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좌충우돌 인도기차여행 ②]땡 처리 항공, 여행 그리고 숙박
나는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 오지를 배낭여행을 다닌 바 있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따라나서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 중에 한 분이 70을 넘긴 J선생님이다. 그녀는 내가 가는 여행 길이라면 지옥까지라도 따라나서겠다고 한다.
이번에 라자스탄 기차여행도 그렇게 해서 J선생님이 친구 H박사와 함께 따라나섰다. 그런데 나도 어느덧 60 중반을 넘긴 노인이다. 모두 60을 훌쩍 넘긴 세 여인을 모시고 인도배낭여행이라니, 그것도 그 악명높은 인도 기차여행을... 아무래도 고생길에 접어든 것만 같다. 이 여행기는 이렇게 60을 훌쩍 넘긴 네 사람이 악명 높은 인도 기차를 타고 좌충우돌하면서 지난 2014년 10월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다닌 배낭여행 기록이다.- 기자말
땡 처리 항공, 땡 처리 여행, 땡 처리 숙박...
10월이지만, 인도 배그도그라 공항은 너무나 덥다. 4년 전에도 부탄을 갈 때에 한 번 들린 적이 있는 공항이다.
배그도그라는 주로 다르질링이나 시킴으로 가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로 다르질링에서 남쪽으로 약 85km 떨어져 있다. 육로를 통해 인도에서 부탄으로 가는 여행자들은 배그도그라 공항에서 버스나 지프를 타고 다르질링이나 시킴 또는 부탄 국경도시 푼?링으로 간다. 델리 등에서 기차를 타고 온 여행자들은 씰리구리나 뉴잘패구리 역에서 지프를 합승하거나 미니버스를 타고 다르질링이나 시킴, 푼?링으로 가기도 한다.
제트에어웨이즈 카운터에서 보딩패스를 받고 여행 배낭을 부치고 나니 12시 20분이 지나고 있다.
"탑승하려면 아직 30여분 정도 남았어요. 자, 저기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할까요?"
"그거 좋지요."
보딩 게이트 앞 휴게소에 자리를 잡고 나는 세 여인에게 여권과 보딩패스를 나누어 주었다.
"자자, 여기 여권을 나누어 드리니 여권은 몸의 일부처럼 간직하세요. 이 항공권은 1만8000루피 짜리를 6000루피로 할인해서 받은 것입니다. 찰라가 발품, 손품, 눈품을 들여 좀 싸게 샀어요. 크크크."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무려 3배나 싸게 샀네요. 벌써 우린 1만4000루피를 벌었네. 호호. 그러니 찰라님을 따라 여행을 가야 한다니깐."
"뭐, 배낭여행 족들이 할인항공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 아니겠소? 그렇지만 기차로 가면 30배나 더 싸지요. 물론 시간은 열다섯 배가 더 걸리지만. 그런데 H박사님이 시간이 없으니 비행기를 타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겁니다. 크크."
"에그~ 죄송해유. 다음에 저도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요."
이건 사실이다. 여행 중 교통수단은 빠를수록 값이 비싸다. 교통요금을 비싼 순으로 나열하면, 비행기-택시-기차-버스(배)-마차-도보... 대충 이런 순이다. 그런데 시간은 점점 더 많이 걸린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돈으로 시간을 사고, 돈이 없는 사람은 시간으로 돈을 사야 한다.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허지만 여행의 묘미는 도보-마차-버스(배)-기타-택시-비행기... 역순이다. 느리게 걸어 다닐수록 가장 볼거리와 체험이 많고, 빠르게 날아다닐수록 가장 볼거리가 적고 재미가 없다.
인터넷에 "땡처리" 클릭하면 할인요금이 줄줄이 사탕으로 올라와
여행 요금도 천차만별이다. 그중 여행 경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요금은 항공사마다, 날짜와 시간대 별로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배그도그라-델리 구간 항공권을 사기 위해 인도의 저가 항공을 웹에서 서핑해 보았다. 인도의 항공회사는 Spicejet Airline, Jet Airways, Kingfisher,Indigo, Air India, Air Asia(일부구간 운행) 등이 있고 최근에는 타타그룹이 설립한 Vistara항공도 있다. 저가항공회사라고 해서 반드시 싸지는 않다. 날짜와 시간, 계절,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요금이 수시로 변경된다.
그중 인도 국내를 주로 날아다니는 제트 에어웨이즈(Jet Airways) 항공회사도 일종의 할인항공회사이다. 나는 배그도그라-델리 제트에어웨이즈 항공티켓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6050루피(약 11만 원)에 티케팅을 했다. 원래 배그도그라-델리 정상요금은 18499(에코노미석, 약 35만 원)루피다. 그러니 정상요금보다 3배나 싸게 산 것이다.
