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좌충우돌 인도기차여행 ①] 네팔 카카르비타-인도 빠니땅기 국경통과
?나는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 오지를 배낭여행을 다닌 바 있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따라나서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 중에 한 분이 70을 넘긴 J선생님이다. 그녀는 내가 가는 여행 길이라면 지옥까지라도 따라나서겠다고 한다. 이번에 라자스탄 기차여행도 그렇게 해서 J선생님이 친구 H박사와 함께 따라나섰다. 그런데 나도 어느덧 60 중반을 넘긴 노인이다. 모두 60을 훌쩍 넘긴 세 여인을 모시고 인도배낭여행이라니, 그것도 그 악명높은 인도 기차여행을... 아무래도 고생길에 접어든 것만 같다. 이 여행기는 이렇게 60을 훌쩍 넘긴 네 사람이 악명 높은 인도 기차를 타고 좌충우돌하면서 지난 2014년 10월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다닌 배낭여행 기록이다... 기자 말
지난 2014년 10월 29일 네팔과 인도 국경도시 카카르비타(Kakarvitta)에 도착했다. 카트만두를 거쳐 네팔 동부 버드러칼리 학교에서 2박 3일간의 봉사활동을 마친 일행들은 이곳 카카르비타에서 헤어져야 했다. 15명의 일행 중 11명은 케이피 시토울라(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씨가 직접 인솔하고 다르질링, 시킴을 거쳐 부탄으로 떠났다. 나머지 네 명은 이제부터 내가 인솔하고 인도 라자스탄 기차여행을 떠난다.
생각 같아서는 이번 기회에 부탄으로 가는 팀을 따라가고 싶지만 부탄은 여행경비가 만만치 않다. 부탄 여행은 하루에 250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이곳 카카르비타에서 부탄은 가깝다. 더욱이 육로로 갈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미 2012년도에 다르질링, 시킴, 부탄 지역을 배낭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 대한 기행문을 정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라는 타이틀로 책까지 한 권 엮어낸 바 있지만 부탄은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나라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네팔까지 온 항공료가 아까웠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부탄을 가지 못하는 대신 라자스탄 지역을 기차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인도 기차여행은 복잡하고 좀 고생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흥미롭고 낭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값이 싸다. 여행도 일종의 틈새 여행이라는 것이 있다. 네팔과 인도는 이웃나라이니 미처 가보지 못한 지역을 이 기회에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네팔과 인도를 수차례 여행을 하였지만 인도 라자스탄 지역은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르질링 방향으로 멀어져 가는 시토울라 일행이 탄 지프를 바라보며 나는 손을 흔들었다. 카카르비타는 동부 네팔과 인도를 잇는 국경도시다. 배낭여행자들이 네팔 여행을 마치고 인도의 다르질링, 시킴, 꼴까따 등 인도 북동부 지역을 여행할 때나 혹은 그 반대로 인도에서 네팔로 들어오는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을 한다. 일자리를 찾아 꼴까따로 가는 네팔인이 이용하거나 인도에서 히말라야 성지순례를 오는 인도인들이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배그도그라에서 델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기차를 탈 수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은 시간이 충분해야 바쁘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피곤하면 쉬어가면 되니까. 그런데 이번 일정은 좀 빠듯하다. 인도여행은 보통 짧아야 1개월 정도를 잡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15일밖에 되지 않는다. 함께 온 H 박사가 시간을 그 정도밖에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배그도그라에서 델리까지는 비행기로 날아가서, 델리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라자스탄의 자이푸르, 조드푸르, 자이살메르, 우다이푸르를 여행하고, 우다이푸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인도 고아 해변으로 가서 3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이 여정의 모든 티켓, 숙소, 여행 가이드까지 물론 내 몫이다. 나는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 오지를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드니 순발력이 점점 떨어진다. 여행도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60대 중반을 넘고 보니 아무래도 모든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편한 여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
흥정하지 않으면 바가지 쓰기 십상
아무튼… 나는 카카르비타에서 배그도그라까지 가는 택시를 16달러에 예약을 했다. 내가 잡은 택시는 지프차라기보다는 낡은 고물 택시다. 여기서 배그도그라까지는 불과 20km 거리다. 그 거리를 16달러나 지불한다는 것은 인도에서는 큰 돈이다. 그러나 국경을 통과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입국 스탬프를 찍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20달러를 달라는 것을 흥정을 해서 4달러를 깎았다. 16달러를 네 명이 나누어서 내면 1인당 4달러가 된다. 인도는 모든 요금을 흥정을 해야 한다. 지루하고 피곤하지만 요금을 깎는 줄다리기를 하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네팔 동부 오지인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 지프로 이동을 한다.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하루에 몇 번 밖에 없고 현지인들로 엄청 붐비고 느리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 네팔 카카르비타에서 다르질링으로 가려면 환승을 네 번이나 해야 한다. 릭샤를 타고 인도 국경도시 빠니땅끼로 가서 버스로 실리구리로 간다. 실리구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다르질링으로 가야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 여행자 몇 명이 어울려서 지프를 렌트한다. 요금을 나누어서 내면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와 단 둘이서 배낭여행을 다닐 적에는 아무리 늦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즉 시간으로 돈을 사는 것이다.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우리들의 배낭여행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중에 몇 가지를 들어보면, 별 달린 호텔은 가지 말 것, 테이블 차지를 물리는 식당을 들어가지 말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시를 타지 말 것 등이다.
