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2일 화요일

"어디 감히 국기를 입어!"…미스 러시아 '사진이 어때서'



국립5.18묘지에 태극기 그리는 학생들(2015.5.9)
우리나라 형법 제2편 제3장은 국기에 관한 죄를 명문화하고 있다.

'국기(國旗)·국장(國章) 모독죄(105조)'와 '국기·국장 비방죄(106조)' 그리고 '외국의 국기·국장 모독죄(109조)'가 그것이다. 국가를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국가권위의 상징물인 국기와 국장을 손상, 제거, 오욕, 비방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제105조), 국기 또는 국장을 비방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제106조), 그리고 외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그 나라의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제109조)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를 모욕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실제 처벌로 이어진다.

얼마 전 세월호 집회에서 한 대학생이 태극기를 태워 사회를 경악게 한 일이 있었고 그보다 훨씬 전인 2003년에는 한 한총련 소속 대학생이 주한미군 공병단 기지에 침입, 성조기를 불태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어떨까? 선진국들은 대체로 자국기 훼손에 대해 처벌이 관대한 편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9년 국기보호법을 위헌으로 판결해 사실상 성조기를 태울 수 있는 자유까지 보장했고 영국도 국기모독은 불법이 아니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 역시 공공장소에서 게양된 것 외에 개인소유는 개별의사에 따라 임의로 다뤄져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한다.

'2015 미스 러시아' 소피야 니키트추크(2015.4.18)
물론 이란 등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는 국기훼손을 신성모독과 동일시해 공개 처형하는 나라도 있지만 일본도 국민감정이 일장기 훼손을 허용치 않을 뿐 특별한 법적 제한은 없고, 중국도 금지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국기모독죄가 있는 것 같다. 러시아 국기는 위로부터 백색, 청색, 적색의 3색으로 이뤄져 있다. 백색은 고귀함·진실·자유·독립을, 청색은 정직·헌신·충성, 적색은 용기·사랑·자기희생을 각각 의미한다고 한다.

러시아의 한 지방에서 국기모독죄 논란이 한창이다. 화보 잡지인 '스톨리니크(고대 러시아의 궁정 고관)'가 5월호 표지에 실은 2015년 미스 러시아 사진이 발단이 됐다. 모스크바 서부 우랄지역에서 예카테린부르크에 이은 제2대 도시인 첼랴빈스크의 스네진스크 태생의 '2015년 미스 러시아' 소피야 니키트추크(21)가 3색기 모양의 옷차림에 자극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

사진에 대한 반응은 분분하지만 잡지사가 위치한 예카테린부르크의 일부 주민들은 니키트추크가 러시아의 상징물인 국기를 모욕했다며 발끈, 현지 검찰에 전자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한 정식 조사에는 착수하지 않았지만 해당 표현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 지난 7일 자 인터넷판이 전했다.

소피야 니키트추크(2015.4.18)

스톨리니크의 안나 레쇼트키나 편집장은 A&F에 "솔직히 말해 이 청원의 본질이 뭔지 이해할 수 없다. 니키트추크는 3색기가 아니라 러시아 국기 색인 3색으로 이뤄진 옷을 입었을 뿐이다"면서 "이번 호는 대조국전쟁(2차 대전) 승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니키트추크가 어째서 국가 상징물을 모욕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으며 그녀는 충분히 국기 색 옷을 입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우랄대학에 재학 중인 니키트추크 본인은 한 인터뷰에서 "애국자이기 때문에 국기라면 결코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잡지사는 그러나 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니키트추크의 인터넷판 사진을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선홍색 옷을 입은 것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스톨리니크는 예카테린부르크에서만 1만8천부, 러시아 전역에 30만부가 나간다.

앞서 2013년에는 첼랴빈스크의 한 호텔 쇼에서 무용수 3명이 러시아 국기를 두른 채 성인 춤을 춰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당국은 '국기모독죄' 해당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조사를 벌였고 결국 불기소 처분했다고 한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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