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8일 목요일

제한속도 45년째 시속 100km…왜?


지난해 10월 개인적인 일로 경남 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용무를 마치고 평일 낮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로부터 열흘쯤 뒤에 집으로 속도위반 딱지가 날아왔습니다. 제한 속도가 시속 100km인데 10여km 초과해 운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과태료는 4만원이지만 조기에 자진 납부하면 20% 할인돼 3만2천원을 내면 됩니다. 다소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은행을 통해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두 달이 지난 뒤에 또 한 장의 딱지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속도위반 날짜와 시간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과태료가 행정 처리 미숙으로 납부되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에 확인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통지서와 내용은 비슷했지만 결국은 다른 또 하나의 통지서였습니다. 2개의 통지서를 함께 비교해보니 날짜가 똑같았고 위반 시간은 30분 차이였고 속도위반 정도도 10여km로 같았습니다. 담당 경찰관에 따르면 만약 어떤 사람이 차를 몰고 112km의 속도로 계속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 시간에 관계없이 속도위반 단속 카메라에 포착되는 건건마다 모두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시간에 시속 112km 속도로 일정하게 운전했을 경우 단속 카메라에 10회 걸리면 10회의 과태료 즉 4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운전 능력은 천차만별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도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운전자를 가끔 발견합니다. 그런가하면 180km를 아주 능숙하게 운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또는 자동차의 성능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법에는 모순과 함께 맹점이 있지만 어찌됐든 일정 속도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도로는 1970년에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입니다. 이때 제한속도가 100km이었습니다. 왜 100km를 채택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 당시 일본의 규정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5년 뒤에 순수 한국 모델 승용차인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탄생했습니다. ‘포니’의 최고 속도는 155km. 지금 국산 승용차의 최고 속도는 225km. 일부 외제차량은 보통 250km까지 달립니다. 자동차의 성능은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엄청나게 향상됐지만 경부고속도로 제한속도 100km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45년째 요지부동입니다. 그러니까 현재의 속도 규정은 자동차 성능의 50%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건설된 중부고속도로의 경우 제한속도가 110km이고 다른 고속도로의 일부구간이 120km까지 허용되지만 한국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대부분 100km로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는 평일 낮 1시30분이었습니다.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무척 한산했습니다. 평소 남들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과속 단속을 우려해 저로서는 최대한 천천히 달린다고 한 것이 그만 연거푸 속도위반에 걸리고 만 것입니다. 당시 교통 여건을 감안하면 시속 150km로 운전해도 전혀 안전상의 위험이 없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상향 조정 문제는 그동안 각 방면에서 논의돼 왔습니다. 몇몇 국회의원은 입법까지 추진했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보험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완화할 경우 교통사고가 더 증가할 것이란 걱정 때문입니다. 

그럼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100-130km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최고 100km, 러시아는 110km, 중국은 120km입니다. 미국은 각 주마다 다른데 105km부터 129km까지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비교적 제한속도가 높습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가 130km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폴란드,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최고 140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1970년과는 고속도로 상태, 자동차 성능, 국민의 운전문화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속도위반 과태료가 세수 확보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현실상 제한속도를 크게 높일 수는 없지만 사실상 45년째 시속 100km에 묶여있는 것은 전향적으로 고려할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한속도를 약 120km까지 상향 조정한 뒤 이를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를 지금보다 더 무겁게 물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 여깁니다.
<기사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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