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2일 화요일

"영국은 해체의 길로 가고있다"

"小민족주의 첨예해져… 영국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총선 가능할지 의문"

돈줄인 원유 판매 부진해 섣부른 독립 힘들단 분석도


"다음 총선이 예정된 2020년에 영국이라는 나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졌다."
(일간 인디펜던트 사설)



지난 7일의 영국 총선 결과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보수·노동 양당에 이어 확고한 원내 제3당이 됨에 따라 스코틀랜드에서 분리·독립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SNP는 스코틀랜드의 59개 지역구 중 56석을 휩쓸었다. 1935년 총선에 처음 얼굴을 내민 이후 2010년까지 19차례 선거에서 11석(1974년)을 얻었던 게 최대 성과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얻은 의석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그만큼 독립 열망이 최고조라는 뜻이다. 한껏 고무된 니콜라 스터전 SNP 당수는 "독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언론은 스코틀랜드가 떨어져 나갈 경우 영국의 대외적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다른 지방정부인 웨일스나 북아일랜드의 독립까지도 불러올 수 있어, 영국이 네 나라로 해체되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언급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리틀 잉글랜드(잉글랜드만 남은 작은 영국) 건국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주민 사이에 감정 골이 깊어진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학자 롭 퍼드는 "스코틀랜드가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잉글랜드 주민들도 이에 대항해 영국 국민이 아니라 잉글랜드인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도샛은 '영국의 자살'이라는 칼럼을 통해 "소(小)민족주의가 첨예해지면서 영국이 더 이상 하나 된 나라로 존재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영국이 해체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야당인 노동당과 접전을 벌인 캐머런 총리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활용한 것도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영국이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하면, 친(親) EU 성향인 스코틀랜드가 EU 잔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EU의 지원을 받아 독립을 쟁취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 증가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 마음을 얻기 위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독립이 탄력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부결될 가능성도 꽤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油價)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스코틀랜드 돈줄인 북해산 원유 판매 수입이 신통치 않다는 것도 독립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요소다. 56석을 휩쓸긴 했지만 SNP의 스코틀랜드 내 득표율은 딱 50%에 그쳤다. 독립했다가 연금을 못 받게 될까 봐 걱정하는 중장년층의 이탈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영국 언론들은 수년 안에 영국이 쪼개지지 않더라도 캐머런 총리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를 달래기 위해 지방정부에 조세·예산·복지 집행 권한을 이양할 것으로 내다본다. 작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반대 55%로 부결된 후 캐머런 총리가 이미 약속했다. 지방정부가 실질적 자치권을 확보하면, 단일 국가로서 결속력도 지금보다 떨어지게 된다. 이후에도 언제든지 독립 이슈가 불붙을 수 있는 것이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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