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4일 화요일

리콴유 없는 싱가포르, 일당통치·빈부차 고민

개혁 요구…새 모델 모색 필요성 

“리콴유 전 총리를 존경한다. 지금 싱가포르는 천국이다.”

싱가포르 주민 주앙 야잉(79)은 24일치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내가 젊었을 때는 초가지붕 집에서 살았지만, 이제 싱가포르는 잘 닦인 도로와 아파트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한 퇴역 군인은 리 전 총리의 통치가 권위주의적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계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리콴유 전 총리 애도기간 이틀째인 24일에도 많은 싱가포르인들이 리 전 총리의 주검이 안치된 이스타나궁 등에 헌화를 하며 애도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선 정규 방송이 중단되고 거의 종일 리 전 총리 추모 방송이 흘러나온다. 정부 청사에는 조기가 내걸렸다.

하지만, 리 전 총리의 죽음을 계기로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싱가포르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리 전 총리의 통치 아래 싱가포르는 식민지 항구 도시에서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대의 부국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새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싱가포르 헌법은 다당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의 선거에선 리 전 총리가 만든 인민행동당(PAP)이 패한 적이 한번도 없다. 효율적인 통치체제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파가 세력을 넓히기 힘든 권위주의적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집권 세력은 반대파 정치인을 투옥하거나 명예훼손 소송으로 파산시키곤 했다. 리 전 총리는 생전에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여론조사를 해봐라. 원하는 기사를 쓸 수 있는 권리? 사람들은 집과 약, 일자리, 학교를 원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인민행동당의 일당통치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2011년 총선에선 야당 전체의 득표율이 거의 40%에 육박했고, 인민행동당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뒤 리 전 총리는 고문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빈부격차는 심각한 문제다.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중의 하나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464로 아주 높은 수준이다. 2013년 말에는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빈부격차와 빈곤 문제의 위험성을 보여줬다. 2030년이면 싱가포르 인구의 절반이 이민자가 되는 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다. 
<기사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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