를 억압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벌금과 처벌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리콴유 체제를 ‘개발독재’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따라서 ‘리콴유 없는 싱가포르’가 기존의 정치, 경제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21세기적 가치를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가 향후 중대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기사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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