사부를 초월해 오지 배낭여행 더 잘 다니는 '제자'
나는 세 여인을 인솔하고 카카르비타를 출발하여 네팔 국경을 통과했다. 아내와 J 선생님, 그리고 H박사, 모두가 육십을 훌쩍 넘은 중년(좋게 봐줘서 중년) 여성들이다. 그러나 모두 인도와 네팔을 몇 번씩 와본 경험이 있는 여행의 고수들이다.
그 중에서 J선생님은 칠십을 넘긴 노인이다. 그런데도 아직 그녀는 배낭을 메고 세계 오지여행을 다니고 있는 배낭족이다. 2012년에도 나와 함께 다르질링, 시킴, 부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 내가 인도 라자스탄을 간다고 하니 따라 나선 것이다.
"찰라님이 가시는 여행지라면 지옥까지라도 따라가겠어요."
뭐? 내가 가는 여행길이라면 지옥까지 따라가겠다고? 서울 인도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지문을 찍으며 그녀가 한 말이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 일단 마음이 편하다나. 티케팅, 숙소, 여행 가이드까지 해주고, 이것 챙겨주고, 사진은 물론 여행후기까지 서비스를 해준다나?
하긴 그렇다. 나는 모든 여행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한다. 그리고 여행 후기를 블로그에 반드시 올린다. 여행에도 경영학처럼 Plan, Do, See(여행 일정을 설계하고, 여행을 실행하며, 모니터링을 한다)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계획을 하고 실행하며, 여행후기를 쓰고 나면, 눈을 감고 있어도 그 여행지에 대한 추억이 활동사진처럼 생생하게 고스란히 기억된다.
J 선생님과는 15년 전부터 함께 네팔을 드나들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배낭여행을 다닌 적이 있다. 나에게서 처음으로 배낭여행 전수를 받은 그녀는 이제 세계 어떤 오지도 거침없이 배낭을 메고 홀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녀는 이 사부를 초월해서 나보다 더 오지 배낭여행을 잘 다니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은 제자가 사부를 잡아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하하.
우리가 탄 택시는 곧 인도 국경도시 빠니땅끼(Panitanki)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릭샤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시골 간이역처럼 생긴 라니간즈(Raniganj)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두 명의 인도관리가 여권을 검사하며 스탬프를 찍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행동이 어찌나 느리던지 속이 터질 지경이다. 뭐, 여긴 인도니까 참아야 한다.
서양인 몇 사람이 한가롭게 사무실 밖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콧수염을 기른 인도 경비가 거드름을 피우며 호명을 한다. 사무실로 들어가면 인도 경비는 더욱 거드름을 피우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때 고분고분 답변을 해야 스탬프를 찍어준다. 시골 오지로 갈수록 인도 관리들은 더욱 거만을 떨며 거드름을 피운다. 뭐, 여긴 인도니까, 별 수 없다. 인도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여권님께 문안 인사 드리세요"
비자는 미리 한국에서 받아왔기 때문에 국경을 통과하는 스탬프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도 1시간여를 기다려 여권에 스탬프를 받았다. 여권을 받아 들고 고물 택시를 탔다. 인도 국경을 통과하자 곧 뱅골주의 푸른 차밭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네팔보다는 길도 훨씬 넓고 차량소통이 원할하다. 우리는 곧 배그도그라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고행길이다. 고행을 즐기는 배낭여행자들이랄까? 하기야 집을 나가면 고생이다. 그래도 그 고생길이 좋아서 여행을 떠난다. 허나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오지를 배낭여행을 다녔지만, 이렇게 60을 훌쩍 넘긴 세 여인을 모시고 배낭을 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차표, 숙박, 먹는 것, 여행지 인솔... 모두가 만만치 않다. 둘이서만 다닐 때에는 궂은 일이나 좋은 일이나 그냥 부부지간이니까 그럭저럭 참고 다닐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다.
