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2일 목요일

나는 태그된다 고로 존재한다

SNS 피로감


세분화되는 SNS 피로감, 원치 않는 자신 공개되는 태그 문제 갈등 갈수록 심각해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에스엔에스(Social Network Service·사회관계망서비스) 하다가 스트레스 받는 순간은 언제냐”고 물었다. 사방에서 격한 사연들이 몰려왔다. “부장님이랑 시어머님이 연이어서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을 했더라고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저를 태그해서 글을 올릴 때요.” “자기과시욕에 충만한 사람들 보기 싫어요!” “트위터에서 여성혐오주의자라고 욕먹고 있어요.”

2004년 출시된 페이스북을 기준으로 보면 에스엔에스가 탄생한 지 10년을 넘어섰다. 개인 컴퓨터 기반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13억명, 국내에서만도 1400만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 4명 중 한 명이 사용하는 소통 서비스란 이야기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될수록 이들을 연결하는 에스엔에스의 매력은 커졌다. 동시에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트레스 요인’도 늘어났다.

‘에스엔에스 피로감’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가 스마트폰과 결합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2010년 이후로 국내외 여러 논문에 언급된 주제다. 정보 과부하(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사생활 침해, 기회비용(투자한 시간 대비 얻는 게 없다), 평판 관리(다른 사람이 내 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까 두렵다)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최근의 흐름을 한마디로 말하면 ‘피로감의 세분화’다. 새로운 에스엔에스가 속속 등장하고 사용자들도 에스엔에스의 각종 설정을 변경해가며 ‘어느 정도 폐쇄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정하고 있다. 같은 페이스북 이용자라 하더라도 소규모의 친구맺기만을 통해 폐쇄적인 운영을 하는 이가 있고 아예 ‘전체 공개’로 운영하는 이들이 있다. 이용하는 서비스에 따라, 운영 방식에 따라 피로감의 종류와 강도는 천차만별이다.

SNS 피로감이 탈SNS로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답한다
결국 이런 피로감은
세상과의 관계유지를 위한
노력에서 발생하는 감정인 탓이다


최근 가장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행태는 ‘무분별한 태그’다. 페이스북은 2005년 10월, 사람들이 글뿐만 아니라 사진도 쉽게 올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며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그의 페이스북 링크를 걸 수 있는 ‘태그’ 기능을 추가했다. 누군가 나를 ‘태그’해 게시물을 올리는 순간, 내가 숨기려는 사생활도, 인맥도, 망가진 얼굴도 그대로 공개된다.

“아내한테는 담배를 끊었다고 했거든요. 원래 그날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던 친구한테는 일이 바빠 미루자고 했고요. 그런데 일 끝나고 잠깐 들른 다른 술자리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누가 찍어서는 페이스북에 제 이름으로 태그까지 해서 올렸더라고요. 아내한테도 친구한테도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요.” 절절하고 흔한 피해 사례다.

때문에 페이스북은 ‘설정’에 ‘타임라인과 태그달기’ 설정을 구체화했다. “친구가 나를 태그한 게시물이 타임라인에 표시되기 전에 미리 검토하시겠어요?”를 ‘온’ 상태로 만들고 ‘내 타임라인에 있는 내가 태그된 사진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나만 보기’로 선택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야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다.

‘자기과시’의 내용이 담긴 글에 대한 피로감은 거의 모든 에스엔에스 이용자들에게서 나타난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폐쇄형 에스엔에스의 형태를 갖춘 ‘카카오스토리’는 ‘엄마들의 에스엔에스’로도 통한다. 유독 아이 사진, 행복한 가족 사진이 많다. 전화번호 등록을 기준으로 하는 ‘카카오톡’ 서비스 기반이다 보니 시가 어른들을 의식해야 하는 ‘며느리’들도 많다. ‘엄마 커뮤니티’의 특성상 서로 훈훈한 댓글을 달아줘야 하는 ‘감정노동’도 가장 심한 편이다. 최근에는 “카스를 끊고 사진관리만을 위해 비공개로 싸이 미니홈피를 다시 시작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1년 전체 공개 게시물 41%, 일촌 공개 게시물 40%였던 싸이 미니홈피는 2014년 현재 49%가 비공개 운영으로 전환했다. 가입자 수도 1년 새 110만명 늘었다고 한다.

각종 논쟁이 가장 활발하게 점화되는 에스엔에스인 ‘트위터’는 ‘인정 욕구’와 ‘정치적 쏠림’이 너무 드러나 부담을 느끼거나 환멸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팔로어 수나 리트위트 수에 따라 영향력이 결정되고 ‘파워 트위터리안’ 순위까지 매겨지다 보니 트위터라는 에스엔에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이슈로 들썩일 때가 많다. ‘종북’이나 ‘좌빨’ 같은 단어를 쓰는 ‘공격자’들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정 능력이 있지만 논쟁 중에 상처받는 이들 역시 많다.

우울증 성향이 높거나 자존감이 낮을수록 이런 피로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이우경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상담을 하는 환자들 중에도 아무도 자기 글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고 우울해하거나 댓글이 많다고 행복해하는 등 에스엔에스에 일희일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에스엔에스 관계 속에서 상처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 외로운 사람일수록 에스엔에스에 더 많은 사생활을 노출한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찰스 스터트 대학교의 지난해 연구 결과도 있다.

‘에스엔에스 피로감’이 ‘탈에스엔에스’로 이어질까?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페이스북을 포함해 에스엔에스의 사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국 이런 ‘피로감’은 에스엔에스 세상에서의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하여 대부분은 “피곤하다” 말한 뒤 다시 에스엔에스에 접속할 확률이 크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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