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2일 화요일

아수라장으로 변한 서울 남부터미널에 무슨 일이?

1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은 ‘임시 구호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어수선했다. 매표 창구는 일제히 봉인됐고, 대신 그 앞에 접이식 책상을 이어붙인 임시 매표소가 설치됐다. 직원 4명이 책상 위에 컴퓨터와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올려놓고 고객들에게 좌석표를 발급해주고 있었다. 대기 의자가 떨어져나간 자리엔 휴대용 접이식 의자가 들어섰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남부터미널의 임시 매표소에서 터미널 이용객들이 발권하고 있다. /안준용 기자
매표원과 승객들 사이 공간에는 멀티탭으로 연결된 전선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그 뒤로 ‘현금만 있으신 경우 유인 창구에서 좌석표를 받으시고, 요금은 차량 탑승 시 검표원 또는 기사님께 지불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승객 손동호(43)씨는 “급한 지방 출장이 잡혀서 왔는데,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루 7만명이 이용하는 남부터미널이 이렇게 된 건 터미널을 놓고 벌어진 법정 다툼 때문이다. 터미널 부지와 건물 소유자는 대한전선 자회사인 ‘엔티개발 제일차 피에프브이’인데, 2008년 7월 경안레저산업과 임대 계약을 맺은 이후 경안 측이 터미널을 운영해왔다.



엔티 측은 그러나 “경안이 2010년 7월 계약 만료 후에도 계약 갱신 없이 터미널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면서 2013년 부지와 건물 인도를 요구하는 소송(명도소송)을 냈다.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9월 엔티 측 손을 들어줬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남부터미널의 임시 매표소에서 이용객들이 표를 끊고 있다. 매표소 뒤에 '현금은 기사에게 직접 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안준용 기자
경안은 이에 항소하면서 명도소송 강제 집행에 따른 매표시설 강제 철거 정지 신청을 냈고, 이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강제 철거가 미뤄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8개월만인 지난 1일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명도소송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강제 철거에 들어간 것이다. 남부터미널 매표시설 강제 철거는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이런 다툼으로 불편을 떠안은 건 터미널 이용객들이다. 먼저 인터넷 예매 시스템이 사전에 충분한 고지 없이 6일부터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5월 4일 이전에 기존 인터넷 예매 시스템으로 예약한 경우에는 취소, 환불, 시간 변경도 불가능하다. 지난 4∼5일엔 예매를 취소하고 환불해달라는 일부 고객들의 아우성도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남부터미널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려는데 출발지 선택란에 남부터미널이 사라졌다” “갑자기 예약 불가라고 떠 고객센터에 전화했는데 불통이었다” “인터넷 예매가 안 돼 출발 한 시간 전 미리 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상황을 알게 됐다. 사전 고지도 없이 너무한 것 아니냐”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엔티 측은 급한대로 유인 승차권 발매 창구를 임시 설치하고, 무인 발매기 16대도 설치했다. 하지만 유인 창구에서도 현금 결제는 불가능해 신용카드가 없는 이들은 유인 창구에서 승차권을 받은 뒤 버스에 탈 때 기사에게 돈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겪고 있다.



이용객 감모(31)씨는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도 예약할 때 혼란을 겪었고, 무인 발매기 사용법이 서툴고 신용카드가 없는 어르신들은 특히 더 불편을 겪었다. 검은 점퍼를 입은 보안 요원들 때문에 터미널 분위기도 살벌하다”고 했다. 다만 현재 터미널에 입점해있는 패스트 푸드점이나 식음료 업체 등은 대부분 정상 영업 중이다.



엔티 측은 “이용객들에게 다소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준비 중”이라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매표 업무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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