그래서 나는 세 여인에게 임무를 하나씩 부여했다. 합동 여행경비 담당은 그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적은 H박사에게, 물자조달 등 잔심부름은 J선생님에게, 음식 요리는 아내에게, 그리고 여행안내와 총괄대장은 내가 맡기로 했다.
"모두들 각자의 임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 자체가 삐거덕 거려 망치게 됩니다. 그리고 아주 결정적인 때는 이 대장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최종 의사결정은 이 대장에게 맡기시라는 겁니다. 배낭여행이란 우왕좌왕하면 삐끼들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니까요. 모두들 잘 알겠지요?"
"네, 알고말고요. 대장님의 명령에 절대 복종을 하겠습니다. 호호."
"허허, 결코 웃을 일이 아닙니다. 우린 20대 젊은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아무도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배낭여행을 하고 있어요. 그것도 다른 나라가 아닌 인도, 인도라는 나라에서."
"네네, 잘 알겠어요."
"각자 자기 짐을 잘 챙기고 여권과 돈은 내 몸의 일부처럼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 여권님께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드리세요. 알겠어요?"
"호호, 염려 놓으시라고요. 이래 뵈도 수차례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 수차례 경험이 사람을 잡아요. 모든 일에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해요.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는 것도 오히려 좋지 않아요. 항상 마음을 이완하고 여유를 갖되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여부가 있습니까?"
일단 대장의 말이니 대답들은 잘 했다.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도 여권이다. 여권을 신주처럼 모셔야 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물론 집중력도 떨어지고 순발력도 떨어진다. 그러니 서로 조심을 해야 한다. 나는 네 사람의 항공권과 여권을 받아들고 델리로 가는 항공좌석을 받으러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나는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 오지를 배낭여행을 다닌 바 있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따라나서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 중에 한 분이 70을 넘긴 J선생님이다. 그녀는 내가 가는 여행 길이라면 지옥까지라도 따라나서겠다고 한다. 이번에 라자스탄 기차여행도 그렇게 해서 J선생님이 친구 H박사와 함께 따라나섰다. 그런데 나도 어느덧 60 중반을 넘긴 노인이다. 모두 60을 훌쩍 넘긴 세 여인을 모시고 인도배낭여행이라니, 그것도 그 악명높은 인도 기차여행을... 아무래도 고생길에 접어든 것만 같다. 이 여행기는 이렇게 60을 훌쩍 넘긴 네 사람이 악명 높은 인도 기차를 타고 좌충우돌하면서 지난 2014년 10월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다닌 배낭여행 기록이다... 기자 말
▲ 네팔에서 인도로 넘어가는 국경 카카르비타 |
ⓒ 최오균 |
지난 2014년 10월 29일 네팔과 인도 국경도시 카카르비타(Kakarvitta)에 도착했다. 카트만두를 거쳐 네팔 동부 버드러칼리 학교에서 2박 3일간의 봉사활동을 마친 일행들은 이곳 카카르비타에서 헤어져야 했다. 15명의 일행 중 11명은 케이피 시토울라(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씨가 직접 인솔하고 다르질링, 시킴을 거쳐 부탄으로 떠났다. 나머지 네 명은 이제부터 내가 인솔하고 인도 라자스탄 기차여행을 떠난다.
생각 같아서는 이번 기회에 부탄으로 가는 팀을 따라가고 싶지만 부탄은 여행경비가 만만치 않다. 부탄 여행은 하루에 250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이곳 카카르비타에서 부탄은 가깝다. 더욱이 육로로 갈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미 2012년도에 다르질링, 시킴, 부탄 지역을 배낭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 대한 기행문을 정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라는 타이틀로 책까지 한 권 엮어낸 바 있지만 부탄은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나라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네팔까지 온 항공료가 아까웠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부탄을 가지 못하는 대신 라자스탄 지역을 기차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인도 기차여행은 복잡하고 좀 고생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흥미롭고 낭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값이 싸다. 여행도 일종의 틈새 여행이라는 것이 있다. 네팔과 인도는 이웃나라이니 미처 가보지 못한 지역을 이 기회에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네팔과 인도를 수차례 여행을 하였지만 인도 라자스탄 지역은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 릭샤를 타고 네팔-인도 국경을 통과하는 네팔인들 |
ⓒ 최오균 |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르질링 방향으로 멀어져 가는 시토울라 일행이 탄 지프를 바라보며 나는 손을 흔들었다. 카카르비타는 동부 네팔과 인도를 잇는 국경도시다. 배낭여행자들이 네팔 여행을 마치고 인도의 다르질링, 시킴, 꼴까따 등 인도 북동부 지역을 여행할 때나 혹은 그 반대로 인도에서 네팔로 들어오는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을 한다. 일자리를 찾아 꼴까따로 가는 네팔인이 이용하거나 인도에서 히말라야 성지순례를 오는 인도인들이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배그도그라에서 델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기차를 탈 수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은 시간이 충분해야 바쁘지도 피곤하지도 않다. 피곤하면 쉬어가면 되니까. 그런데 이번 일정은 좀 빠듯하다. 인도여행은 보통 짧아야 1개월 정도를 잡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15일밖에 되지 않는다. 함께 온 H 박사가 시간을 그 정도밖에 낼 수 없다고 했다.