항공요금은 그 항공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직접 사는 것이 가장 싸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살수록 일반적으로 할인요금을 더 많이 적용 받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제트 에어웨이즈 항공사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체크해보니 4499루피 짜리 스페셜 요금도 있다.
그러므로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여러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시로 체크를 해보아야 한다.
요즘은 각 항공사마다 거의 '땡처리 할인요금'이라는 것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 폰에서 "땡처리"를 치면 "땡처리 항공사"와 "땡처리 해외여행", "땡처리 숙박"에 대한 정보가 줄줄이 사탕처럼 튀어 나온다. 어느 여행사든 땡처리 여행과 할인항공 요금을 올려놓고 있다.
또 Booking.com이나 Agoda.com 등에 들어가면 땡처리 숙박요금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인터넷에는 무한경쟁시대에 최고가격에서 최저가격이 무한대로 나타나 있다. 거기서 여행자의 입맛에 맞는 요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땡처리 할인요금은 날짜, 시간 등의 제한이 있고, 환불요금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하고자 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항공요금이 여행 비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므로 할인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인도의 기차요금은 항공요금에 비해 절대적으로 싸다. 예를 들어 이곳 배그도그라 인근 뉴잘패구리(NJP)에서 델리까지 기차요금은 겨우 600루피(1만1400원, Sleeper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상요금 1만8499루피보다 무려 30배나 싸다. 허지만 시간은 15배나 더 걸린다. 비행기로 가면 2시간인데, 기차로 가면 32시간 45분이나 걸린다.
기차 타면 비행기에 비해 요금은 30배 싸지만, 시간은 15배 더 걸려
이 역시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시간이 들더라도 값이 절대적으로 싼 기차를 탈 수밖에 없다. 인도는 큰 대륙이다. 배그도그라에서 델리까지의 거리는 무려 1400km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H박사의 사정 등으로 시간이 그리 넉넉지가 않다. 그래서 비행기로 날아가는 것이다.
오후 1시, 걸어서 비행기에 오르니 맨 뒤 좌석에 배정이 되었는데 좌석이 널널하여 한 사람이 3개의 의자를 차지하고 다리를 쭉 뻗거나 누워서 가도 될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여 안전궤도에 오르자 인도의 아름다운 승무원 아가씨 들이 곧 기내식을 배달해주었다.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대접을 잘 받는 타임은 이 기내식이다.
기내에서 점심으로 인도 치킨 카레로 점심을 먹고 인도 짜이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 졸음이 슬슬 몰려온다. 이럴 땐 마음을 릴렉스하게 먹고 푹 쉬어야 한다. 세 여인은 여유있는 좌석을 3개나 차지하고 누워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비행기 요금이 싼 날은 비행기 좌석이 이렇게 여유가 많아 편하게 앉아 갈 수 있다.
"모두가 널널하게 자리를 잡으셨군요. 크크."
"찰라님 덕분에 이렇게 특등석에 앉아 편하게 가네요. 호호."
"세 왕비님들 잘 모시려고 이렇게 일등석보다 더 좋은 좌석을 마련했습니다. 크크크."
"그렇게 싼 비용으로 이렇게 호사를 누리다니, 그저 감동입니다. 호호."
"델리에 도착할 때까지 푹 쉬어 가세요. 델리에 도착하면 곧 인간의 늪 속으로 삐져 들어갈 테니까요."
"인간의 늪?"
"네, 인간의 늪."
"호호,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H박사가 '인간의 늪'이란 표현에 눈을 크게 뜨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행은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쉴 수 있을 때 쉬고,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잘 수 있을 때 푹 자둬야 한다.
델리로 가는 할인항공 비행기 맨 뒷좌석에 여유롭게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세 여인을 바라보자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세 여인 모두 여행이라면 죽고 마는 사람들 아닌가? 여유 있게 누워 있는 <창문너머로 도망친 60세 중년>들처럼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니 곧 델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후 4시 10분. 드디어 인구 2500만의 도시 델리에 도착했다. 우리는 짐을 찾아 곧 인간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나는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 오지를 배낭여행을 다닌 바 있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따라나서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 중에 한 분이 70을 넘긴 J선생님이다. 그녀는 내가 가는 여행 길이라면 지옥까지라도 따라나서겠다고 한다.
