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1일 수요일

美정부 “정상인 일정량 섭취는 안 위험해”…콜레스테롤 40년 누명 벗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몸에 안 좋다는 얘기는 이제 상식이 돼 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콜레스테롤이 약간 높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연구논문들이 나온 데 이어 미국 보건부 산하 ‘다이어트 가이드라인 자문위원회(DGAC)’가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은 음식에 대한 경고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40년 가까이 고수해왔던 ‘콜레스테롤=건강에 해악’이라는 방침을 철회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DGAC는 의학계가 최근 5년 동안 실시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더 이상 심각한 우려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월터 윌렛 하버드대 공중위생 영양보건과장은 “건강한 성인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계란, 조개류 등과 같은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심장병 위험이 높아지거나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경고는 1961년부터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국민에게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의 위험성을 적극 알려 계란 수요가 30% 하락해 양계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현재 미국 영양지침서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하루 300㎎으로 권장하고 있지만 미국 성인 남자는 하루 평균 340㎎을 섭취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로버트 에켈 콜로라도 의대교수는 “이 같은 권장량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비난하며 DGAC의 이번 결정이 옳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고도비만, 심장병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여전히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액 내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쌓이면 심장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자문위원회는 밝혔다.


콜레스테롤의 무해론은 그동안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 하마마쓰의과대 다카다 아키카즈 명예교수는 11년 동안 오사카 주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220㎎/㎗를 넘어도 사망률에는 영향이 없었고 남성은 280㎎/㎗를 넘지 않는 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률이 낮았다고 밝혔다. 1980년대 후쿠이 주민 3만7000여 명을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서도 남성과 여성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의 총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남성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총사망률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일본지질영양학회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이 장수한다는 지침을 밝힌 바 있다.

의료계가 콜레스테롤 무해론을 놓고 공방을 벌인 이유는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처방하곤 했다. 강하제로 무리하게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자신의 근육을 녹여버릴 수 있고, 녹아버린 근육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 신장에 영향을 끼쳐 급성신부전증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만들고 각종 호르몬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생명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면 암뿐만 아니라 뇌출혈, 감염증, 우울증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과 묶여 강조되다보니 심장과 뇌혈관질환의 주범으로만 알려져 있다.

후지타 고이치로 도쿄의대 명예교수는 “콜레스테롤은 활성산소와 결합했을 때 나쁜 물질로 바뀌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며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육류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이라서 건강에 안 좋다고 단편적으로 연결짓고 육류 섭취를 제한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미국의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오동주 대한심장학회 이사장(고려대 심장내과 교수)은 “매일 콜레스테롤이 쌓인 혈관을 직접 보면서 심장혈관 시술을 하는 임상의사로서 미국 다이어트 가이드라인 자문위원회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반 시민들이 자칫 콜레스테롤이 위험하지 않다고 현혹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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