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일 월요일

졸업 유예제 도입 대학 10곳 중 7곳 “남고 싶으면 돈 내”

- 대학교육연구소 전국 176개교 전수조사 결과 공개
- 전체 대학 중 63%가 도입···수도권 25% 지방 75%
- 제도 도입 대학 10곳 중 7곳 “졸업유예 비용 요구”
- “대학평가 조정하고 신청학점 따른 등록금만 받아야”

지방 국립대 졸업반인 이현진(가명·25)씨는 졸업 학점을 모두 이수했지만 졸업은 한 학기 미루기로 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졸업생’ 신분보다 ‘재학생’이 유리해서다. 하지만 수강 신청을 하지 않아도 기성회비의 10%인 37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이들에게도 등록비를 받아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가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교육부의 ‘대학 졸업 유예제 실태조사’ 내용을 받아 본 결과 2014년 7월 현재 졸업 유예제를 도입한 대학은 전국 176곳 중 110곳(62.5%)이다. 이 가운데 지방대학이 74.5%(82곳)를, 수도권 대학은 25.5%(28곳)를 차지했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방대생들 사이에서 졸업을 미루려는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당수 대학이 취업 때문에 불가피하게 졸업 유예를 택한 학생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대학 중 졸업 유예자에게 수강 신청을 강요하는 대학은 76곳(69.1%)으로 조사됐다. 수강 신청을 강제하지 않아도 일정부분 등록비를 요구하는 대학도 15곳(13.6%)이다. 

졸업 유예 시 내야 할 등록금은 대학별로 천차만별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신청 학점에 따라 등록비를 받는 경우에도 대학 간 액수가 무려 7배까지 차이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통해 전국 10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수강 신청을 하지 않아도 졸업 유예가 가능한 대학들의 등록비용은 최소 5만원에서 57만원으로 다양했다. 경동대가 57만3400원으로 가장 비쌌고, 한림대가 5만원으로 가장 쌌다. 

졸업 유예생에게 최소 수강 학점(1~3학점)을 듣도록 의무화한 대학 중에는 연세대가 77만2900원으로 비용 부담이 가장 컸다. 이화여대(70만2700원)와 건국대(67만7700원)·한세대(67만5000원)·명지대(67만4400원)·서강대(66만600원) 등도 6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졸업을 미룰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몇몇 대학이 졸업 유예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건국대·경희대·서강대·한국외대 등은 졸업학점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재학증명서가 아닌 수료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화여대도 올해부터 필수 이수학점을 모두 취득한 학생을 ‘재학생’이 아닌 ‘과정 수료생’으로 처리하려다 학생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철회했다. 

이런 움직임은 교육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 평가에서는 대학별 전임교원확보율이나 장학금지급율 등이 비중 있게 반영되는 데, 이런 지표는 학생 수가 적을수록 유리하다. 학생 수 대비 교원확보·장학금 비율을 반영하기 때문에 졸업 유예 요건을 강화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는 향후 대학별 정원 감축 규모와 직결된다. 

그러나 ‘청년 취업난’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불가피하게 졸업 유예를 택한 학생들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란 지적이 많다.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들은 졸업 유예생이 학교에 남아 학교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등록비를 받는다고 하지만, 사실 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은 도서관이 전부”라며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서 졸업 유예생으로 인해 대학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정하고, 대학들은 수강 신청 학생에게만 등록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유예제 실태조사 결과(자료: 교육부, 대학교육연구소)

<기사 출처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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