이번에 라자스탄 기차여행도 그렇게 해서 J선생님이 친구 H박사와 함께 따라나섰다. 그런데 나도 어느덧 60 중반을 넘긴 노인이다. 모두 60을 훌쩍 넘긴 세 여인을 모시고 인도배낭여행이라니, 그것도 그 악명높은 인도 기차여행을... 아무래도 고생길에 접어든 것만 같다. 이 여행기는 이렇게 60을 훌쩍 넘긴 네 사람이 악명 높은 인도 기차를 타고 좌충우돌하면서 지난 2014년 10월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다닌 배낭여행 기록이다.- 기자말
땡 처리 항공, 땡 처리 여행, 땡 처리 숙박...
10월이지만, 인도 배그도그라 공항은 너무나 덥다. 4년 전에도 부탄을 갈 때에 한 번 들린 적이 있는 공항이다.
배그도그라는 주로 다르질링이나 시킴으로 가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로 다르질링에서 남쪽으로 약 85km 떨어져 있다. 육로를 통해 인도에서 부탄으로 가는 여행자들은 배그도그라 공항에서 버스나 지프를 타고 다르질링이나 시킴 또는 부탄 국경도시 푼?링으로 간다. 델리 등에서 기차를 타고 온 여행자들은 씰리구리나 뉴잘패구리 역에서 지프를 합승하거나 미니버스를 타고 다르질링이나 시킴, 푼?링으로 가기도 한다.
▲ 델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여행자들(배그도그라 공항) |
ⓒ 최오균 |
제트에어웨이즈 카운터에서 보딩패스를 받고 여행 배낭을 부치고 나니 12시 20분이 지나고 있다.
"탑승하려면 아직 30여분 정도 남았어요. 자, 저기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할까요?"
"그거 좋지요."
보딩 게이트 앞 휴게소에 자리를 잡고 나는 세 여인에게 여권과 보딩패스를 나누어 주었다.
▲ 인터넷에서 배그도그라 - 델리까지 18,499루피 JetAirways 항공권을 6,050루피로 할인하여 샀다. |
ⓒ 최오균 |
"자자, 여기 여권을 나누어 드리니 여권은 몸의 일부처럼 간직하세요. 이 항공권은 1만8000루피 짜리를 6000루피로 할인해서 받은 것입니다. 찰라가 발품, 손품, 눈품을 들여 좀 싸게 샀어요. 크크크."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무려 3배나 싸게 샀네요. 벌써 우린 1만4000루피를 벌었네. 호호. 그러니 찰라님을 따라 여행을 가야 한다니깐."
"뭐, 배낭여행 족들이 할인항공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 아니겠소? 그렇지만 기차로 가면 30배나 더 싸지요. 물론 시간은 열다섯 배가 더 걸리지만. 그런데 H박사님이 시간이 없으니 비행기를 타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겁니다. 크크."
"에그~ 죄송해유. 다음에 저도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요."
이건 사실이다. 여행 중 교통수단은 빠를수록 값이 비싸다. 교통요금을 비싼 순으로 나열하면, 비행기-택시-기차-버스(배)-마차-도보... 대충 이런 순이다. 그런데 시간은 점점 더 많이 걸린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돈으로 시간을 사고, 돈이 없는 사람은 시간으로 돈을 사야 한다.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허지만 여행의 묘미는 도보-마차-버스(배)-기타-택시-비행기... 역순이다. 느리게 걸어 다닐수록 가장 볼거리와 체험이 많고, 빠르게 날아다닐수록 가장 볼거리가 적고 재미가 없다.
인터넷에 "땡처리" 클릭하면 할인요금이 줄줄이 사탕으로 올라와
여행 요금도 천차만별이다. 그중 여행 경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요금은 항공사마다, 날짜와 시간대 별로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배그도그라-델리 구간 항공권을 사기 위해 인도의 저가 항공을 웹에서 서핑해 보았다. 인도의 항공회사는 Spicejet Airline, Jet Airways, Kingfisher,Indigo, Air India, Air Asia(일부구간 운행) 등이 있고 최근에는 타타그룹이 설립한 Vistara항공도 있다. 저가항공회사라고 해서 반드시 싸지는 않다. 날짜와 시간, 계절,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요금이 수시로 변경된다.
그중 인도 국내를 주로 날아다니는 제트 에어웨이즈(Jet Airways) 항공회사도 일종의 할인항공회사이다. 나는 배그도그라-델리 제트에어웨이즈 항공티켓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6050루피(약 11만 원)에 티케팅을 했다. 원래 배그도그라-델리 정상요금은 18499(에코노미석, 약 35만 원)루피다. 그러니 정상요금보다 3배나 싸게 산 것이다.
