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0일 화요일

배가 아닙니다, 기름 나는 섬 입니다

'바다 위 정유공장' 20년간 한자리에 둥둥… 세계 최강 생산기술, 한국의 FPSO

한국은 해양 플랜트 강국(强國)이다. 생산 분야에는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다. 현재 하루에 2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하는 초대형 FPSO는 사실상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우리 조선업체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FPSO는 '부유식 생산용 플랜트(floating prod uction storage & offloading unit)'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정유공장'의 역할을 하는 배다. 드릴십이 찾아낸 유정에서 원유를 뽑아내고서, 저장하고 정제하는 역할을 한다. 육상(陸上)이나 얕은 바다(천해·淺海)에 매장된 에너지 자원이 점점 고갈되면서, 수심 500m 이상 심해(深海)에 있는 유정(油井) 개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심해 유정 개발에는 바다를 돌아다니며 수십개의 구멍을 뚫고 원유를 찾아내는 시추선 '드릴십', 'FPSO', FPSO가 만든 석유를 육상으로 옮기는 '셔틀탱커' 등 3가지 유형의 배가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FPSO다.

FPSO 개념도 그래픽
 그래픽=김충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FPSO는 바다 위의 한 지점에 떠 있으면서 20년 가까이 채굴 작업을 한다. 드릴십은 바닷속 유정을 찾아낸 다음 시추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셔틀탱커도 석유 제품을 받아서 옮기면 일이 끝나지만, FPSO는 바다에 둥둥 떠 있으면서도 강한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갖춰야 할 요건이 많다.

우선 바다 위의 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계류(繫留·일정한 곳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들어 놓음)' 장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바다 밑에 직경 10~20㎝ 정도 되는 철제 와이어를 박아서 FPSO의 모서리와 연결하는 방법, 선체의 한 지점에 있는 '터렛(Turret)'이라고 불리는 탑을 10~20개의 와이어로 해저 면과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일부 FPSO의 바닥 부근에는 프로펠러 모양의 스러스터(Thruster)가 2~8개씩 달렸다. 위성을 이용한 위치탐지시스템이 FPSO의 수평면상의 변화를 탐지하면 스러스터가 작동하면서 목표점에 계속 위치하도록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다이내믹 포지션 시스템(DPS)'이라고 부른다.

FPSO 기술은 정밀해야 한다. 바다와 연결된 파이프 라인이 끊어지면 큰 해양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반잠수식 유정 시추선인 '딥 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는 역대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꼽힌다. 지름 0.5m에 길이가 1600m인 파이프가 연결돼 있었는데, 폭발 사고로 끊어지면서 수억 갤런의 원유가 바다에 흘러들어 갔다. 탑승자 126명 중에 시추 노동자 1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심해 원전을 운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비롯한 FPSO의 품질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 offloading unit)

원유 저장용 하부 선체 구조(hull)와 원유 정제용 상부 설비(topside)로 구성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시설’. 수심 2000m 내외의 심해에서 뽑은 원유를 저장하고 정제한다. 운반선 ‘셔틀탱커’가 오면 기름을 넘겨준다. ‘바다 위의 정유공장’으로 불린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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