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5일 월요일

꿈 내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진=조은선기자)

꿈을 꾸게 만드는 뇌의 활동 원리가 확인되면서부터 현대의학에서는 꿈 내용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 그저 “낮 동안 해소되지 못한 감정이 뇌에서 처리되는 과정일 뿐”이라거나 “우리 몸 상태가 꿈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의학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현대의학과 한의학 모두 꿈은 몸의 상태와 뇌의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본다.

part1. 꿈은 신체 상태·뇌 상태의 반영…꿈이 기억나는 것은 바이러스 때문

현대의학에서 보는 꿈

현대의학에서는 “꿈은 호르몬과 뇌 활동의 결과물이며, 현재의 건강 상태와 관계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꾸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특히 규칙적으로 꿈을 꾼다. 단지 기억을 못 할 뿐이다.

꿈은 호르몬 변화의 산물

잠이 들면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뇌와 몸이 깨어 있을 때와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뀐다. 얕은 잠(1단계)에서 깊은 잠(4단계)으로 바뀌는 동안 아세틸콜린·노르에피네프린·히포크레틴·세로토닌 같은 호르몬 분비 체계는 깨어 있을 때와 다르게 바뀐다. 뇌 활동량도 깨어 있을 때의 75% 정도로 줄어든다. 잠들고 80분 정도 지나면 뇌와 몸은 또 다른 상태로 바뀐다. 갑자기 깨어 있을 때처럼 다시 뇌가 활발히 움직이고, 근육마비호르몬이 분비된다. ‘렘수면(꿈꾸는 잠, 꿈의 80%가 이때 나타남)’ 상태가 되는 것이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급격하게 줄고, 중추신경계에서 아세틸콜린이 왕성하게 분비돼 뇌의 여러 부위를 자극한다. 전대상회·내측전두엽이 자극받으면 측두엽으로 신호를 보내서 뇌에 저장된 기억이 시각적으로 살아난다. 즉, 눈을 감아도 기억 속의 장면이 보이는 것이다. 편도체·해마가 활성화 되면 꿈에서 분노·기쁨 등을 느낀다. 교뇌·후두엽이 자극을 받으면 시·공간을 초월하게 되고, 꿈 속에서 몸을 움직이게 된다. 날개를 달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식이다. 아세틸콜린은 감각을 느끼게 하는 뇌의 회로를 끊어, 꿈속에서 고통·목마름·배고픔 등의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길병원 신경외과 김영보 교수는 “몸에 이상이 생겨서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거나 뇌영역이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악몽을 꾸거나 꿈을 평소보다 많이 꾸게 된다”며 “몸 상태에 따라 꿈의 양과 내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보자. 수면 부족 상태일 때는 오히려 꿈을 더 많이 꾼다. 그동안 못 꾼 꿈을 한꺼번에 몰아서 꾸는 것이다. 실제 꿈의 양과 무관하게 비만인 사람,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있는 폐경기 여성 역시 자주 깨기 때문에 꿈을 많이 꾸는 것처럼 느낀다. 술을 마셨을 때나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는 꿈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몸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수면 중 대부분을 비렘수면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비렘수면 때는 뇌 활동이 적어지고, 꿈을 거의 꾸지 않으며, 몸이 면역력을 키운다. 그러다 깨기 직전에 꿈을 몰아서 꾸기 때문에 일어났을 때 꿈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다.

꿈이 만들어지는 과정

● 건강 상태와 꿈의 관계
악몽을 꾸거나 잠자다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1주일에 3회 이상 한다면 부정맥이 있거나 치매가 시작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밖에 꿈의 종류와 건강상태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1. 공격을 받거나 쫓긴다
파킨슨병이나 치매가 진행 중일 수 있다. 꿈에서 겪은 일, 꿈에서 자기가 한 행동이 몽유병처럼 실제 나타나기도 한다. 꿈을 꿀 때는 뇌간에서 신체 근육이 못 움직이도록 억제하는 뇌세포군이 활동한다. 파킨슨병·치매처럼 뇌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 생기면, 뇌세포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꿈 조절이 잘 안 돼 악몽을 꾸며, 꿈에서의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 꿈에서 겪는 일을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 중 52.4%가 12년 뒤에 치매·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캐나다 맥길대의 연구결과가 있다. 치매·파킨슨 병에 걸리기 쉬운 50대 이상은 꿈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2. 기분이 나쁘고 불안하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베타 차단제)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런 약은 혈관을 넓혀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돕는데, 혈관을 넓히는 성분이 꿈과 관련된 아세틸콜린·세로토닌 같은 호르몬 분비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악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자리에 드는 게 두려울 정도라면 의사와 상담한 후 약 종류를 바꾸는 것이 좋다. 부정맥도 악몽을 유발한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뇌로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뇌가 자는 도중 자꾸 깨면서 악몽에 시달릴 수 있다. 부정맥이 있으면 악몽을 꿀 확률이 3배, 이로 인한 가슴 통증이 있으면 7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네덜란드 의학저널에 실렸다. 두통 때문일 수도 있다. 잠을 잘 때 두통이 생기면 분노·공격·싸움과 관련된 꿈을 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3. 가위 눌린다
누군가 몸을 압박하는 느낌, 방 안에 누군가 있는 느낌을 받는다면 뇌에서 행동과 수면의 조화를 이루는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잠잘 때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호르몬이 나와서 꿈속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잠에서 거의 다 깨서 의식이 대부분 돌아온 상태인데 근육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계속 나와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누군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경우 기면병, 렘수면행동장애 같은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수면클리닉을 찾아 검사받는 것이 좋다.