항공요금은 그 항공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직접 사는 것이 가장 싸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살수록 일반적으로 할인요금을 더 많이 적용 받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제트 에어웨이즈 항공사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체크해보니 4499루피 짜리 스페셜 요금도 있다.
▲ 18,499루피 항공권을 4,499루피에 팔고 있다. 항공요금은 날짜, 시간, 계절에 따라 천파만별이다(2015년 5월 3일자 JetAirways항공요금) |
ⓒ 최오균 |
그러므로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여러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시로 체크를 해보아야 한다.
요즘은 각 항공사마다 거의 '땡처리 할인요금'이라는 것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 폰에서 "땡처리"를 치면 "땡처리 항공사"와 "땡처리 해외여행", "땡처리 숙박"에 대한 정보가 줄줄이 사탕처럼 튀어 나온다. 어느 여행사든 땡처리 여행과 할인항공 요금을 올려놓고 있다.
또 Booking.com이나 Agoda.com 등에 들어가면 땡처리 숙박요금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인터넷에는 무한경쟁시대에 최고가격에서 최저가격이 무한대로 나타나 있다. 거기서 여행자의 입맛에 맞는 요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땡처리 할인요금은 날짜, 시간 등의 제한이 있고, 환불요금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하고자 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항공요금이 여행 비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므로 할인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인도의 기차요금은 항공요금에 비해 절대적으로 싸다. 예를 들어 이곳 배그도그라 인근 뉴잘패구리(NJP)에서 델리까지 기차요금은 겨우 600루피(1만1400원, Sleeper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상요금 1만8499루피보다 무려 30배나 싸다. 허지만 시간은 15배나 더 걸린다. 비행기로 가면 2시간인데, 기차로 가면 32시간 45분이나 걸린다.
기차 타면 비행기에 비해 요금은 30배 싸지만, 시간은 15배 더 걸려
▲ 배그도그라-델리. 비행기로 가면 2시간 걸리지만, 기차로 가면 31시간이나 걸린다. 대신 기차요금 600루피(슬리퍼기준)로 비행기 요금보다 30배나 싸다. |
ⓒ 최오균 |
이 역시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은 시간이 들더라도 값이 절대적으로 싼 기차를 탈 수밖에 없다. 인도는 큰 대륙이다. 배그도그라에서 델리까지의 거리는 무려 1400km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H박사의 사정 등으로 시간이 그리 넉넉지가 않다. 그래서 비행기로 날아가는 것이다.
오후 1시, 걸어서 비행기에 오르니 맨 뒤 좌석에 배정이 되었는데 좌석이 널널하여 한 사람이 3개의 의자를 차지하고 다리를 쭉 뻗거나 누워서 가도 될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여 안전궤도에 오르자 인도의 아름다운 승무원 아가씨 들이 곧 기내식을 배달해주었다.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대접을 잘 받는 타임은 이 기내식이다.
▲ JetAirways 탑승구에 오르는 여행자들 |
ⓒ 최오균 |
기내에서 점심으로 인도 치킨 카레로 점심을 먹고 인도 짜이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 졸음이 슬슬 몰려온다. 이럴 땐 마음을 릴렉스하게 먹고 푹 쉬어야 한다. 세 여인은 여유있는 좌석을 3개나 차지하고 누워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비행기 요금이 싼 날은 비행기 좌석이 이렇게 여유가 많아 편하게 앉아 갈 수 있다.
"모두가 널널하게 자리를 잡으셨군요. 크크."
"찰라님 덕분에 이렇게 특등석에 앉아 편하게 가네요. 호호."
"세 왕비님들 잘 모시려고 이렇게 일등석보다 더 좋은 좌석을 마련했습니다. 크크크."
"그렇게 싼 비용으로 이렇게 호사를 누리다니, 그저 감동입니다. 호호."
"델리에 도착할 때까지 푹 쉬어 가세요. 델리에 도착하면 곧 인간의 늪 속으로 삐져 들어갈 테니까요."
"인간의 늪?"
"네, 인간의 늪."
"호호,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 기내식을 배달하는 승무원 |
ⓒ 최오균 |
H박사가 '인간의 늪'이란 표현에 눈을 크게 뜨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행은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쉴 수 있을 때 쉬고,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잘 수 있을 때 푹 자둬야 한다.
델리로 가는 할인항공 비행기 맨 뒷좌석에 여유롭게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세 여인을 바라보자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세 여인 모두 여행이라면 죽고 마는 사람들 아닌가? 여유 있게 누워 있는 <창문너머로 도망친 60세 중년>들처럼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니 곧 델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후 4시 10분. 드디어 인구 2500만의 도시 델리에 도착했다. 우리는 짐을 찾아 곧 인간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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