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8일 금요일

초등생에 낯 뜨거운 ‘19禁 댄스’ 가르치는 방과후학교


대전에 사는 이모(42)씨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질겁했다. 성행위를 연상시켜 선정성 논란을 빚은 이른바 ‘위아래 댄스’를 추고 있었다. 유치원 때는 공주 만화 주인공을 따라하던 딸이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방송댄스반’에 들어간 뒤 이런 춤을 춘다는 것이다. 가족이 외출할 때도 딸은 낯 뜨거운 동작을 반복했다. 이씨 부부는 학교에 항의하고 싶어도 ‘유난스러운 부모’로 비칠까봐 주저하고 있다. 이씨는 “분명 성행위가 연상되는 동작인데 이걸 꼭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나”라며 어이없어했다.

방과후 학교란 일선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보충하는 성격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크게 두 종류인데, 국어·영어·수학 등 학교수업을 보충해주는 ‘교과지원형’과 예체능 위주인 ‘특기적성형’으로 구분된다. 교과지원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정규 교사들이 맡지만, 특기적성형은 주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운영한다.

방송댄스는 특기적성형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상당수 방송댄스반에서 ‘섹시함’을 내세우는 걸그룹의 춤을 가르치고 있다. 이씨의 딸이 다니는 대전 W초등학교뿐 아니라 강원도 Y초등학교, 충남 S초등학교, 경기도 I초등학교 등에서도 위아래 댄스가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위아래 댄스는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방송 제재가 논의될 정도로 선정적인 안무다. Y초등학교 학생들은 위아래 댄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걸그룹 EXID의 안무를, S초등학교는 나인뮤지스의 ‘드라마’라는 곡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 학교들은 학생들이 안무 연습하는 동영상을 홈페이지 등에 올려놓고 있다.

위아래 댄스 말고도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안무들이 방과후 학교에서 여과 없이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었다. 경기도 I초등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방송댄스반 5월 수업 계획표를 보면 가슴과 골반을 분리해서 튕기는 동작, 허리로 S라인을 만드는 웨이브 동작 등을 세분화해 지도하고 있다. 이 수업은 1∼2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방과후 학교의 양적 팽창에 신경 쓰느라 질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54만 종류나 된다. 프로그램 선정 권한이 개별 학교에 있어 프로그램이 난립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체육·음악·미술 등으로만 구분하고 프로그램 숫자만 세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프로그램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운영위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일일이 심의하기도 쉽지 않다.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는 학교의 예·결산에서 교육과정과 급식까지 다양한 사항을 심의하고 있다. 여력도 없지만 전문성도 떨어진다. 초등학교 교감 출신의 한 교육 관료는 “방과후 학교는 학교운영위원들이 전반적인 프로그램 개요만 보고 통과시킨다. 방송댄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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