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6일 화요일

하루종일 가정부인 양 시켜 대는 남편, 남은 세월 끔찍

내 감정 상태·때·이유 조화롭게 표현해보세요



kimyh@hani.co.kr
Q: 최근 퇴직한 남편이 아침부터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시켜 댑니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중들고 나면 진이 빠집니다. ‘남은 시간을 이렇게 보내야 하나’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내가 가정부 같다는 생각에 함께 살기 싫어집니다.



A: 남편에 대한 끊임없는 뒷바라지와 노력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질 만도 하시겠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헌신은 매우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 전에 내가 행복해야 합니다. 나무 한 그루가 기울어져 있으면 곁의 나무도 굽게 되고, 두 나무가 너무 가까우면 공간이 없어 잘 자라지 못하지요. 홀로 행복하기 위해서 먼저 나 자신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상대를 지배하지 않을뿐더러 지배받지도 않는 주인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권리나 자유, 존엄성이 침해당하면서도 주인임을 포기하고 자신을 방치하게 되면 부부관계는 지배-종속형 모델로 전락하게 됩니다. 둘 모두 인격적인 성숙을 제대로 이룰 수 없기에 점차 불행해지고, 때로 내적인 평화는 사라진 채 겉으로만 평화로운 위장평화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하세요”, “~하지 마요”, “~해”, “당신 성격 좀 고쳐요”, “왜 그런 식이야” 등 명령조의 말투는 상대를 자신이 원하고 기대하는 대로 변화시키려는 표현입니다.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상대의 자유를 배려하지 않고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당신 술버릇 때문에”, “당신 낭비벽 때문에”, “당신이 나를 화나게 했잖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당신이야”, “당신 때문에 못 살겠어” 등의 표현은 문제나 갈등의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며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상대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표현이겠지요.

김연진 에코(ECHO)행복연구소 소장
그렇다면 부부관계에서 내 권리, 자유 혹은 존엄성이 침해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내 감정상태,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 때와 이유, 이 세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표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슬퍼요. 당신이 반말로 명령하는 말을 들을 때 내가 아내라기보다 가정부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라고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이런 표현은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행동을 바꾸거나 바꾸지 않을 자유와 권리는 상대가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주는 ‘배려’와 내 자유를 사용해 존엄성을 지키는 ‘용기’가 녹아 있는 표현인 것이죠.

이렇게 부부가 자신의 존엄성과 자유, 권리를 지키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계속 연습하게 되면 부부가 함께 성숙하는 상호 성숙형 모델로 살아갈 수 있답니다. 오늘이 남편께 마음을 표현하는 첫날이 되길 바라며 뒤에서 응원하겠습니다. 

김연진 에코(ECHO)행복연구소 소장 
<기사 출처 :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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