▲ 네팔 국경도시 카카르비타에서 인도 배그도그로라로 가는 길 |
ⓒ 최오균 |
그래서 배그도그라에서 델리까지는 비행기로 날아가서, 델리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라자스탄의 자이푸르, 조드푸르, 자이살메르, 우다이푸르를 여행하고, 우다이푸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인도 고아 해변으로 가서 3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이 여정의 모든 티켓, 숙소, 여행 가이드까지 물론 내 몫이다. 나는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 오지를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드니 순발력이 점점 떨어진다. 여행도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60대 중반을 넘고 보니 아무래도 모든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편한 여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
흥정하지 않으면 바가지 쓰기 십상
▲ 네팔 국경 카카르비타에서 인도 배그도그라까지 16달러에 계약한 고물택시 |
ⓒ 최오균 |
아무튼… 나는 카카르비타에서 배그도그라까지 가는 택시를 16달러에 예약을 했다. 내가 잡은 택시는 지프차라기보다는 낡은 고물 택시다. 여기서 배그도그라까지는 불과 20km 거리다. 그 거리를 16달러나 지불한다는 것은 인도에서는 큰 돈이다. 그러나 국경을 통과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입국 스탬프를 찍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20달러를 달라는 것을 흥정을 해서 4달러를 깎았다. 16달러를 네 명이 나누어서 내면 1인당 4달러가 된다. 인도는 모든 요금을 흥정을 해야 한다. 지루하고 피곤하지만 요금을 깎는 줄다리기를 하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네팔 동부 오지인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 지프로 이동을 한다.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하루에 몇 번 밖에 없고 현지인들로 엄청 붐비고 느리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 네팔 카카르비타에서 다르질링으로 가려면 환승을 네 번이나 해야 한다. 릭샤를 타고 인도 국경도시 빠니땅끼로 가서 버스로 실리구리로 간다. 실리구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다르질링으로 가야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 여행자 몇 명이 어울려서 지프를 렌트한다. 요금을 나누어서 내면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와 단 둘이서 배낭여행을 다닐 적에는 아무리 늦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즉 시간으로 돈을 사는 것이다.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우리들의 배낭여행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중에 몇 가지를 들어보면, 별 달린 호텔은 가지 말 것, 테이블 차지를 물리는 식당을 들어가지 말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시를 타지 말 것 등이다.
사부를 초월해 오지 배낭여행 더 잘 다니는 '제자'
▲ 70을 넘긴 나이에도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니는 J선생님 |
ⓒ 최오균 |
그 중에서 J선생님은 칠십을 넘긴 노인이다. 그런데도 아직 그녀는 배낭을 메고 세계 오지여행을 다니고 있는 배낭족이다. 2012년에도 나와 함께 다르질링, 시킴, 부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 내가 인도 라자스탄을 간다고 하니 따라 나선 것이다.
"찰라님이 가시는 여행지라면 지옥까지라도 따라가겠어요."
뭐? 내가 가는 여행길이라면 지옥까지 따라가겠다고? 서울 인도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지문을 찍으며 그녀가 한 말이다.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 일단 마음이 편하다나. 티케팅, 숙소, 여행 가이드까지 해주고, 이것 챙겨주고, 사진은 물론 여행후기까지 서비스를 해준다나?
하긴 그렇다. 나는 모든 여행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한다. 그리고 여행 후기를 블로그에 반드시 올린다. 여행에도 경영학처럼 Plan, Do, See(여행 일정을 설계하고, 여행을 실행하며, 모니터링을 한다)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계획을 하고 실행하며, 여행후기를 쓰고 나면, 눈을 감고 있어도 그 여행지에 대한 추억이 활동사진처럼 생생하게 고스란히 기억된다.
