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7일 수요일

신은미씨 책 ‘우수도서’ 선정 취소

ㆍ문화부, 문학나눔 사업 목록 삭제에 출판계 “모순” 지적

ㆍ검찰은 신씨 피의자 신분 조사… 강제 출국 조치 검토 중

재미동포 신은미씨(54)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네잎클로바)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문학도서에서 7일 취소됐다.

1년여 전 선정 당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문화부가 이제 와서 책 내용이 아니라 저자 성향을 문제 삼아 선정을 취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게 문화계의 지적이다. 

이 책은 2013년 6월 문화부의 ‘문학나눔’ 사업으로 150종의 다른 도서와 함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 사업 위탁자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주관으로 문인들과 공공도서관 관계자 등 10여명이 선정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 신씨가 연 북콘서트가 이른바 ‘종북 논란’에 휘말렸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재미동포의 책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며 “선정 절차 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총리 발언 하루 뒤인 31일 문화부와 재단 측은 회의를 열어 신씨 책을 우수문학도서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이날 홈페이지에 “신은미씨 저서와 관련해 문화부로부터 문학나눔 대상 도서 취소에 따르는 조치를 요청받아 해당 도서를 목록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주관기관인 재단은 철회나 취소 같은 조치를 할 수 없고, 주최기관인 문화부에서 요청받은 대로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화부는 재단의 요청이 있어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태훈 대변인은 “12월30일 재단에서 문화예술위원회에 선정철회를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고, 31일 회의에서 취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근 문화기반정책관은 “콘서트가 논란이 되면서 우수문학도서로 보급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내부 규정에 책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킬 때는 취소할 수 있다고 돼있다”고 밝혔다.

해당 출판사와 문화계에서는 선정 당시와 책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선정 번복을 하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출판사 네잎클로바 김관호 대표는 “한마디로 황당할 뿐”이라며 “보수단체가 고발한 것에 대해 대통령, 국무총리가 지시한 것을 그대로 이행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선정 번복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경찰이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미국 국적인 신씨를 강제출국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씨는 “오히려 내가 마녀사냥식 종북몰이 및 사제폭탄 테러까지 당한 피해자”라며 “남북이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을 뿐 공공안전에 해를 끼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