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단언컨대 이 섬은 천국이다

남태평양의 ‘프렌치 아일랜드’ 뉴칼레도니아
일년 내내 온화… 에메랄드빛 바다 평화롭고 잔잔…
카이트 서핑 등 수상 레포츠 즐길 수 있어…
수도 누메아 프랑스·멜라네시안 문화 뒤섞여 독특
해변 휴양지의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대체로 바다 빛깔, 기후, 뭍의 문화, 리조트 시설 등 네 가지다. 최우선 잣대는 바다 빛깔이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빛으로 빛나고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해야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 특급 여행지로 불리는 바다 치고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곳은 없다. 또 바다를 구분하고 특징짓는 것은 그 바다가 끼고 있는 뭍의 문화다. 바다가 평범해도 육지의 문화가 매력적이면 명소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가 좋은 예다. 이런 면에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뉴칼레도니아는 해변 휴양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의 바다는 얕은 곳은 옥색, 깊은 곳은 감청색으로 빛난다. 또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곳은 지금도 프랑스 자치령이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프랑스풍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프랑스 문화는 전 세계 여성들, 특히 한국 여성들에게 남다른 동경과 선호의 대상이 아니던가.

기후도 이상적이다. 부드러운 무역풍이 불며 연평균 24도로 연중 온화하다. ‘에버 스프링(영원한 봄)’이라는 별칭은 이런 연유에서 붙었다. 또 이 나라 앞바다는 길이 1600㎞에 달하는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산호초로, 호주 케언스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다음이다. 산호초가 먼바다에서 달려온 파도를 가로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 근해는 호수처럼 평화롭고 잔잔하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프렌치 파라다이스’라고 부른다. 관광객들을 유혹하기 위한 과장된 수식어지만, 이곳의 바다와 태양을 직접 만나는 순간 시비를 가려보겠다는 생각은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러나 이 나라의 리조트는 평범하다. 이곳에서 가장 좋다는 호텔이 동남아 어느 휴양지를 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이 나라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 3위의 니켈 수출국이다. 니켈 수출만 잘되면 걱정이 없는 나라다.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리조트를 짓고 새롭게 고치는 일에 큰 관심이 없는 이유다. 그래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리조트가 여행지 선택의 우선 기준이라면 뉴칼레도니아는 고려하지 않는게 좋다. 또 물가도 꽤 비싸다. 음식이나 기념품 값은 서유럽 수준이다.

뉴칼레도니아 바다는 고요하고 평화롭다. 해질녘 붉은 석양을 등에 지고 누메아의 앙스바타 해변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그런데 고급 리조트 등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점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대지 않는다. 한 해 외국 관광객이 10만명 정도다. 한국 사람도 많지 않다. 한 해 3000명 정도가 찾는다. 요즘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중국인도 거의 없다. 그래서 조용하다. 산호초를 포함해 이 나라 전체 면적의 60%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관광지의 소극적인 개발에 한몫하는 것 같다. 큰맘 먹고 특별한 여행을 계획할 때 뉴칼레도니아가 후보지라면 고려할 요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자리한 뉴칼레도니아 여행은 본섬인 그랑드테르에 자리한 수도 누메아에서 시작된다. 누메아는 프랑스가 만든 계획도시로, 프랑스 문화와 멜라네시안 원주민 문화가 뒤섞여 독특한 풍광을 빚어낸다. 항구에는 수많은 요트들이, 전망 좋은 해변에는 하얀 별장이 늘어서 있다.

도시 전망을 내려다보고 싶으면 F.O.L 전망대와 우엔토로 언덕에 오르면 된다. F.O.L 전망대에서는 성 조세프 성당의 종탑과 모젤항이, 우엔토로 언덕에서는 앙스바타 해변과 고급주택가가 내려다 보인다.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인 렌초 피아노가 세운 치바우 문화센터, 시내 중심의 코코티에 광장, 모젤항 아침 시장 등도 빠뜨릴 수 없는 명소다. 

F.O.L 전망대서 내려다본 성조세프 성당의 종탑과 요트로 가득한 모젤항.
누메아의 여러 해변 중 가장 이름난 곳은 남쪽의 앙스바타 해변.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곳은 수상레포츠의 천국이기도 하다. 윈드서핑, 스탠드업 패들(Stand up Padddle), 카이트 서핑 등 형형색색의 레포츠 기구가 바다를 수놓고 있다. 스탠드업 패들은 보드 위에 선 채로 노를 저어 움직이고, 카이트 서핑은 대형 연에 보드를 연결해 달리는 레포츠다.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푸른 바다 위를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공중돌기 묘기까지 선보인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붉은 석양과 카이트 서핑이 어우러지자, 이 바다는 더욱 근사해 보인다.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프렌치 파라다이스’의 일원이 되는 순간이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