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9일 목요일

남편찾아 부산 내려온 20대 엄마에게 찾아온 '따스한 설'



오갈곳없이 여인숙 전전하던 아이 둘 둔 20대 母, 이웃도움으로 보금자리 만들어


두 아이와 함께 부산을 찾은 A(24·여)씨가 머물던 10㎡ 남짓의 숙소 (사진=부산사상구청 제공)
"올해도 낡은 여인숙 방에서 쓸쓸한 설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생에 이런 큰 선물은 처음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큰 사랑. 삶에 대한 심지를 더 굳게 다잡고 살아야 겠지요.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도록…"

남편을 찾아 두 아이를 데리고 고향을 등지고 부산으로 내려온 한 20대 여성이 구청과 주민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찾게 됐다.

무일푼으로 부산을 찾아와 여인숙에서 생활하던 여인은 조만간 주민들이 마련한 '희망디딤돌 하우스'에 입주할 계획이다.

부산 사상구의 한 여인숙에 머물고 있는 A(24·여)씨.

아직 앳된 모습이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A씨는 아이들 뒷바라지만 해도 하루가 부족하다.

어린이집 행사를 앞둔 4살배기 아들을 챙기기 위해 어린이집을 드나들고, 아직 100일도 지나지 않은 둘째를 돌보기만 하는데도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비록 월세 45만 원짜리 여인숙 방에 살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두 아이를 품에 안아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만삭의 몸을 이끌고 자신이 살던 경기도를 떠나 이곳 부산을 찾았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B(23)씨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부산에 내려오기까지 수년 동안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남편 B씨를 처음 만난 것은 약 3년 전인 지난 2011년 말.

두 사람은 경기도 일대에 자리를 잡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듯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두 사람의 발목을 잡았다.

당장 생활비에 출산을 앞두고 있던 A씨의 병원비까지, 두 젊은 남녀가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형편이 어려워진 두 사람은 결국 집도 구하지 못해, 아이를 데리고 경기도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끼니 걱정을 하며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다"며 "잠을 잘 곳도 없어 문을 닫은 상가 건물 지하에서 신문지에 의지해 잠을 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생계가 막막하던 남편 B씨는 지난 2013년 말 자신이 근무하던 편의점의 계산대에 손을 댔고, 경찰에 입건까지 되고 말았다.

결국, 지난해 11월 생활고에 가정을 꾸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B씨는 부인 몰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버렸다.

며칠 뒤 A씨도 만삭의 몸으로 떠나간 남편을 찾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A씨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아빠나 엄마가 없는 상처가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 머물던 남편 B씨를 찾았지만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곧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내려와 남편을 찾았지만, 손에 쥔 것이라곤 텅 빈 지갑과 3살 난 아들의 손이 전부였다.

게다가 남편은 절도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일을 놓쳐 경찰에 수배령까지 내려진 상황.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위태로운 남편의 불안한 신변 때문에 빛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결국, B씨는 절도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부산에서 수감생활을 시작했고, 혼자 남겨진 A씨는 월세 25만 원의 단칸 여관방에서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A씨에게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구청과 인근 주민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사상구는 지난해 A씨를 지난해 12월 '긴급 지원 대상자'로 선정해 산후 조리를 위한 의료비와 생계유지비 등을 지원했다.

또 주민들이 조금씩 모은 전기장판과 밑반찬, 상품권 등을 모아 A씨를 지원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태어난 지 채 2개월도 안된 아기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된 주거지라고 판단하고, A씨 가족의 집을 마련하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주민들은 구청의 지원을 받아 사상구에 있는 한 빈집을 수리해 A씨를 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A(24·여)씨와 두 자녀가 입주할 부산 사상구의 '희망디딤돌하우스' (사진=부산사상구청 제공)'희망 디딤돌 하우스'로 불리는 주택은 넓이 60㎡남짓에 아이들의 방과 세면 시설까지 따로 준비되어 아이들을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디딤돌 하우스는 A씨의 사정을 알게 된 집주인의 배려와 건설업, 설비업에 종사하는 인근 주민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 구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자재비 2,000여만 원도 모두 주민들의 모금활동으로 모았으며 보증금까지 사상에 있는 한 요식업체 대표가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A씨의 입주가 완료되면 제공하기 위해 각종 가구와 전자제품 등도 준비해놓은 상태다.

A씨는 입주공사로 인한 유해물질이 정리되는 이번달 말쯤 희망디딤돌하우스 입주할 예정이다.

A씨는 "연고 하나 없이 부산에 내려와 아이들의 앞길을 걱정했는데, 주민분들의 도움에 희망을 얻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이처럼 큰 선물을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며 "도움에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아이들 키우고 남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구청은 희망디딤돌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과 연계해 A씨 가정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사상구청 희망디딤돌 담당 고순생 계장은 "A씨에 대한 당장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A씨의 가정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것"이라며 "아이들 잘 양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부족한 부분은 주민들과 협력해 A씨의 자립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 CBS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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