(사진=조은선기자)

4. 성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성적인 내용의 꿈을 꾼다. 특히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꾸는 경우는 ‘창의력’과 관련이 있다. 은퇴 후 새로운 취미 덕분에 뇌 활동이 왕성해지면, 창의력이 풍부해져 성과 관련된 꿈을 자주 꿀 수 있다.

◇ 한의학에서 보는 꿈
심장 기능에 따라 꿈이 달라진다
한의학에는 인체 내 장부(臟腑) 상태에 따라 꿈의 내용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고 본다. 특히 밤새 좋지 못한 꿈을 많이 꾸는 것을 ‘다몽증(多夢症)’이라 하는데, 인체의 정신사유 기능을 담당하는 심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심장이 실(實)하면 꿈에 걱정스럽고 놀랍고 괴상한 것이 보이며, 심장이 허약하면 꿈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다몽증은 불쾌한 꿈을 많이 꾸는 것 뿐 아니라 대부분 불면, 불안, 초조,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증 등과 같은 여러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심장을 중심으로 다른 장기 상태를 살펴서 부족한 기운은 보충하고 좋지 않은 기운은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나 침 치료를 할 경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꿈과 관련된 증상을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본다. 첫째는 꿈이 많아서 숙면할 수 없는 ‘다몽(多夢)’, 두 번째는 수면 중 무서운 악몽을 자주 꾸어 숙면할 수 없는 ‘다염’, 세 번째는 수면 중 앉거나 혹은 일어나서 말을 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몽유(夢遊)’로 나눌 수 있다.

● 꿈 내용과 건강 상태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의 허실에 따라 꿈이 달라진다고 보는데, 특히 심(心), 간(肝), 담(膽)이 허해지면 다몽(多夢), 다염, 몽유(夢遊) 등이 생긴다.

1. 이성이 자주 보이고 꿈이 많아진다

(사진=조은선 기자)

꿈이 많고 남자는 여자가, 여자는 남자가 꿈에 자주 보이고, 잠이 부족한 느낌과 피로감을 호소하게 되는 ‘다몽(多夢)’은 혈기(血氣)가 떨어져 심기(心氣)가 허해진 것이 원인이다. 익기안신탕(益氣安神湯), 보혈안신탕(補血安神湯) 등으로 치료한다.

2. 놀라거나 가위 눌린다

자다가 놀라거나, 악몽을 꾸거나, 잠꼬대를 하거나, 이른바 가위눌린다는 증상 등의 ‘다염’은 간(肝)이 요사스럽고 나쁜 기운(사기·邪氣)을 받아 마음과 담력(심담·心膽)이 허해지면서 생긴다.

3. 잠자면서 행동한다
자면서 꿈속에 나타나는 것을 앉거나 누워서 혹은 일어나서 말과 동작으로 표현하는 ‘몽유(夢遊)’는 심담(心膽)이 모두 허할 때 생긴다.

4. 귀신과 만나 사귄다

자면서 귀신과 교접하는 꿈을 자주 꾸는 것은 ‘칠정(七情)’, 즉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충격이 심혈(心血)을 손상시켜서 오는 것으로 평소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은둔하기 좋아하고, 혼자 말하고 웃고 혹은 울고 하는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도움말= 김영보(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 조성훈(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 사진= 조은선 기자, 헬스조선DB

/월간헬스조선 1월호(90페이지)에 실림 
<기사 출처 :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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