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 있었다. 지난달 24일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18미터 깊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중국에서도 싱크홀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 2년여 동안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싱크홀을 두 번이나 직접 목격했다. 이번 싱크홀도 처음에는 그저 지반이 약해져서 그랬거니 하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사고 직후 민간 건물 4채가 일부 붕괴되고, 수도관과 전력선이 끊기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묻힐 수도 있는 단순한 싱크홀 사건이었다.
●고위층 불법 건축 '지하 별장'이 싱크홀 불러
베이징 당국의 조사 결과 싱크홀 사고 현장에는 지하 6층 규모의 불법 지하 건축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 별장의 주인은 놀랍게도 장쑤 성 쉬저우 시 인민대표회의의 리바오쥔 인민대표였다. 시 인민대표는 우리의 시 의원에 해당하는 정치인이다. 리바오쥔이 자신의 집 지하에 불법으로 별장을 만든 것이다. 이 때부터 중국 매체들은 난리가 났다. 리바오쥔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됐다. 하지만, 리바오쥔은 계속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쉬저우 시 인민대표회의에서 베이징까지 관계자들을 파견했지만 헛수고였다. 공사 인허가 관련 서류에도 지상에만 건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중국 대륙의 여론은 들끓었다. 더구나 지난해 여름 인근 주민이 불법 건축 사실을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의 묵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리바오쥔이 발표한 사과문>
●사과문 내고 "처남이 한 일이다" 발뺌
쉬저우 시 인민대표회의는 리바오쥔의 인민대표 자격을 정지시켰다. 그러자 리바오쥔은 잠적 일주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리바오쥔은 '나의 진실한 사과'라는 제목의 사과문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인민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베이징 시민과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도 사과했다. 피해 주민들에게 배상을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리바오쥔은 지하 시설 건축은 처남이 모든 걸 추진해서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변명했다. 그동안의 잠적에 대해서는 몸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CCTV 등 중국 매체들은 리바오쥔의 사과문까지 집중 보도하며 비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리바오쥔 / 중국 장쑤 성 쉬저우 시 전직 인민대표>
●'지하 별장' 만들었다가 '구덩이 인민대표' 별칭까지 붙어
중국 매체들은 리바오쥔에게 '구덩이 인민대표'라는 별칭을 붙였다. 중국의 서민들은 인민의 모범이 돼야 할 인민대표가 불법적으로 지하 별장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불법 건축 이면에 얼마나 많은 부정 축재가 있었을 지 짐작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유력지 신경보는 3일 '구덩이 인민대표 배후에 얼마나 많은 구덩이가 더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까지 실었다. 리바오쥔은 당국의 엄중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번 싱크홀 사건으로 중국 특권층의 한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이 G2 국가로 부상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여름에는 수십 층 아파트 옥상에 있는 '공중 별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 '공중 별장'도 주변 민원에도 불구하고 건축 과정에서 당국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깨끗해져야 사회가 맑아지는 법이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정책이 중국 사회에 광풍을 몰고 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사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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