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5일 목요일

비난하는 배우자에 반응하는 방법

Q.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키우며 주부로서 살고 있는데, 너무 힘드네요. 남편은 항상 집에서 도대체 뭐 하냐고 살림 제대로 안 한다고 핀잔주기 일쑤고, 회사가 뭐가 그리 대단한 건지 주말 출근하면서 자기만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자기는 회사에서 엄청 중요한 일을 하는데 너가 뭘 알겠냐는 식으로 말하네요. 저는 집에서 애들 돌보랴, 집안일 하랴 힘들어도 하소연 할 사람도 없어 외로워요. 이렇게 살다 애들 좀 크면 남편하고 대판 싸우고 헤어질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고, 자기만 중요한 일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남편의 태도가 서운하신 것 같네요. 그런 부부관계에 많이 지치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힘들어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남편과의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안타깝게도 부부상담을 하다보면 서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배우자에 대한 상처주기를 서슴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비난은 다시 비난과 상처를 생산하여, 서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어 화해하거나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갈등 속의 부부도 애초에 함께 협력하고 이해하는 행복한 부부관계를 바라며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것이기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로의 배우자를 비난하는 관계는 정말 이상한 현상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이상한 현상을 자주 접하게 되지만, 원만하게 잘 해결해 내기는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잘 모르는 누군가의 비난보다, 나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배우자의 비난은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거든요.




사진 배우자가 나를 비난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갈등이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부부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먼저 배우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의도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우자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도움이 됩니다.
'너가 한번 살아봐라 이 사람이랑 살수 있겠나.'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배우자를 어떻게 더 이해하라는 것인지 의아한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수십년을 함께 살아도 배우자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하지요. 이해하고픈 마음이 들기조차 어려울 만큼 깊은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과거 역사와 현재를 찬찬히 살펴 본다면, 그 역사 속에서 한 존재로서의 감정과 생각, 경험들과 삶을 이해한다면 현재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될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지요. '知彼知己' 바로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안다는 뜻인데요, 부부관계에서 갈등이 있을 때 자기 자신과 배우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내가 살아온 역사와 배우자가 살아온 역사를 차분히 살펴볼 때, 현재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 예에서 남편이 이상하리만큼 아내를 핀잔주고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내의 육아와 살림에 대한 감사나 인정은커녕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질을 합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요? 남편이 살아온 역사를 토대로, 지금 내 눈앞에서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 볼 수 있을까요.
위 부부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아내에 대한 핀잔주기와 지적을 통해 남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어떠한 행동 뒤에는 반드시 그로부터 얻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의 가능성으로, 상대편을 깎아내림으로서 자신이 더 우월하다거나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느껴질테지만, 정작 남편의 지적질 뒤에 가리워져 있는 '무의식적인' 의도는 아내에 비난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고양되는 느낌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거나, 결함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즉, 자신의 자존감이 불안정해 질 때 사람들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합니다.
때로는 더욱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려 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노력이 좌절되거나 두려운 경우에는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요. 내가 높아지려는 게 아니라 상대편을 낮추려는 심리적인 작용입니다.
일례로, 외모가 어여쁜 누군가를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 때 '어딜 좀 고쳤겠지'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의 부유함이 부러울 때 '저 집은 부부관계가 안 좋대'라고 흉을 보는 식이죠.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어쩐지 나보다 잘나가는 것 같으면 인정해주고 축하해 주기보다 '넌 그 때 참 찌질했었지'라며 놀리려는 마음처럼, 굳이 옛날 기억을 더듬으며 상대방의 결점을 들추려고 하는 것처럼요.
다시 아까의 남편의 이야기로 돌아와 봅시다. 관찰되는 현상은 남편의 지적질과 핀잔이지만, 정작 그 행동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 또는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 뒤쳐지는 느낌을 받으며 자존감이 위축되고 쪼그라든 것일까요. 아니면 화가 나도 참을 수 밖에 없는 부당한 경험이 지속되어 일종의 화풀이처럼 주변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상대방을 공감하고 그 의도를 알아차린다면, 나에 대한 비난은 나에 대한 비난이 아니게 됩니다.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나는 지금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입니다.
남편이 아내를 비난했을 때, 아내는 어떻게 반응 했을까요. 실제로 나는 배우자로부터 비난을 받을 때 어떻게 행동하게 되던가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아무리 육아와 살림에 매진한다 해도, 결국 남편의 핀잔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정말 어딘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니면 배우자가 냉정하고 차가운 날카로운 잣대의 소유자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나를 깎아 내리려는 노력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완벽하게 잘해내어도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비난을 받을 때, 무언가 결함이 들춰진 것처럼 부끄럽고 떳떳하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역시 난 이 모양이야'라며 자조적으로 자책하고 죄책감이 빠져들 수도 있어요. 나의 흠을 찾아내는 상대방이 두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정당한 나를 비난하는 상대방에 대한 화가 치밀어 맞받아치려 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나에 대한 비난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요. 그리고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하고, 외롭고 우울해질 수 있겠지요. 아니면 매일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 않는 남편이, 살림에 관여하지도 않으면서 지적하는 것에 화가 날 수도 있어요. 화가 난다면 남편의 말들을 무시하고, 남편의 흠잡기에 열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내의 비난에 다시 남편은 적극적인 공세를 퍼붓습니다. 그런 식으로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듭니다.
누군가의 비난에 대해 우리는 거의 자동적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막을 둘러치고 다시 상대방을 비난하게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부부관계에서는 비난을 받았을 때 싸우려 든다면 갈등은 악화되기만 합니다. 갈등이 악화되어 서로에 대한 비난과 상처주기가 최고치에 이르면 암묵적인 휴전 상태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서로를 헐뜯기 시작합니다.
비난을 하는 배우자의 심정과 의도를 헤아려야 갈등이 악화되지 않습니다. 배우자의 현재 심정을 이해한다면 상대방의 의도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됩니다.
남편으로부터의 지적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거나, 되려 비난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그의 현재 심정에 공감하는 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의 비난하는 태도를 가라앉힐 수 있는 공감적인 태도로 대할 수 있게 됩니다. 아내는 남편의 비난을 온몸으로 느끼고 상처를 받으며, 서운하고 화가 나면서도 남편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를 지지하고 격려할 수 있게 됩니다. 어느 한 쪽이라도 비난에 맞서는 비난을 재생산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갈등은 악화되지 않습니다.
부부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나에게 쏟아지는 말들과 나에 대한 행동,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반응하는 방식이 아닌, 이면의 심정과 의도를 헤아리려는 노력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 이형종 임상심리전문가 (삼성생활문화센터 상담실)
※ 본 컨텐츠는 삼성스포츠단이 제공하는 심리학 전문 칼럼입니다.
<기사 출처 : 삼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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