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4일 화요일

예수 안 믿는 두 도시(예루살렘·베들레헴)의 聖地 순례객 쟁탈전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있는 탄생교회(왼쪽)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성묘교회는 예수가 각각 태어나고 묻힌 곳에 세운 교회로 전 세계 기독교인의 성지(聖地)순례 필수 코스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은 군사적 전쟁뿐만 아니라 성지순례객을 놓고 ‘관광 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박국희 특파원

베들레헴, 예루살렘에 공세 - 호텔 숙박료 절반으로 인하
4성급 1박 요금 7만6000원… 교통·관광인프라 부족 메워
예루살렘, 호텔 증축 대응 - "접근성 우리가 훨씬 좋아"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에는 예수가 태어난 동굴 위에 세워졌다는 탄생 교회(Church of the Nativity)가 있다. 베들레헴에서 북쪽으로 8㎞ 떨어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뒤 묻힌 곳에 세워졌다는 성묘 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가 있다. 두 곳 모두 세계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다. 이 때문에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은 전 세계 성지(聖地) 순례객의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최근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예루살렘의 경쟁자 베들레헴이 예루살렘의 잠재적 관광객을 빼앗아 가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베들레헴 호텔들이 숙박료를 대폭 인하하면서 예루살렘에 묵으려는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국민 대부분이 각각 유대교와 이슬람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예수의 신성(神聖)을 믿지 않는다. 기독교도 비율도 인구의 2~3% 수준에 불과하고, 양쪽 모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리적 전쟁뿐만 아니라 그간 관광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지 순례객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중동 방문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란히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을 찾으면서 세계적인 '예수 특수(特需)'가 기대되자, 양쪽 모두 호텔을 증축하며 관광객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현재 예루살렘에는 75개의 호텔이 있고 베들레헴에는 그 절반 수준인 35개가 있다.

지금까지는 예루살렘의 판정승이었다. 이스라엘 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의 총 관광객 330만명 중 기독교 성지 순례객은 전체의 56%인 185만명에 달했다. 그중에서 120만명이 베들레헴을 들른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에 베들레헴에 가려는 관광객은 모두 육로를 통해 예루살렘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숙박률이었다. 베들레헴을 찾는 관광객의 불과 20%만이 베들레헴 호텔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예루살렘에 비해 교통이나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베들레헴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순례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들레헴 호텔들이 숙박료를 점차 인하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예루살렘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베들레헴의 4성급 호텔 1박 요금은 평균 270셰켈(7만6000원)로 아침 식사까지 포함된다. 반면 예루살렘의 비슷한 호텔 가격은 평균 500셰켈(14만원)부터 시작한다. 조지 아부 아이타 베들레헴 호텔협회장은 "베들레헴의 경제적인 호텔 요금이 더 많은 순례객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여유가 있는 입장이다. 관광부 관계자는 "순례객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나사렛, 갈릴리 호수 등 예수의 행적이 담긴 곳을 많이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이스라엘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