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힐링여행] 가난한 부자들이 사는곳, 동인도 콜카타·다르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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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홍차 생산지 중 하나인 다르질링
혼잡한 모습이 오히려 안정적으로 보이는 곳이 있다. 정돈된 길거리나 정갈한 사람들의 모습은 오히려 불안하다. 사람과 차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고,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걷는 소, 길바닥 여기저기 누워 있는 개, 인도의 풍경은 그야말로 자유분방함 그 자체다. 그러나 그 혼잡함 속에도 무언의 규칙이 존재한다.

좁고 낡은 거리, 그 안에 뒤섞여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람들. 그 사이로 매캐한 바람이 분다. 매캐한 바람이 그들의 인생을 실어 나른다. 정돈되지 않은 투박한 매력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곳. 인도에 가면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행복을 개척하는 법을 깨달을 수 있다.

◆ 인도 속의 유럽, 콜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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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도시 콜카타`라는 말을 그대로 믿고 갔다간 실망할 수 있다.

콜카타는 인도 동부 최대의 도시라 불리며 영국이 17세기에 개발해 50여 년간 수도로 사용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뉴델리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는 인도의 중심지였다. 때문인지 인도 다른 곳에 비해 현대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인도의 다른 곳에 비해서일 뿐. `현대적`이라는 말만 달팽이관 속 깊이 새기고 갔다가는 하루도 안돼서 돌아오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콜카타 역시 인도 특유의 지저분함과 낡은 느낌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 그러나 이미 인도의 번잡한 대도시를 둘러보고 왔다면 콜카타는 정말 한산한 도시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8차선이 12차선으로 늘어나거나, 혹은 12차선이 8차선으로 줄어들거나. 스트레스로 왔다 갔다 하는 고3 수험생 몸무게처럼 차선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광경을 목격한 여행자에게 콜카타는 분명 평온한 도시다.

콜카타는 인도와 유럽이 뒤섞인 공간 같다. 공항에서 내려 마주하는 풍경부터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도 전역에서 흔히 보이는 릭샤 대신 노란 택시가 공항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이것부터가 생경한 모습인데, 곳곳에는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물까지 눈에 띈다. 초우링기 거리는 영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빅토리아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빅토리아 기념관은 영국 정취의 절정을 보여준다.

또한 콜카타의 중심거리인 비비디 박에는 트램이 지나다닌다.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인도에서 트램이 다니는 도시는 콜카타 한 곳뿐이다.

◆ 예술과 종교가 혼재하는 공간

콜카타는 이런 눈으로 보이는 차이뿐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다른 힘을 갖고 있다. 동양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타고르가 출생하고 활동한 곳으로도 유명하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테레사 수녀가 여생을 봉사하며 머무른 곳이기도 하다. 인도의 분위기 말고는 딱히 볼 것 없을 것 같은 곳이지만, 타고르 하우스와 마더 테레사 하우스가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이렇게 콜카타는 예술적, 종교적으로도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마더 테레사는 영국에서 막 해방된 혼란스러운 콜카타에서 빈민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한데 그것이 더욱 놀라운 점은 종교적으로 다가간 행위가 아닌 인간적으로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그 당시 테레사 수녀의 정성 어린 손길과 진심 어린 눈빛에도 인도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테레사 수녀는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국적까지 인도로 바꾸며 수녀복 대신 하얀 사리를 입었다. 인도 사람들도 결국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됐고, 훗날 테레사 수녀의 장례도 인도 국장으로 치를 만큼 그녀를 섬겼다.

지금도 콜카타에 있는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는 그녀의 뜻을 이어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봉사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파라다이스티앤엘(02-2266-2100)에서는 동인도를 포함해 부탄, 방글라데시까지 둘러볼 수 있는 `히말라야의 낙원 동인도/부탄/방글라데시 15일` 상품을 준비했다. 유류할증료, 비자 발급비용 등을 포함한 요금은 599만원이다. 온누리투어(1577-0044)에서도 동인도 상품을 판매 중이다.

히말라야 오르는 다르질링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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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 말고도 동인도에는 매력적인 지역이 많다. 세계 3대 홍차 생산지이자, 최대 홍차 생산지인 다르질링은 해발 2134m 높이에 위치했다. 히말라야 봉우리가 보이는 작은 마을은 온통 푸른 차 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구불구불한 길 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저절로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눈의 피로도 무거운 마음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

넓게 펼쳐진 밭을 등지고 찰칵 셔터를 눌러보자. 그 당시에는 볼 것이라곤 차 밭뿐이네 생각했던 마음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꺼내보면 `내가 그림 안에 머물렀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산기슭에서 떠오르는 일출 또한 장관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산속을 달리는 토이 트레인은 일반 기차의 반 정도 되는 크기로 3~4량 정도의 차량만 달려 있다.

기차는 빠르다는 편견을 버리지 않으면 지루해질 수도 있다. 토이 트레인은 시속 20km의 느린 속도로 달린다. 무려 8시간 동안 산 위로 올라가는데, 산속을 달리는 기차에서 또 다른 산을 바라볼 수 있으니 다르질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다.
흡사 영화 설국열차에서 설국열차가 얼음 덮인 산을 달리는 장면과 오버랩된다. 인도에는 여전히 관습적으로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으니 어쩌면 실사판 설국열차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초록열차던가.

타고르의 `동방의 불빛`을 곱씹으며 마더 테레사의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 드넓은 홍차 밭에 서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 힘겹게 산비탈을 오르는 반쪽짜리 기차에 내 마음을 싣고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곳. 인도는 방황하는 청춘, 고민하는 인생을 위한 나라다. 인도에 갈 때 짊어지고 가는 배낭의 무게가 자신의 삶의 무게라 하니, 가벼운 가방 하나 슥 둘러메고 인도를 만나러 가보자.
[한송이 여행작가]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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