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9일 월요일

HSBC는 고객 탈세·자산 은닉을 어떻게 도왔나

ICIJ, 스위스 사업부 문서 공개 “HSBC, 수년간 검은 돈 은닉·탈세 방조”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시절인 2004년 무역·산업장관을 맡은 그는 그로부터 1년 전 HSBC의 고객이 됐다. ‘렉싱턴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란 명의로 계좌 10개를 개설하고 2006∼2007년 3100만달러(약 340억원)를 맡겼다. 2011년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함께 ‘아랍의 봄’으로 축출된 그는 부정 축재 및 부패 등의 혐의로 35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현재 해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 제2의 은행인 HSBC가 라시드 전 장관과 같은 부패한 정치인이나 기업인, 범죄자들을 고객으로 두고 대규모 탈세와 자산 은닉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HSBC PB(개인자산관리)사업부의 내부 문서를 입수·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ICIJ는 “HSBC가 박격포탄을 아프리카 소년병에게 공급한 무기상과 제3세계 독재자들의 자금 운반책을 포함한 범법자들과 거래해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내부 문서는 HSBC PB사업부의 2007년 고객 관리 현황을 담은 것으로, 사업부는 당시 203개국의 개인과 법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 10만여개를 통해 100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관리했다. 사업부는 고객들에게 미신고 계좌를 개설해주거나 정기적으로 다량의 현금을 인출해주는 방식으로 세금 탈루를 도왔다. 

ICIJ는 2006년 기준으로 한국과 관련이 있는 개인·법인 고객은 20명이며, 이들이 예치한 금액은 2130만달러(약 23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HSBC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과거의 법률 준수 노력이 미흡했다”고 인정하면서 “2007년 이후 과감한 개선을 취해 현재는 엄격한 신고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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