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3일 금요일

오줌으로 전기 만들어 불 밝힌다



미생물연료 전지로 조명하는 화장실 개발
1곳 설치비 100백만원…영구적 사용 가능


사람마다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량은 1.5~2.5리터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70억을 웃도는 지구촌 인구가 배출하는 소변량은 어림잡아 하루에 105억리터에 이른다. 이는 올림픽경기 규격의 수영장 42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거름, 약제용 등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버려진다. 이 엄청난 양의 오줌으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재생에너지를 공짜로 얻는 셈이다. 현재 세계 인구 7명 중 1명, 즉 약 10억명은 기반시설이 없거나 경제적 사정 등으로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 웨스트잉글랜드대(UWE Bristol) 연구진이 소변을 이용해 밤을 밝히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오줌을 이용하는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MFC)를 통해 조명용 전기를 생산하는 화장실을 만든 것.

 이 연구진은 지난 2013년에도 오줌을 활용하는 미생물연료전지로 휴대폰을 충전하고, 환경감시로봇 센서를 작동시키는 기술을 잇따라 선보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때 이후 새로운 친환경 전기 공급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오줌의 또다른 용도를 이번에 찾아낸 것이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이 소변발전 화장실은 테스트를 거친 뒤,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난민캠프의 전력 공급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연구진이 옥스팜과 손을 잡은 건 지난해 3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 화장실전시회에서였다. 세계 최고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이 주최한 이 행사에서 양쪽은 생활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난민 캠프에 소변발전 화장실이 가능한지 시험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재단은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미생물연료전지란 미생물을 촉매로 해서 썩은 과일, 죽은 파리, 생활 하수, 오줌 같은 유기물의 화학 물질을 분해하고, 이 때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를 말한다. 오줌 미생물연료전지에는 오줌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 쓰인다. 미생물연료전지는 화석연료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데다, 버려지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친환경적이다. 에너지를 잡아내는 효율이 바이오가스의 경우 35%에 그치는 반면, 미생물연료전지는 무려 85%에 이를 정도로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이끈 이 대학 브리스톨바이오에너지센터의 이오아니스 이에로폴로스(Ioannis Ieropoulos) 교수는 “난민캠프에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 5일 대학 캠퍼스 안 학생회관 옆에 이 화장실을 설치하고 실용성 검증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라 전시효과도 크고, 오줌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화장실 모양은 가능한 한 실제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옥스팜이 공급하고 있는 난민캠프 화장실과 비슷하게 했다. 오줌을 전기로 바꿔주는 연료전지는 화장실 바닥 밑에 달아놓았다. 또 오줌이 전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한 스크린도 설치했다.


 옥스팜의 물·위생담당 책임자인 앤디 바스테이블(Andy Bastable)은 “전력공급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등을 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소변발전 화장실 기술은 이런 점에서 큰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스팜은 이 화장실을 난민캠프에 설치할 경우 여성들이 어두운 곳이나 야간에 공격을 당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변발전 기술은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호단체들에는 실용성이 높은 기술이다. 이에로폴로스 교수는 “하나의 연료전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파운드(약 1700원)”라며 “우리가 이번 실험을 위해 제작한 것과 같은 화장실을 만들 경우 600파운드(약 10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 연료전지는 이론상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이는 개도국 빈곤 퇴치를 위한 전선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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