J 선생님과는 15년 전부터 함께 네팔을 드나들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배낭여행을 다닌 적이 있다. 나에게서 처음으로 배낭여행 전수를 받은 그녀는 이제 세계 어떤 오지도 거침없이 배낭을 메고 홀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녀는 이 사부를 초월해서 나보다 더 오지 배낭여행을 잘 다니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은 제자가 사부를 잡아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하하.
▲ 인도 빠이땅끼 국경사무소 라니간즈 |
ⓒ 최오균 |
우리가 탄 택시는 곧 인도 국경도시 빠니땅끼(Panitanki)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릭샤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시골 간이역처럼 생긴 라니간즈(Raniganj)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두 명의 인도관리가 여권을 검사하며 스탬프를 찍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행동이 어찌나 느리던지 속이 터질 지경이다. 뭐, 여긴 인도니까 참아야 한다.
서양인 몇 사람이 한가롭게 사무실 밖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가 콧수염을 기른 인도 경비가 거드름을 피우며 호명을 한다. 사무실로 들어가면 인도 경비는 더욱 거드름을 피우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때 고분고분 답변을 해야 스탬프를 찍어준다. 시골 오지로 갈수록 인도 관리들은 더욱 거만을 떨며 거드름을 피운다. 뭐, 여긴 인도니까, 별 수 없다. 인도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여권님께 문안 인사 드리세요"
▲ 인도 국경도시 빠니땅끼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라니간즈 |
ⓒ 최오균 |
▲ 시원스럽게 펼쳐진 인도 벵골주 차밭 |
ⓒ 최오균 |
비자는 미리 한국에서 받아왔기 때문에 국경을 통과하는 스탬프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도 1시간여를 기다려 여권에 스탬프를 받았다. 여권을 받아 들고 고물 택시를 탔다. 인도 국경을 통과하자 곧 뱅골주의 푸른 차밭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네팔보다는 길도 훨씬 넓고 차량소통이 원할하다. 우리는 곧 배그도그라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고행길이다. 고행을 즐기는 배낭여행자들이랄까? 하기야 집을 나가면 고생이다. 그래도 그 고생길이 좋아서 여행을 떠난다. 허나 지난 16년 동안 아내와 둘이서 세계오지를 배낭여행을 다녔지만, 이렇게 60을 훌쩍 넘긴 세 여인을 모시고 배낭을 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차표, 숙박, 먹는 것, 여행지 인솔... 모두가 만만치 않다. 둘이서만 다닐 때에는 궂은 일이나 좋은 일이나 그냥 부부지간이니까 그럭저럭 참고 다닐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다.
그래서 나는 세 여인에게 임무를 하나씩 부여했다. 합동 여행경비 담당은 그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적은 H박사에게, 물자조달 등 잔심부름은 J선생님에게, 음식 요리는 아내에게, 그리고 여행안내와 총괄대장은 내가 맡기로 했다.
"모두들 각자의 임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 자체가 삐거덕 거려 망치게 됩니다. 그리고 아주 결정적인 때는 이 대장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최종 의사결정은 이 대장에게 맡기시라는 겁니다. 배낭여행이란 우왕좌왕하면 삐끼들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니까요. 모두들 잘 알겠지요?"
"네, 알고말고요. 대장님의 명령에 절대 복종을 하겠습니다. 호호."
"허허, 결코 웃을 일이 아닙니다. 우린 20대 젊은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아무도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배낭여행을 하고 있어요. 그것도 다른 나라가 아닌 인도, 인도라는 나라에서."
"네네, 잘 알겠어요."
"각자 자기 짐을 잘 챙기고 여권과 돈은 내 몸의 일부처럼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리고 매일 아침 일어나 여권님께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드리세요. 알겠어요?"
"호호, 염려 놓으시라고요. 이래 뵈도 수차례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 수차례 경험이 사람을 잡아요. 모든 일에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해요.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는 것도 오히려 좋지 않아요. 항상 마음을 이완하고 여유를 갖되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여부가 있습니까?"
일단 대장의 말이니 대답들은 잘 했다. 여행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도 여권이다. 여권을 신주처럼 모셔야 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물론 집중력도 떨어지고 순발력도 떨어진다. 그러니 서로 조심을 해야 한다. 나는 네 사람의 항공권과 여권을 받아들고 델리로 가는 항공좌석을 받으러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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