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1일 수요일

인도서 마주친 그 남자... "왜 계속 쳐다보는 거죠?"

사랑이 만든 건축물, 타지마할


▲ 타지마할 궁전 안 궁전 안의 조각과 문양들.
ⓒ 박설화

그 날도 여전히 정지된 눈길마냥 낯선 남자의 눈길이 꽂혔다. 타지마할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과거 무굴 제국의 수도였던 도시, 아그라(Agra)를 향하는 기차 안이었다. 

늘 그러는 것은 아니었으나, 기차 안에서 정차역을 확인하느라 잠을 못 자기도 했고, 낯선 남자가 너무 많아져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터여서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인도에 도착한 이후 무수하게 쏟아지던, 흡사 고정된 것 같은 그 시선들을 대부분은 무시했다. 어쩜 무안해하지도 않고 사람을 그렇게 뚫어지게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지...

남자의 눈길을 내 눈길로 맞서면서 한 1분을 똑같이 쳐다보았다. 신기했다. 대부분은 시선에 민망해하면서 고개를 돌려 피하는데, 어떻게 그 1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시선을 거두지 않고 쭉 본인의 호기심을 저렇게 순수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왜 계속 쳐다보는 거죠?"

▲ 아그라 포트 (Agra port) 아그라 포트 안의 타지마할이 마주보이는 곳.
ⓒ 박설화

"실례지만, 나에게 할 말 있어요? 왜 계속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그건 좀 매너가 아닌 것 같네요."

남자가 내 말을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중이라던 여학생이 많았던 우리 칸의 여자 승객들은 내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는 이후, 자신의 눈길을 거둬들였다. 못 알아들었을지라도 뭔지 모를 싸한 분위기로 이야기하는 내내 분위기가 전달됐으리라.

타인에게 무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그들의 당연함이 내겐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상식은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대부분 그 욕구를 충족하진 않지만 때때로 기분이 많이 언짢아지거나 불편하면 얘기를 하는 편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분위기는 통하는 법이라 대부분은 관철된다. 

▲ 아그라 포트 (Agra Fort) 타지마할이 마주보이는 무삼만 버즈(Musamman Burj)
ⓒ 박설화

인도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특히 여자 여행자들은 이렇게 빤히 보는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생경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위협적인 시선이라기보단 호기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이므로, 정말 불쾌하다면 직접 얘기하는 것이 좋다. 이후 남자는 내 뜻을 존중해서인지, 주위를 의식해서인지 이전과 같은 긴 호기심은 보이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아그라'라는 동네는 몰라도 타지마할은 알 것이다. 타지마할은 이슬람 건축의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무굴 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이 사랑하는 죽은 왕비를 위해 세운 것이다. 타지마할은 정말 상상 그대로였고, 놀랄 만큼 화려해서 도저히 짓는 과정이 연상되지 않았다. 그 어느 곳 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화려한 꽃 문양과 조각들, 건물의 대리석들의 화려함이, 이 곳에 보석들까지 치장돼있었다면 어떤 위용이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22년 걸쳐 세운 타지마할, 아름답지만...

▲ 피에트라두라(Pietra dura) 기법 대리석에 꽃 등의 문양을 판 뒤, 그 홈에 각각 다른 색의 돌이나 준보석을 박아넣는 기법.
ⓒ 박설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사들였던 건축 재료로 쓰인 그 많은 보석은 인도를 점령했던 영국과 많은 도굴꾼들에게 도난 당한 뒤지만 말이다. 타지마할을 완성하는 데, 타지마할을 완성하기 위해, 22년의 세월이 걸린 만큼, 노동자들을 위한 도시까지 옆 동네에 생겼다고 하니 세월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일반 노동자뿐 아니라 전 세계의 건축가와 장인들, 재료를 나르고 다듬기 위한 무수한 코끼리까지...

범상치 않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특성 상, 타지마할은 세계 최고의 미학적인 건물로 칭송받고 있다. 문득, 출산 중 죽었다는 왕비가 살아 생전 왕의 계획을 알았다면 찬성했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 같으면 "전하, 그 비용으로 제 이름으로 된 재단이나 하나 만들어서 아이들을 위해 써주세요" 라고 했을 것이라는 어쭙잖은 생각에 혼자 피식 웃고 만다.

▲ 인도인 관광객들 사진을 찍는 타입도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이들은 광고촬영을 하듯 포즈를 취하는 이들이 많았다.
ⓒ 박설화

▲ 인도인 관광객들 현지인들의 기념사진촬영
ⓒ 박설화

대리석에 가만히 손을 대고 이 건축물이 만들어졌을 과정을 생각하면, 인류가 가진 문화 유산이라고 자부하기엔 너무 많은 고통이 느껴진다. 타지마할을 이룬 샤 자한 황제 또한 그저 좋지만은 않았다. 말년에 막내 아들에 의해 아그라 성에 갇혀 감옥 신세를 져야 했으니. 그래도 죽기 전까지 타지마할 보는 낙에 살았다고 하니 22년의 세월이 헛되지만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아그라는 좋았다. 쌀쌀함이 있는 아침이지만, 안개가 찬 숲이 그렇고, 노점상들의 아기자기한 정감 가는 풍경이 그랬다. 물론 이 곳에도, 비빔밥 등의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한국 음식을 먹고 나오던 한 무리의 한국인 관광객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마주했을 뿐이지만, 목마른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데 안도를 느낀다.

▲ 타지마할  샤 자한 황제와 뭄타즈 마할 왕비가 지하에 묻혀있으며 1983년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박설화
덧붙이는 글 |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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