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9일 목요일

편의점서 200원 카드 긁는다고 뭐라해도 쫄지마

한 편의점에서 점원이 손님에게 상품을 건네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뉴스1 © News1
소액결제 최소 금액 정해지지 않아…'1원'부터 가능
편의성 때문에 소액결제 점차 늘어…수수료율 인하도 필요


"필요하신 다른 상품은 없나요?" 지난 14일 기자가 200원짜리 막대사탕 한 개와 카드를 단골 편의점의 매대 위에 올려놓자 점주는 평소와 다르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은 그게 전부"라고 답하자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단골이니 오늘만 해 드릴게요. 다음부터는 현금으로 주세요."

카드 소액결제가 '얼마부터' 가능한지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간다. 1000원이라는 설도, 1만원부터 라는 주장도 있다. 손님은 적은 액수도 편하게 카드로 결제하고 싶지만, 가맹점주 입장에서 소액결제는 수익이 나지 않기에 탐탁지 않다. 그렇다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최저 금액은 얼마일까.

일부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원'부터다. 현재 법규 등으로 정해진 최소 결제금액은 없다. 따라서 가맹점으로 가입돼 있다면 '모든 금액'에 대해 결제가 이뤄진다. 밥값이 1만2000원 일 때 점주가 실수로 12원을 입력해도 승인되는 경우가 있다. 1원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하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이를 어기고 소액결제를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전가하는 등 부당하게 대우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카드 부당대우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에 신고가 들어와 처리된 건수는 2013년 3811건이며 지난해는 7월까지 2385건이었다.

◇소비자는 편해서 카드로…가맹점주는 수수료 부담에 울상

소비자들이 소액을 카드로 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이다. 우선 거스름돈을 받을 때 귀찮은 동전을 챙기지 않아도 되며 두꺼운 지갑 대신 카드 한 장만 들고 다닐 수 있다. 연말정산을 할 때 사용 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것도 편리하다.

자신의 모든 소비를 신용·체크카드로 한다는 직장인 하모(34)씨는 "연말정산을 할 때 1년 동안 쓴 금액이 빠지지 않고 전부 반영되는 게 카드를 쓰는 가장 큰 이유"라며 "카드 지갑에 비상용으로 늘 꽂혀있는 5만원권 한 장 말고는 현금을 전혀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소액결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체 카드 이용 건수 중 1만원 이하의 소액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에서 지난해 41.6%까지 늘었다. 그만큼 한 건 당 평균 결제금액도 낮아져 2012년 5만6000원에서 지난해 4만7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카드 결제가 늘어 속이 타는 사람들은 가맹점주들이다. 현금으로 팔았다면 카드사에 주지 않아도 됐을 수수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1000원을 결제하면 약 20~25원(수수료율 2.0~2.5%)의 카드 수수료가 발생해 그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서울 무교동에서 소규모 슈퍼를 운영하는 A씨는 "1000원에 파는 우유 한 팩을 850원 정도에 들여와 150원을 남기는데, 부가세·전기세·임대료에다 카드 수수료까지 추가되면 남는 게 없다"며 "물론 카드를 거절하는 건 위법이지만 가게 운영이 벅찬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역 근방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59)씨는 "소액 카드결제는 솔직히 팔기 싫지만 손님이 클레임을 걸까 봐 어쩔 수 없이 해준다"며 "단가가 1000원이 안 되는 낱개 초코바에 사탕, 종이컵, 라이터 하나까지도 카드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카드 이용자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대학생 김형규(26)씨는 "카드로 계산되지 않으면 그만큼 매출액이 드러나지 않아 탈세 우려가 있지 않으냐"며 "점주 본인이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선 정작 고객이 카드를 쓴다고 하니 표정 굳어지는 게 앞뒤가 맞느냐"고 반박했다.

카드 소비를 주로 하는 직장인 박모(31·여)씨도 "소비자가 카드로 지불하는 돈으로 카드사와 가맹점이 돈을 벌고 있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소액 결제의 경우 수수료 문제가 있다면 카드사와 가맹점이 협상해야지, 결제를 거부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건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되면 소액결제 거부 줄어들까

이에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율을 내리면 소액 결제를 거부하는 일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수수료 때문에 상품을 팔아도 적자라서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이니, 수수료 부담을 던다면 점주들이 현행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결제를 거부할 소지가 다소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슈퍼 등 소규모 유통점에서 카드를 안 받는 건 세원 노출을 감추려는 의도와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전자는 부도덕하기에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지만 후자의 경우는 각 주체들이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카드사는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로 밴사(VAN·결제승인대행업체)에 중개료를 지불해야 해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밴사란 가맹점과 카드사의 중간에서 결제 승인을 중개하고 전표 매입을 대행하는 회사다. 카드사는 모든 가맹점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밴사에 중개료를 지급하고 업무를 맡긴다.

카드사는 밴사에 정액제로 결제 건당 평균 100원의 중개료를 지불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1000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25원(수수료율 2.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는데, 카드사는 밴사에 100원의 중개료를 지불하니 75원의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카드사는 소액 결제시 발생하는 이 같은 손해를 고액 결제 수수료를 통해 벌충한다. 편의점에서 1만원을 결제할 경우 250원의 수수료를 받아 밴사에 100원을 줘도 150원이 남는다. 카드업계는 밴사 중개료와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결제금액이 1만5000원 이상이어야 수익이 발생한다고 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사에 지불하는 중개료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수수료율을 낮추면 적자가 난다"며 "전표 수거 비용이 들지 않아 밴사의 중개료를 낮출 수 있는 '무서명 결제' 방식과 밴사를 거치지 않는 '직승인 결제' 방식 등을 통해 비용 절감과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그간 대형 가맹점에 대한 밴사의 리베이트 지급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수 없는 장애요인으로 꼽혔지만, 지난해 말 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중개료 인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를 수수하면 가맹점과 밴사 모두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밴 업계에 리베이트 관행이 있었던 건 그만큼 중개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부터는 금융감독원이 밴사를 직접 감독·검사해 밴사 중개료와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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