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9일 목요일

국제유가 떨어지는데 국내 휘발유값은 왜 오르지? - 국민은 봉인가?


국제유가·제품가 올라갈 때는 떨어지고…떨어질 땐 올라가고
국제유가와 휘발유값 단순비교 오류...싱가포르 현물가는 유사


국내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 오름폭에 비해 휘발유값 오름폭은 속도와 규모 모두 더 크다. 시민들은 '내려갈 땐 거북이같던 휘발유 가격이 올라갈 땐 LTE급'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름값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도 팽배하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나 서부텍사스산 원유(WIT) 등을 말한다. 정제되기전 원유를 기준으로 유가를 말한다. 원유(原油)는 말그대로 정유사가 정제하기전 상태의 기름이다. 검은색의 끈적이는 액체 상태로 휘발유, 등유, 경유, 나프타 등이 모두 뒤섞여있다.

반면 휘발유는 원유를 고열과 고압으로 가공해 정제한 제품이다. 투명색이지만 정제 과정에서 구분을 위해 색깔을 넣기도 한다. 휘발유값과 원유의 값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휘발유값은 국제유가가 아닌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에 연동된다. 엄밀히 보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 가격에 연동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국제 상품가격이 국내에 적용되는 시차는 통상 2~3주 정도다.

19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현지시간 18일 배럴당 51.24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0월 배럴당 93.52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1월엔 6년만에 최저 수준인 42.55달러까지 하락해 고점대비 54% 하락했다. 이후 다시 상승세를 걸어 지난 2일 59.58달러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유가는 고점인 지난해 10월 대비 약 46% 하락한 수준이다. 

국제유가, 석유제품가, 국내 휘발유 가격 비교(자료=석유공사) © News1
반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 18일 리터당 1516.49원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가 공시한 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은 국내 1만2000여개 주유소들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다. 휘발유값은 지난해 10월 리터당 1798.85원에서 지난 2월 5일 1409.74원으로 약 21% 하락했다. 이후 지난 2월6일 1409.82원으로 상승세를 보인 국내 휘발유는 18일 약 8% 상승한 1516.49원에 거래됐다. 

단순 비교하면 국제 유가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현재 약 46% 하락한 상태이며 국내 휘발유값은 고점 대비 약 16% 떨어졌다. 국내 휘발유값이 약 30%포인트 덜 떨어졌다. 

상승국면에서는 국제유가가 저점 51.41달러 대비 54.96달러로 약 7% 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1409.82원에서 1516.49원으로 약 8% 올랐다. 단순하게 살펴보면 국제유가가 내릴 때 국내 휘발유값은 덜 내렸고 오를 땐 더 오른 셈이다.

이처럼 국제유가와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하지만 싱가포르 현물 시장의 휘발유값을 비교하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싱가포르 국제 석유시장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유종별로 판매되는 곳이다. 기업이나 석유공사들이 휘발유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2~3주의 차이를 두고 싱가포르 현물 휘발유 가격에 연동된다.

주로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에 정제비용과 구매하는 정유사의 마진이 추가돼 가격이 형성된다. 원유 시장이 주식거래소처럼 투기 자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과 달리 싱가포르 석유제품가격은 실제 현물이 오고가다보니 투기 가능성도 낮다. 

보통휘발유에 해당하는 92옥탄가(RON) 기준으로 싱가포르 휘발유 제품 가격은 지난해 10월1일 리터당 702.80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여 지난 1월에는 6년만에 최저치인 리터당 345원대까지 약 51% 하락했다. 싱가포르 휘발유 제품 가격은 지난 2월초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경기지표 개선과 주요 석유개발 기업들의 투자규모 축소 소식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저점인 345원 대비 513.84원까지 약 45% 올랐고 이후 다시 주춤해 18일에는 474.97원에 거래됐다. 현재 싱가포르 휘발유 가격은 고점 대비 약 32% 하락한 상태고, 저점 대비로는 약 28% 상승한 상태다.

최근 싱가포르 휘발유가격 상승폭(28%)에 비해 국내 휘발유값 상승폭(8%)이 덜하다. 


2013년 12월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 변동 그래프(자료=한국석유공사) © News1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국내 휘발유에 반영되는 시차가 길기 때문에 변동흐름이 같이 나타나는 건 극히 드물다"며 "게다가 싱가포르 제품가 외에도 큰 틀에서 국제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받다보니 국제가격과 똑같이 움직이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휘발유값엔 세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국제유가와 변동폭이 달라지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에는 5가지 항목의 세금과 공적 부담금이 붙는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자동차세, 부가가치세 등과 품질검사수수료 등이다. 이같은 세금의 비율은 휘발유 판매가격의 약 60% 수준이다. 휘발유 판매가격이 내려가면 세금의 비율은 올라간다. 

지난주 주간 휘발유 가격 1506.3원 기준으로 58.6%인 883.3원이 유류세로 추가됐다. 세금을 제외하면 정유사 기준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둘째주 리터당 794.58원에서 지난 1월 마지막주에 398.2원으로 약 50% 하락했다. 지난 1월말에 저점을 찍후 회복한 휘발유 가격은 3월 첫째주 557.12원으로 저점 대비 40% 상승했다. 세금을 제외할 경우 싱가포르 유가에 비해 국내 휘발유값 상승폭이 더 컸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민들이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에 잘 반영되지 않고 상승은 잘 반영된다'고 느끼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요인이 크다"며 "지난 수십년간 국내 석유사업자간 경쟁이 원활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불리한 시장구조가 형성됐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석유시장에 갖고 있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들이 불공정 거래를 지양하고 투명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석유 유통구조 개선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국내 석유시장 체질을 개선하고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뉴스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