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2일 목요일

< Global Focus >‘박힌 돌’ 들의 분노… ‘굴러온 돌’ 빼내나



지난 3일 스웨덴의 중도좌파 연정이 붕괴됐다.

극우 반이민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2015년도 정부 예산안을 부결시키면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소수 연정은 출범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무너져버렸다. 경제위기 이후 유럽에서 반이민주의가 득세하면서 각국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유럽에서 극우주의, 인종주의가 확산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반이민주의가 결합하면서 기성 정치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5년 유럽 정치에서 반이민주의가 핫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영국이다. 내년 5월 총선이 치러지는 영국에서는 반이민주의를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극우 영국독립당(UKIP)이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크고 작은 선거마다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 UKIP는 로체스터 선거구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영국독립당의 마크 레클러스 후보는 원래 보수당 소속 현직 하원의원이었지만, 보수당의 소극적인 이민정책에 반발하면서 탈당한 인물이다. 영국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총선에서 UKIP가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UKIP 쪽으로 기우는 표심을 잡기 위해 잇달아 이민규제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영국에 유입된 이주민 수는 26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17년간 영국에 유입된 비유럽 이주민을 위해 혈세 1200억 파운드(약 164조 원)가 들어갔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최근 들어 경제상황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이주민들과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하는 영국 국민들에게는 분통 터질 만한 일인 셈이다. 11월 28일 캐머런 총리는 “영국에서 최소 4년을 거주해야 이주민들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극우·반이민 정당인 영국독립당의 급부상에 초조해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 11월 28일 중부 지역 도시 로체스터를 방문해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AFP연합뉴스

또 이주민들이 6개월 내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강제 출국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당초 최대 6개월이던 유럽연합(EU) 이주민에 대한 실업·육아수당 지급 기간을 3개월로 축소할 방침이라며 “영국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는 매년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 수도 대폭 감축할 계획으로 있다. 

유럽에서는 그나마 경제상황이 가장 양호한 독일에서도 반이민주의가 또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캐머런 영국 총리의 이민규제가 노동력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최근 들어 동부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이주민 배척을 부르짖는 시위가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10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이 시위는 독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극우, 신나치 시위와는 차별화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이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즉, 이슬람계 이주민의 과다한 유입으로 인해 독일적 가치와 제도가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초기에는 수백 명 수준이었던 시위는 최근 들어 1만 명 안팎으로 늘었으며, 드레스덴뿐만 아니라 뒤셀도르프, 뮌헨 등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 이주민 유입이 가장 많은 국가다. 2012년에만 59만2175명이 유입됐다. 시리아 등 비유럽권 이주민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경계심이 높아지자, 보수 우파 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은 이주민에 대한 독일어 의무 사용 강화방안을 최근 내놓았다. 이주민들이 학교, 관공서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독일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반이민주의를 내세운 극우정당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을 이끌고 있는 마린 르펜 당수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최근 정계에 복귀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당수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며 2017년 대선 승리를 노리고 있다. 캐머런 정부가 UKIP를 견제하기 위해 반이민주의적인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는 것처럼, UMP 역시 이민규제정책을 놓고 국민전선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EU 탈퇴론과 반이민 정책을 내걸고 있는 북부연맹의 마테오 살비니 당수의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내년 3월 스웨덴 조기 총선에서도 소수연정을 붕괴시킨 주범인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민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직전 총선보다 두 배 많은 13%를 득표해 전체 349석 가운데 49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제3당으로 떠올랐다.
<기사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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