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3일 수요일

교장실 항의에 담임 교체 서명운동까지…"한달 내내 하혈"

스승의날이 또다시 돌아왔지만 이를 의미있게 생각하는 교사는 찾기 힘들다. 이들의 입에선 "교권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고개 숙인 교육자는 일선 초·중·고교뿐 아니라 대학강단에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교권 침해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이에 따른 대책은 없는지 살펴 본다.
[[스승의날 기획-교권침해의 진화①]학부모는 협박하고 교장·교감은 거들고…발붙일 곳 없는 평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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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웨스턴팰리스에서 열린 '조희연과 좋은교육을 꿈꾸는 00원탁 @교원'에 참석해 학생인권이 상호 존중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주제로 초.중.고 교장, 교감, 교사, 교원단체, 학부모 등 100명과 원탁토론을 갖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제공) /사진=뉴스1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A씨는 지난해 이맘때 쯤, 학급 지도로 인한 스트레스로 한 달 간 하혈을 겪었다. 당시 A교사를 괴롭힌 이는 본인이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부모 B씨. 그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업 부담을 주는 A교사는 담임 자격이 없다'며 같은 학급 학부모를 대상으로 담임 교체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이 기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A교사는 "수준이 높은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보충자료를 내준 것뿐이며 서명운동 사실 역시 B씨의 전화를 받은 다른 학부모가 알려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B씨로부터 들은 '교사 자격이 없다', '아이들이 모두 선생님을 싫어한다' 등의 막말 때문에 한 동안 교단에 서는 게 두려웠다"며 "하혈 2주차 때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B씨의 항의가 잠잠해질 때까지 하혈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교권침해 방식이 날이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보다는 말로 심적 압박을 주거나 법적 고소를 들먹이는 등 협박식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같은 교사인 교장과 교감은 출결사항 조작 등을 지시하며 평교사들의 교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담임 말 녹취하고 소송 발언 일삼고=교사들이 흔히 겪는 교권 침해 유형 중 하나는 학부모로부터 일어난다. 학생들 분쟁에 학부모가 개입하면서 일이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서울 내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C교사는 지난해 2학기 옆 반 담임 교사가 겪었던 일명 '녹취 사건'을 털어놨다.

당시 2학년 남학생과 여학생이 블록을 갖고 다투다 여학생이 블록으로 이마를 맞는 일이 발생했다. 변호사인 피해자 학부모는 '제대로 된 사과를 들어야 한다'며 자녀에게 가해학생과 담임교사의 발언을 녹음해오라고 시켰다. 이와 별개로 학교 측에는 '가해자의 등교를 정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사태가 커지지 않길 바란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여 가해학생이 일정 기간 학교에 나오지 않도록 조치했다.

또 피해자의 학부모는 '학교 현장에서 담임 교사의 생활지도가 잘 이뤄지는지 지켜봐야겠다'며 수업 참관을 요구했다. 실제로 학부모는 이틀 정도 자녀가 수업받는 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 과정을 겪은 C교사의 동료는 병가 휴직을 내고 몇 달 간 학교를 쉬어야 했다. 아이들은 결국 기간제 교사의 손에 맡겨졌다.

서울 내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생활부장교사는 "학생들의 분쟁이 학부모에게 전가되는 순간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님 간 오해가 생기고 이를 사회적 지위나 법적 소송을 걸어서 해결하려는 사례는 중재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 교사는 "학교 역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교사에게만 인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선생님들의 의욕이나 열정은 꺾인다"고 말했다.

◇학교는 "교사만 참아라"…때로는 출결조작도 요구=학생으로 인한 교권침해는 주로 중·고교에서 일어난다. 특히 젊은 여교사의 경우 남학생의 타깃이 되곤 한다. 일례로 서울 내 한 사립중학교에서는 담임교사에게 막말을 한 3학년생 D군의 징계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D군은 담임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도중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두발 단속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생활부에 보내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등의 말을 퍼부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등 어렵게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도 교육적으로 보면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결국 교사가 참고 넘어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장, 교감 등 상급 교사가 평교사의 학생생활기록이나 출결 관리에 관여해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공립초 E교사는 지난해 부장 교사 등의 지시로 학생들의 체력 평가 결과를 상향 조정해 입력했다. E교사는 "학교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 위한 평가지표 중에는 학생의 체력 향상률도 포함되는데, 부장교사 등이 노골적으로 '4·5등급이 없도록 성적을 입력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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