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2일 일요일

휴대폰 초록불 100% 켜져도 2시간 더 둬야 완전 충전

배터리 올바른 사용법

1년 지난 배터리 충전시간 더 필요
코드 꽂은 채 써도 수명 안 줄어
리튬전지 능가할 금속공기전지 개발
성능 2배 안전성 높아 전기차에 적합


제주도청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기에 한 직원이 케이블을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에는 주로 리튬이온전지가 쓰이지만 에너지밀도가 낮아 금속공기전지 등 포스트리튬전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0년 60억㎞의 우주 비행 끝에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이토카와의 미립자를 채집하고 7년 만에 지구로 돌아온 일본 우주탐사선 ‘하야부사’에는 리튬이온전지가 탑재돼 있었다. 같은 해 하야부사의 귀환 직전에 금성 탐사를 위해 쏘아 올려진 ‘아카쓰키’ 탐사선에도 역시 리튬이온전지가 실려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현재 축전지(2차전지) 분야의 대세다. 1991년 일본에서 상용화하고, 우리나라에서 2000년께 본격 양산에 들어간 리튬이온전지는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등에 쓰이는 전통적인 납축전지가 40%를 맡고, 리튬이온전지에 왕좌를 빼앗긴 니켈수소전지 등이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건전지(1차전지) 시장도 마찬가지로 망간건전지와 알칼리건전지가 리튬전지로 대체되는 추세다.

현대 개념의 전지(배터리)가 등장한 이래 200년 만에 리튬전지가 천하를 통일한 듯 보인다. 전지는 1780년 이탈리아 생물학자 루이지 갈바니가 다리에 구리선을 꽂은 개구리를 쇠막대기에 매달자 다리가 경련하는 것을 보고 “동물의 육체에 전기가 있다”고 주장하자, 1800년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알레산드로 볼타가 이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구리와 아연, 식염수로 전지를 만든 것이 시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닌 충전과 방전을 거듭할 수 있는 축전지가 발명된 것은 1860년 프랑스 가스통 플랑테에 의해서다. 당시는 아직 발전기가 나오기 전이어서 플랑테가 발명한 납축전지는 건전지로 충전을 해야 해 건전지를 1차전지, 축전지를 2차전지라 불렀다.

전지의 종류와 모양, 크기는 전지에 붙어 있는 기호로 알 수 있다. 가령 4CR2032라 쓰여 있으면 직렬로 연결된 전지의 수가 4개, 전지 종류가 이산화망간리튬(C), 모양이 원형(R)이며 지름이 20㎜, 높이가 3.2㎜라는 뜻이다.

수많은 전지들을 물리치고 리튬이온전지가 배터리계의 왕좌에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마라톤도 잘하면서 100m 달리기 성적도 우수한 성질 때문이다. 공칭전압(전류가 흐르는 상태의 전압)은 3.7V(볼트)로 니켈수소전지(1.2V)의 3배이고, 에너지밀도(단위 중량당 에너지 양)도 니켈수소전지의 2배다. 특히 자기방전율이 낮아 유효기간이 길다.

일상에서 휴대전화, 노트북, 리모컨 등 직접 전원에 코드를 꽂아 쓰기 불편한 전자제품이나 시계·보청기 등 휴대용 기기가 늘어나면서 배터리의 용도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배터리의 원리를 알면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떨어진다. 배터리에 여러가지 화학물질이 가루 형태로 존재하고 이를 고정하기 위해 결합제로 붙여놓는데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화학물질 일부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 그만큼 전자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배터리를 0%까지 완전히 방전한 다음 충전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는 니켈카드뮴전지와 니켈수소전지가 대세였을 때의 얘기다. 이 전지들은 완전 방전 전에 충전을 하면 수산화니켈의 종류가 변해 용량이 줄어드는 듯 보이는 ‘메모리 효과’가 나타났는데, 완전 방전을 한 뒤 다시 충전을 하면 회복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에는 메모리 효과가 없기 때문에 완전 방전한 다음 사용하면 오히려 수명이 짧아진다. 완전 방전하면 내부에서 전자를 주고받는 집전체라는 구성회로가 손상되는 탓이다. 니켈카드뮴전지는 현재 카드뮴 독성 때문에 거의 생산되지 않으며, 니켈수소전지의 충전 장치에는 메모리 효과를 방지하는 기능이 도입돼 있다.


배터리 충전이 100% 된 뒤에도 계속 전원에 꽂아두는 게 괜찮은지도 사용자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최근 ‘올바른 배터리 이용을 위한 배터리 가이드북’을 발간한 한국전기연구원의 류동수 홍보협력실장은 “휴대전화의 경우 100% 충전됐다는 초록색 불이 들어온 상태여도 계속 꽂아두면 더 충전이 된다. 완전히 충전하기 위해서는 2시간 이상 더 꽂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충전율은 보통 표면 상태의 전압을 재어 표시하는데 전지 안 리튬이온의 농도 편차가 심해 전압이 충분히 확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히 1년 이상 지난 배터리는 성능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 둬야 충분히 충전할 수 있다.

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코드를 전원에 꽂은 채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에 지장이 없는지도 사용자들이 헷갈려하는 문제다. 정답은 “아무 문제가 없다”이다.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하면 충전 속도가 느려질 뿐 배터리 수명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배터리에 휴식을 주는 것이어서 성능 유지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지니고 있다. 우선 전해질로 석유의 일종인 유기용매를 쓰고 있어 발화·인화가 쉽다. 지금은 전지 본체에 고온이 되면 전류를 차단하는 온도 퓨즈와 내부 압력이 높을 때 가스를 배출하는 밸브 등이 설치돼 있지만 과거에는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리튬이온전지는 전기자동차에 쓰기에는 에너지밀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는 200Wh/㎏ 정도로 전기자동차 구동장치로 쓰면 한번 충전으로 200㎞를 채 가지 못한다. 하프마라톤 정도는 뛰어도 풀코스를 뛰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음극의 카본(흑연)을 실리콘으로 바꾸는 등 소재 연구만으로는 에너지밀도를 두배로 늘리기 어려워 전기연구원에서는 금속공기전지(아연공기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아연공기전지는 보청기 등에 쓰이는 1차전지와 원리가 같다. 음극재로는 금속(철·아연·리튬)을, 양극재로는 공기를 쓴다. 방전 때에 산소를 흡수하고 충전 때는 산소를 방출하는 원리다. 전기연구원은 지난해 에너지밀도가 395Wh/㎏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아연공기전지를 개발했다. 폭발 위험성도 없고 제작 단가도 리튬전지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차세대 축전지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승욱 전기연구원 전지연구센터장은 “현재는 방전 뒤 음극(아연)을 교체하는 기계식 충전만 가능하고 전기적 충전 때는 아연과 산소가 만나 생성되는 산화아연이 부도체로 변하는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러나 산화아연이 부도체로 가기 전 단계에서 재빨리 충전하는 방법 등을 개발해 3~4년 뒤에는 상용화 시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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